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린가든센터에 갔다 온 지 일 주일. 요즘 아내가 여러 가지 일로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 것 같아, 기분 전환으로 나들이를 제안해 봤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도 해 보고, 드라이브를 가자고도 해 봤지만 그다지 신통한 반응을 받지 못했다. 어디를 가면 좋아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내가 어디서 찾아왔는지 파주에 있는 '조인폴리아'를 가 보자고 했다. 일 주일 만에 다시 가든센터라고? 오히려 좋지.
대중교통을 타고 갈 수 있는 거리기는 하지만, 뭘 얼마나 사들고 올지 몰라서 차를 빌리기로 했다. 날씨도 춥고,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 1킬로는 떨어져 있기도 하고. 다만, 식물은 각각 한 개씩만 사기로 했다. 지금도 벌써 집에 화분이 40개를 넘기고 있는데(여기에는 지난한 사정이 있다. 한 달도 안 돼서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를 또 쓰게 생겼다) 또 정신 놓고 화분을 미친 듯이 사들였다간 정말 집이 식물에 점령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개장 시간에 비슷하게 맞춰 도착했다.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별로 없다. 귀에 예쁘게 머리끈을 하고 있는 말 장식을 지나서, 엄청나게 큰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마주치는 것은 문간에 쌓인 상토와 피트모스, 비료 등의 흙 종류들이다. 코코매트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등산로에 깔려 있는 것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 제품의 형태로 말려서 팔리고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체온 측정과 방문객 등록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것은 문간에 쭉 늘어서 있는 토분과 묘목들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토분들이 놓여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묘목은 주로 야자와 고무나무류인데, 야자는 집에 있고 고무나무는 그렇게까지 취향이 아니어서 패스한다.
행잉 틸란드시아를 지나면 바로 이렇게 무시무시한 크기의 온실원이 나타난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들은 거의 다 파는 식물류이다. 오른쪽 종이컵에 담긴 것은 구근류이고, 행잉플랜트 형태로 식재된 나비란이나 피시본 등도 많이 있다.
판매용 식물들은 주로 중앙 대로를 중심으로 하여 펼쳐져 있다. 주로 관엽식물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수기인 겨울이라 그런지 대부분 제법 큰 폭으로 식물을 할인해서 팔고 있었다. 더그린가든센터에서 라피도포라 테트라스페르마(히메 몬스테라)를 3천원에 사 왔었는데, 여기는 2천원.
다육식물들도 다양한 종류가 전시되어 있다. 다만 우리 부부는 코노피튬 종류를 좋아하는데, 녀석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듯했다. 봄에 다시 오면 있겠지?
칼라데아 진저 종류는 언제 봐도 특이하다. 잎의 뒷면은 묵직한 느낌의 보랏빛인데, 앞면은 진녹색에 누군가가 스크래치로 그어 놓은 듯한 핑크빛 잎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하나하나 그은 것처럼 어쩜 저렇게 무늬가 날 수가 있지? <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일로 작가님은 '잎맥에서 필압이 느껴진다'고 표현하셨는데, 딱 그 말이 맞다.
틸란드시아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귀여웁지만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감이 안 오는 콩란도 잔뜩.
물토란(콜로카시아)류와 알로카시아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베란다라도 있어야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토란류나 알로카시아류는 잎이 참 예쁘긴 한데, 예민할 것 같은 느낌도 동시에 든다.
전 주에 더그린에서 샀던 어텀 엠버 품종은 퍽 비싼 종류에 해당하는 듯, 여기에는 한 포트에 5천 원 이하인 베고니아 품종들이 잔뜩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마틴즈 미스테리'라는 품종인데, 이게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도통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은회색과 분홍색을 적당히 섞은 듯 이리 보면 은색, 이리 보면 분홍색인 잎인데, 잎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펄 같은 것이 깔려 있어 잎이 반짝반짝 빛난다. 너희 조상 품종이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예쁘게 컸니?
다음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마오리 소포라'다. 뉴질랜드 원산의 콩과 나무인데, 자잘자잘한 이파리들이 제멋대로 지그재그로 난 가지에 위태로운 듯 얹혀 있다. 황량한 듯하면서도 싱그러운,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내는 이 녀석이 특히 마음에 든 듯,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하긴 내가 보기에도 예쁜 식물이다. 귀여운 이파리에 그렇지 못한 강인해 보이는 나뭇가지가 인상적이다.
재미있게도 파는 식물들의 진열대를 넘어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면, 직원들이 순화나 생장을 위해서 뒤쪽으로 빼 놓은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게 또 다른 재미다.
아마 이렇게 많은 틸란드시아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틸란드시아가 마치 주력 상품이라도 되는 듯, 아예 틸란드시아만이 잔뜩 쌓여 있는 배양대가 한 곳도 아니고 예닐곱 곳 정도는 있는 듯했다.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틸란드시아가 천장이고 배양대고 온통 깔려 있는 모습은 하나의 장관이다. 개중에는 꽃을 피운 녀석들도 있는데, 꽃의 모양과 크기도 제각각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이런 배양대에는 하나같이 '비매품', '순화 중',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등의 표시가 적혀 있으니, 새 틸란드시아를 구매하고 싶다면 반드시 판매대에 있는 녀석들을 주워 가도록 하자.
그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사람 몸뚱아리보다 더 큰 박쥐란이 있는가 하면,
아기 식물들과 고사리로 가득 찬 작은 밀림도 있고,
덩치 좋은 야자와 커피나무로 가득한 이런 정글 같은 곳도 있다.
