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다 하는 신혼여행] 11. 시드니 마지막 날(2) : 눈이 번쩍 뜨이는 메시나 아이스크림과 시드니 왕립식물원 구경
by 집너구리2022. 9. 17.
* 이 여행기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있었던 일을 다룹니다.
(앞 에피소드는 여기)
즐거운 식사 후, 1층의 기념품 가게까지 한 바퀴 돌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채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예로부터의 건물들이 쪼르륵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국 도시 속의 전통 건물들은 대다수가 이미 사라졌고, 마치 동물원의 멸종위기 동물들마냥 도시의 일부 구역에 '보존'되어 있는 점과는 매우 다르다. 어쩌면 이러한 전통적 건물들도 서양식 건축 양식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 아예 이상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MCA에서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 지나가는 길에 호주에 사는 다양한 소동물들의 모습을 묘사한 청동 조형물을 지나간다. 도마뱀도 있고 새도 있는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따오기 조각상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오빠 생각'의 그 따오기가 시드니 도심에서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크기도 제법 큰 새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 사이로 느긋하게 돌아다니면서 쓰레기 같은 걸 주워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적잖은 문화충격 같은 것을 받게 된다.
이번에 간 가게는 '메시나'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다. 쇼핑몰의 1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예전에 모 유튜브 채널에서 매우 진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라며 추천받은 기억이 있어 한 번 경험삼아 들러 보기로 했다.
다양하고 화려한 아이스크림 종류들 중에서 두 가지를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아이스크림 진열장 앞을 서성거리며 둘이 끙끙거린 끝에, 가장 진해 보이는 초콜릿 헤이즐넛 티라미수와 그나마 부드러운 맛일 듯한 호키포키를 하나씩 사 보기로 했다. 과연 거의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점도와 진한 맛을 자랑하는, 무척 깊이 있는 맛의 아이스크림이었다. 다만 단맛에 단련되지 않은 동양인에게는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단맛이어서, 첫 몇 입은 상당히 맛있었지만 가면 갈수록 조금씩 물리는 그런 맛이었다. 무척 잘 녹는다는 사실은 덤.
메시나 아이스크림을 떠나 시드니 박물관 앞을 지나서 동쪽으로 쭉 가다 보면 예의 그 맥쿼리 스트리트를 다시 만난다. 마치 고풍스러운 성 같은 건물이 하나 멀리 보이기에 무엇인고 했더니 시드니 콘서바토리엄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 보니 철제로 된 울타리문 하나가 눈에 띈다. 시드니 왕립식물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란다. 시내 구경을 많이 했으니 여기를 좀 돌아보면서 눈을 쉬어 볼까. 방문글도 여기에서부터는 사진 위주로 작성해 보고자 한다.
한바탕 즐거운 식물원 관광을 마치고,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이다. 바로 앞에 있어서 걷다 보니 우연찮게 닿았는데, 이 이야기는 또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