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아내가 가져온 사회공헌 키트는, 바로 이거죠. (모 가죽공예 유튜버님의 흉내를 내 보았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배포하고 있는 북커버 만들기 키트. 재단되어 있는 가죽을 가지고 책을 끼울 수 있는 북커버를 만들어 복지회로 다시 보내는 형태란다. 재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비닐봉투를 열어 보면 갈색 종이봉투가 하나 더 나오고, 그 안에 북커버 만들기 키트가 들어 있다. 아동학대 피해를 받은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키트라는데, 이 북커버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형태의 사회공헌인지, 아니면 이렇게 만들어진 북커버를 판매해서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을 지원하는 형태의 사회공헌인지는 잘 모르겠다. 설명서를 항상 잘 읽어야 한다지만 그걸 늘 잘 못 한다.
포장을 열면 이렇게 구성품이 들어 있다. 바느질용 실과 바늘, 펜꽂이를 만들 때 필요한 자투리 가죽이 두 장, 그리고 북 밴드로 활용될 갈색 고무줄이 하나. 책 겉을 감쌀 큰 가죽 한 장과 책날개로 쓰이게 될 작은 가죽 두 장. 구성품은 이것이 전부이다. 여기에 설명서가 들어 있기는 한데, 방법이 무척 간단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다소 혼란이 올 수 있으므로 아예 설명서 하단에 있는 QR코드를 통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시 한 번 만드는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작업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나는 바느질을 퍽 좋아하고 또 익숙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 시간도 안 돼서 뚝딱 해치울 수 있었으니까, 지난번의 점자책 봉사보다는 훨씬 품이 덜 든 셈이다. 바느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북밴드 만드는 건 어려울지라도 북커버 자체는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실을 1.3 - 1.4미터 정도 끊어서 바늘에 꿴 뒤, 커버 등판과 날개를 엮어 주도록 홈질한다. 한 바퀴 홈질이 돌면 반대로 홈질하여 구멍 사이에 빈틈이 없도록 한다.
설명서에는 1미터 정도로 끊으라고 되어 있지만 그러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타래에 감긴 실은 생각보다 그 양이 많기 때문에, 넉넉잡아 1.3 - 1.4미터 정도 끊기로 하자. 실도 굵고 바늘귀도 굵기 때문에 쉽사리 실을 바늘에 꿸 수 있다. 다만 한 번 실을 꿴 뒤에 뒷실을 묶에서 두 겹으로 만들지는 않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실이 구멍 안으로 쉽사리 들어가지 않을 뿐더러 치명적인 실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한 바퀴 홈질이 전부 돌면 실을 자르거나 하지 말고, 그대로 돌아나와서 빈 공간에 홈질해 주면 된다. 마지막 구멍까지 돌아오게 되면 책날개 가죽에만 한번 홀치기를 한 뒤 단단하게 묶어 준다. 요령이라면 여기에서 묶은 실 길이를 살짝 길게 해 주거나, 매듭을 3회 정도 해 주는 것이 좋다. 2회짜리 맞매듭만 갖고는 너무 쉽사리 매듭이 풀려 버린다.
2. 북밴드를 만든다. 자투리 가죽 안쪽의 거친 부분에 고무줄 끝을 중심선의 살짝 위쪽으로 덧대어 한 번 구멍을 뚫고, 그 맞은편으로 고무줄의 다른 끝과 자투리 가죽의 다른 쪽을 꿰어서 고정시킨다. 그 다음은 북커버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홈질을 반복한다.
물론 대바늘이 무척 굵고 튼튼하고 뭉뚝하기 때문에 크게 다칠 염려 없이 작업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고무줄이 생각보다 바늘에 잘 뚫리지 않으므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밴드가 중간에 뫼비우스의 띠마냥 꼬여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한 번 확인한 뒤 자투리가죽 반대편을 꿰어 주도록 하자.
3. 완성! 참 쉽죠?
밴드에 달리게 될 펜꽂이용 자투리 가죽은 두 종류가 동봉되기 때문에, 원하는 색깔을 골라 만들 수 있다. 다 만든 밴드를 북커버에 잘 둘러 주고, 다시 예쁘게 종이봉투와 비닐봉투에 왔던 그대로 포장해서 보내면 된다.
참 오랜만에 머리 대신 손을 써서 뭔가를 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재봉을 좋아하지만 최근 여러모로 다망하여 반짇고리는 손도 못 대고 있었는데, 머리를 비우고 그저 손을 부산하게 움직일 뿐인 작업을 고작 30분 남짓 했을 뿐인데 이토록 결과물이 명확하게 나오다니, 퍽 흥미로웠다. 이 북커버가 어떤 형태로 아동학대 피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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