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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다 하는 신혼여행] 0. 시작 대만유람기를 다 끝내고 나서 한동안 쓸 거리가 없어서 곤혹스러웠다. 간간이 동네 근처의 가게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집에서 했던 일들에 대해 소개하는 일은 있었지만, 워낙 단조로운 삶을 살다 보니 그나마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마땅히 쓸 건덕지가 있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종종 챙겨보는 tvN의 에서, 얼떨결에 붙잡혀 출연하게 된 나영석 PD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tvN으로 이적했을 때 무엇을 보여 드려야 할지 무척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은 조금 욕 먹더라도 하던 것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다." 물론 내 여행기는 읽는 사람도 적고 거의 자기만족용으로 쓰는 것이지만, 예전에 다녔던 여행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적어 보다 보면 잊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도 있고,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지.. 2021. 7. 25.
오븐 업그레이드하기: 브레빌 BOV820 지난 일 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아내가 생일 선물로 받아 온 오븐 토스터기는 사실상 내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이걸로 정말 별별 것을 다 구웠다. 빵부터 시작해서 쿠키, 케이크, 피자, 마들렌, 휘낭시에, 심지어는 까눌레까지 잘도 구워댔다. 지금도 기능에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과자류를 구울 때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잘 부푸는 케이크류나 빵류를 구울 때면 거의 백 퍼센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상부 열선에 들러붙어서 타들어가곤 했다. 물론 청소에도 제법 고생을 했고.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던 일들이지만 여러 번 반복되니 점차 짜증이 쌓이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더 이상 탄 빵을 먹기도 싫고,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집에 있을 거 로스.. 2021. 7. 19.
[레시피] 카모세이로鴨せいろ: 따뜻하고 구수한 일본식 오리고기 메밀국수 같은 음식을 가지고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식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로 메밀국수(そば, 소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메밀국수는 차게 먹는 음식입니다. 쯔유와 면을 따로 내는 일본식 자루소바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메밀국수 종류인 막국수나 평양냉면 등도 차게 먹는 국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물론 차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따뜻한 소바 국물'은 이미 에도 시대부터 일본인에게 친숙한 겨울의 풍물시 중 하나입니다. 섣달 그믐이 되면 뜨끈하게 끓인 해넘이 소바(토시코시소바, 年越しそば)를 먹기도 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옛날 이야기 에서는 한겨울 길거리에서 16문짜리 소바를 사 먹고서 소바 행상에게 값을 속여먹으려.. 2021. 7. 17.
[방문기]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 지난 주에 명동 가톨릭회관에 가서 이것저것 사 오는 김에, 모처럼 명동에 나가는 김에 근처의 다른 곳들도 좀 돌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가서 책 냄새라도 맡을 테지만, 비 예보가 있는 상황에서 책을 또 잔뜩 들쳐메고 집으로 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기라도 했다간 생각하기도 싫은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 이번엔 자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이 남대문시장을 가는 것이었다.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데다가, 이곳에 매우 큰 그릇 상가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사실 그릇을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여행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그릇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거나, 사 와서 내가 쓰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 기념품으로 .. 2021. 7. 11.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 가전제품 베스트 4: 건조기, 음식물처리기, 로봇청소기, 닌텐도 스위치+링피트 전면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지도 어언 1년을 훌쩍 넘어 2년째에 접어든다. 아내는 출퇴근 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또 내가 집안일을 나름대로 즐기다 보니 우리 집 가사는 대부분 내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업주부인 내 어머니의 전례를 본받아 모든 집안일을 내 손으로 다 해치우려고 했는데, 내 회사일도 있는 상황에서 집안일까지 전부 매일매일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아내의 조언에 따라서 몇 가지 일들은 기계의 손을 빌리게 되었는데, 이 친구들 덕에 일상이 너무 편안해진 고로 다른 분들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정리해 두기로 한다. 먼지도 걸러 주고 옷도 말려 주는 세탁물 건조기 서울 시내에 사는 신혼부부의 집이라는 게 보통 그렇지만 우리 집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빨래를 널 공.. 2021. 7. 4.
