종종 드나들던 서촌의 식물가게 '노가든'이 서촌을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촌에 갈 때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듯 나에게는 마치 방앗간 같은 곳이었는데(식물을 사건 안 사건, SNS로 사장님 부부와 교류를 하건 안 하건의 문제이다), 서촌으로 놀러 갈 이유가 하나 줄었다. 그럼 어디로 가시는 걸까? 어디론가 가시는 것은 알겠지만 명확한 윤곽이 나오지 않아 궁금증이 겹겹이 쌓이고 있을 무렵, 노가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홍대로 이전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큰 맘 먹고 찾아가야 하는 서촌과는 달리, 홍대쯤 되면 그냥 집에서 할 일 없을 때 산책삼아 나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나에게는 오히려 이득이다. 오타쿠 놀음이나 디저트 구매 목적으로나 종종 찾아가던 홍대로 노가든이 옮겨 온다면 더더욱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게 될 터. 마침 운 좋게도 개업 첫 날에 홍대에 갈 일이 생겨, 한 번 들러 보기로 했다.
적벽돌로 된 오래 된 건물에 있던 예전의 노가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좀더 현대적인 느낌이 되었달까. 그래도 가게 바깥의 창틀 색은 노가든 특유의 진녹색 기조로 되어 있어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기도 하다. 개업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안에는 서넛 정도 사람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밖에서 엄벙덤벙 봤을 때에 비해서 안으로 들어오니 확실히 예전 서촌 시절보다 가게가 넓어진 느낌이 확 든다. 전시되어 있는 식물들도 훨씬 다양해졌고, 덩치가 큰 식물들이 많이 들어와 있음에도 비좁다기보다는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서촌 시절보다는 아무래도 빛이 좀 덜 드는 동네이긴 하지만(서촌 시절에는 야트막한 건물들 사이에 남향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높은 건물들 사이에 서향으로 들어와 있다), 공기 순환은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바로 다음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여기에서 더 식물을 구매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늘 갖고 싶었던 식물용 집게 하나를 내 나름의 마수걸이 느낌으로 하나 구매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카운터 뒤에 있는 큰 박스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떠안겨 주셨다. 이게 뭔가 하고 물어봤더니, 무려 비매품으로 나온 두갸르송 콩분이라는 것이다. 이전 후 처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준비하셨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아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역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심 좋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덤으로 문간에 있던 포장용 박스테이프 하나도 얻어 왔다. 날이 좀 풀리면 또 계속 기웃거려 봐야지. 집 근처에 이렇게까지 방앗간이 많으니 참새로서는 참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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