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없는 중화권 투어] 0. 시작하며
나는 해외 여행을 퍽 자주 다니는 편이다. 해외 여행을 취미로 자주 다니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되도록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지역을 다니는 사람'과 '비슷한 나라나 지역을 여러 번 다니는 사람'이 그것이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해 둔 폴더 목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새삼스레 깨달았다. 나는 확실하게 후자다.
회사에서 고인물의 증표로 두 번째로 받은 리프레시 휴가도 벌써 소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어느 날의 일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이번 리프레시 휴가에도 여행을 가는 흐름이 되었다. 문제는 어디를 가느냐다. 추석을 끼면 결과적으로 열흘 좀 넘게 휴가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 유럽도 선택지에 은근슬쩍 넣어 봤지만, 비행깃삯을 확인하고는 바로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나도 나폴리 길거리에서 피자 집어먹을 줄 아는 사람인데 이러기냐고.
그렇다면 나머지 선택지들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해진다. 예전부터 대만 동부 일주는 주요 선택지 중 하나였다. 일본 일주도 예전부터 선택지 중에 있었지만, 최근에 일본을 하도 자주(주로 동경이지만) 다녀오느라 약간 물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결국 자연스럽게 대만 동부 일주가 주 기조가 되었는데, 대만만 돌기에는 일자가 좀 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홍콩과 마카오까지 같이 돌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 준 것은 그래서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10박 11일 간의 중화권 투어,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이것저것 재밌는 구경도 많이 할 수 있겠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추석 일정에 맞추어 마침 대학교에 다니는 처제도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여, 최종적으로 일정은 이렇게 정해졌다.
- 9월 28일 - 9월 29일 : 셋이서 같이 대만 남부 구경(가오슝, 타이난)
- 9월 30일 - 10월 1일 : 처제는 혼자서 가오슝에 있다가 귀국, 우리 부부는 기차를 타고 타이둥을 거쳐 화롄으로 이동
- 10월 2일 - 10월 3일 : 기차로 화롄과 이란을 거쳐 타이베이에 도착, 홍콩으로 이동
- 10월 4일 - 10월 8일 : 홍콩 투어 + 당일치기로 마카오 1일 구경 후 귀국
이렇게 여행 계획을 짜고 보니, 별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묘하게도 중국 본토는 뺀 중화권 투어가 완성되었다(싱가포르는 작년 9월에 한 번 다녀왔으므로 그렇다고 치자). 이렇게 '중국 없는 중화권 투어'의 막이 올랐다. 홍콩 영화도 본 경험이 없고, 카지노에도 별 흥미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이 투어를 즐기게 될지, 기대해 보셔도 좋을 듯하다.
확실한 것은, 이미 귀국한 지 사흘째인데도 아직 길거리에 한자가 거의 없는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 이번 여행에 앞서 다녀온, 2019년의 대만유람기(서부 일주기)는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唔該!
- 0. 계획하기
- 1. [1일차] 김포에서 쑹산까지
- 2. 대만? 중화민국?
- 3. [1일차] 쑹산공항에서 환전/유심 구매 후 시내로
- 4. [1일차] 숙소에 짐 풀고 철도 패스 구하기
- 5. [1일차] 시먼딩 미식탐방, 천문과학관 달구경과 스린 야시장
- 6. [2일차] 조식, 장안천주당, 까오지 동파육과 소롱포
- 7. [2일차] 국부사적관, 타이베이 역에서 고양이마을 허우퉁까지
- 8. [2일차] 복닥복닥한 스펀과 등불이 아름다운 지우펀, 그리고 건조기지옥
- 9. [3일차] 땡볕이 내리쬐는 낮 타이베이 시내 관광
- 10. [3일차] 압도적인 국립고궁박물원과 의문의 밤산책, 그리고 훌륭했던 발 마사지
- 11. [4일차]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단수이
- 12. [4일차] 후끈후끈 베이터우 온천과 천상의 훠궈 칭화자오
- 13. [5일차] 대만식 아침식사 후 정든 타이베이를 떠나 남으로, 타이중으로
- 14. [5일차] 철덕의 천국 장화의 원형 차고지, 가오메이(고미) 습지의 아름다운 노을과 밤의 타이중 궁원안과
- 15. [6일차] 타이중 호텔을 떠나 만난 역사와 전통의 도시 타이난
- 16. [6일차] 대台/화華/양洋이 공존하는 타이난 시내 관광, 그리고 가오슝으로
- 17. [7일차] 가오슝에서의 하루, 재미보다는 미미美味에 치중하다
- 18. [8일차] 가오슝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옌청지구와 보얼 예술특구를 둘러보고 치진 섬으로
- 19. [8일차] 도심 속의 휴양지 치진 섬 돌아다니기, 생각보다 훌륭했던 조개박물관과 반가운 이들과의 저녁 식사, 가오슝 주교좌성당으로 마무리한 여정의 끝자락
- 20. [9일차/최종화] 8박 9일 간의 대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