뭘 살지 고민하는 도중에 발 밑으로 웬 예쁘게 털을 다듬은 페르시안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다가와 부비적거리더니, 벌러덩 누워서 배를 까고 애교에 열심이다. 여긴 뭐지? 천국인가?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인 듯한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데다 쓰다듬어 주니 고로롱거리면서 매우 기분 좋아한다. 한참을 우리와 함께 놀다가 뭔가 생각난 듯 일어서더니, 이번에는 다른 손님에게 다가가서는 털퍼덕 드러누워 버린다. 이렇게 순한 고양이는 세상 처음 봤다. 녀석을 보기 위해서라도 더 자주 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벌써부터 두렵다.
매대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아예 식물원으로 꾸며 둔 공간이 나타난다. 여기부터는 카트를 끌고 들어갈 수 없다. 문간에 들어가자마자 반겨 주는 압도적인 사이즈의 식물들로 인해, 내가 지금 가든센터에 온 건지 서울식물원 온실에 온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손이나 얼굴 같은 데에 비교하기에는 이미 민망할 정도로 무식하게 큰 물토란 잎 하며,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이미 엄청난 크기로 멋들어지게 자라난 관엽식물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키우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까?
천장을 뚫을 만큼 높이 자라난 여인초와 파초, 마치 커튼처럼 드리워진 다양한 고사리와 덩굴 식물들도 분위기를 더한다. 심지어는 값비싸기로 소문난 알보 몬스테라와 무늬 몬스테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에 자라나고 있다. 콜레우스 종류와 필로덴드론 '핑크프린세스'도 잘 자라고 있다. 나는 콜레우스 종류가 그렇게 예쁘더라고.
흥미롭게도 과실수도 다수 심겨져 있다. 이제는 여기에서는 흔한 커피나무뿐만 아니라, 집에서 열심히 발아해 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파파야나무,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약방의 감초 망고나무도 곳곳에서 쓱쓱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 식물원에 온 듯이, 이렇게 독특한 컨셉트의 휴식 공간도 있다. 탁자와 의자가 놓인 곳도 있고, 강의를 위한 포디엄과 계단식 의자도 있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이 그물침대인데, 풀숲 속에서 그물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자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그물침대가 끊어질까 두려워(?) 지레 겁먹고 내려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식물원 구경만 하기에도 너무 재미있어서, 곧 수능이 끝날 처제를 데리고 다시 놀러 올까도 싶었다.
한 바퀴 돌고 나와 보니, 놀랍게도 아까 들어왔던 현관의 반대편에 또 식물 판매대가 있었다. 일단 그 쪽으로 가서 뭔가 다른 품목들을 팔고 있는지 구경하기로 한다. 막상 들어가 보니, 이쪽은 뭔가 가격이 좀 있는 식물들이나 선물용 식물들을 주로 판매하는 구역인 듯하다.
이렇게 예쁜 모양의 선물용 사랑목을 팔고 있는가 하면, 벌써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무늬 몬스테라(타이 컨스텔레이션)도 진열되어 있다. 한정판으로 판매한다는 보석란이라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한 포트에 팔천 원이다.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기는 하지만, 80프로 이상의 습도를 유지하며 키워 줘야 한다니 나에게는 그저 언감생심이다.
값비싼 베고니아 종류는 안 파는 건가 싶었는데, 웬걸 이쪽으로 건너오니 제법 값이 나가는 목베고니아류도 팔고 있다. 한 포트에 기본적으로 2만 원은 넘어가는 가격. 붉은빛이 도는 잎을 가진 베고니아도 좋아하지만, 역시 푸른색을 좀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녀석들도 아주 맘에 든다.
근데 핑크 콩고는 좀 선을 넘었죠. 핑크 색상이 없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닌가요...ㅋㅋㅋ
상대적으로 배양이 쉽다던 무늬 몬스테라도 유묘 상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63,000원. 그 옆에 놓인 무늬 아단소니는 무려 삽수에 불과한 것이 한 장에 80만 원이다. 깡패가 아니고 뭔가! 무늬 몬스테라를 들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얘를 좁디좁은 우리 집에서 키운다고 껍적댔다가는 정말로 집이 식물로 잠식될 것만 같아 포기하기로 했다.
이렇게 돌아보고 나니, 막상 나는 딱히 들이고 싶은 품목이 없었던 반면에 아내는 마오리 소포라와 베고니아 마틴즈 미스테리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끙끙대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럴 바에야 그냥 요 두 녀석을 같이 사서 들어가지 뭐. 대신 500원짜리 작디작은 틸란드시아 한 포기와 코코칩 한 봉지를 추가하는 것으로 쇼핑을 마무리했다.
두 주에 걸쳐서 산 식물들까지 해서, 새 식물들 업데이트는 또 한 번 올리는 것으로 하자.
+ 봄에 오면 콜레우스가 많을 듯하다. 봄에는 꼭 한 번 들러야겠다.
+ 근처에 생각보다 맛집이 좀 있는 듯하다. 점심으로 근처에 있는 식당 '복청'에 들러 복국을 시켜 먹었는데 은근하니 정말 맛있었다. 지척에 있는 가성비 최강의 도너츠 가게 '조은도너츠'에도 들러 봤는데 벌써 준비해 둔 양이 다 떨어졌단다. 다음에 갈 때는 미리 들러서 도너츠를 사든지, 아니면 예약을 했다 추후에 들르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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