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이 있어 카쉐어링으로 차를 빌려서 경기도 근교를 다녀오는 길에,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곳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최근에 커피 내리는 일에 빠져 있다 보니 커피 용품이나 원두 등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는데, 극도로 아날로그적이고 (업계인이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쇼핑에 회의적인 사람이다 보니 실제로 용품들을 진열해 놓은 매장에 대한 갈망이 깊어지던 차였다. 차로만 갈 수 있는 거리에 꽤 괜찮은 커피용품 가게가 있다는데, 기왕 차 빌린 김에 한번 가 볼래? 커피는 한 잔도 못 마시지만 호기심만큼은 언제나 넘치는 아내는 선뜻 그러자고 하였고, 우리는 운전대를 고양으로 돌렸다.
중간에 길을 한 번 잘못 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뻔 했지만, 우연히도 아내가 예전부터 가고 싶어했던 평안도식 손만두 가게가 지척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겸사겸사 가게에 들러 만둣국 2인분을 포장해서 싣고(참고로 상당히 맛있었다! 맛을 잊지 못해서라도 한 번 더 갈 만할 것 같다), 다시금 엉금엉금 길을 찾아가기로 했다. 지도를 잘 보지 못하는 아내가 (만두의 기운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잘못 들었던 길을 잘 지적해 줘서 이번에는 무리 없이 가게를 찾아가는 데 성공했다.
가게 이름은 '이곳은 커피용품 마켓'.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힙해.
평소에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편도 4킬로미터를 넘긴 하지만) 선유도의 '어라운지'를 자주 가는 편인데, 어라운지가 '영업장용 용품'에 보다 특화되어 있다면 이곳은 '개인용 용품'에 방점이 찍혀 있는 곳 같았다. 전문적인 용품들 또한 많이 구비해 두긴 했지만, 업장에서는 쓰이는 일이 별로 없는 모카포트라든가 냉침용 병, 2인용 찻주전자 등 가정에서 더욱 많이 쓰일 법한 물건들이 더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도권에 커피 인구가 많다고는 하지만 모카포트 하나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매장이 거의 없을 뿐더러, 그나마도 많이들 사가는 몇몇 제품들만 겨우 전시해 두는 것이 고작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곳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직원의 설명을 듣고 구입까지 할 수 있는 배리에이션이 상당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인상깊었다. 이름마냥 '커피용품 마켓'이라는 기능에 지극히 충실한 멋진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원두 진열대의 사진만은 찍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틀 전에 근처의 로스터리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전시해 두고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이어서 하마터면 눈이 뒤집힐 뻔 했다. '베리 초코' 원두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 이렇게 두 팩을 구매해 왔다. 다양한 배리에이션의 원두를 준비해 두고 견적서를 적어서 요청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로스팅해 담아 주는 어라운지와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원두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커피 용품'의 배리에이션이 어라운지에 비해 상당히 넓기 때문에 말하자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둘 다 좋은 가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고 싶은 용품이 생기면, 다음에도 아내와 함께 만둣국집과 묶어서 차를 타고 쓱 왔다가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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