3년이 지나서야 쓰는 가루다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클래스 체험기 자카르타를 다녀온 지가 어느덧 3년째인데도 여전히 자카르타 여행기가 많이 있지를 않아서, 그냥 자카르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몇 가지 경험들을 적어 보고자 한다.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은 선택이다. 우리 회사에서 출장을 갈 적에는 보통 각 지역마다 정해져 있는 기본 여행경비라는 것이 있다. 해당 경비 안에서 항공권을 구입하게 되는 것인데, 단거리인 일본의 경우에는 김포-하네다 셔틀에 들어가는 전일본공수(ANA) 왕복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수 있는 경우도 제법 있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운이 좋아야 왕복 중 한 편에 비즈니스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가 끝나고 출장이 재개되면 한동안 비행기값이 비쌀 게 뻔하므로 비즈니스 클래스는 언감생심이 되겠지만,.. 2021. 6. 27.
[방문/포장기] 서울시 마포구 '문일리'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시는지? 고랫적부터 우리는 어떤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가지고 늘 싸워 왔다. 이미 조선 시대부터 복어를 먹는 것이 옳으냐 마느냐를 가지고 열띤 논쟁을 벌여 왔던 우리는, 지금에는 더 말할 것 없는 탕수육의 부먹 대 찍먹 논쟁이라든지 민트초코가 과연 사람이 먹을 만한 것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핏대를 세우며 말다툼을 하곤 한다. 수많은 음식 호불호에 관한 이야기들 중 가히 세계구급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것이 '하와이안 피자'에 대한 논쟁이리라. 말해 두겠지만, 나는 하와이안 피자를 퍽 좋아하는 편이다. 구워진 파인애플의 달착지근한 맛과 향이 치즈와 밀가루에 얹어져 훌륭한 조합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여느 피자 체인들이라면 다 하와이안 피자를 하나씩은.. 2021. 6. 27.
대만유람기 2019 (20) : [9일차/최종화] 8박 9일 간의 대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잘 된다 싶으면 꼭 마지막에 일이 틀어진다 청춘물 애니메이션을 보면 꼭 나오는 장면이 합숙 아니면 방학 여행이다. 신나게 놀거나 피땀눈물 흘려가며 연습한 뒤 마지막에 집에 돌아가는 장면에서 리더격의 인물이 빼놓지 않고 하는 대사. "집에 돌아갈 때까지가 여행/합숙이야!" 흘러가듯 지나가지만 빠지면 뭔가 섭한 이 대사를 정말로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곱씹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전날 잔뜩 지친 몸에 맥주를 반 캔이나마 부어넣은 탓에 취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 정말 죽은 양 잠을 자다가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듯 일어났다. 아침 여덟 시 기차를 타고 타오위안으로 올라갈 요량으로 맞춘 알람 시간이 새벽 여섯 시쯤, 맥을 못 추는 아내를 아슬아슬한 시간에 깨워서 식사를 하러 갔다. 타오위.. 2021. 6. 20.
대만유람기 2019 (19) : [8일차] 도심 속의 휴양지 치진 섬 돌아다니기, 생각보다 훌륭했던 조개박물관과 반가운 이들과의 저녁 식사, 가오슝 주교좌성당으로 마무리한 여정의 끝자락 가오슝의 발상지, 도심 속의 휴양지 치진 섬으로 구산 페리를 타고 10분 남짓 나가면 치진 섬이다. 하마싱 철도문화원구에서 서쪽 바닷가를 바라보면 바로 내다보이는 길쭉한 막대기 같은 섬으로, 지도를 보면 마치 가오슝 앞바다를 쭉 가로막고 있는 방파제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자연섬이다. 그리고 가오슝의 기반이 된 어촌 마을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말하자면 가오슝이라는 도시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원주민들도 많이 살지 않던 이 곳에 처음 도달한 한족 가족들이 동네 원주민들의 이름을 따서 '따꺼우'라고 이름붙인 작은 어촌 마을이 지금의 치진 섬 북부에 위치했고, 이 지역의 가치에 주목한 청나라와 그 뒤를 이어 지역을 점령한 서양인들, 그리고 일본인들이 이어서 도시를 개발하면서 지금의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으.. 2021. 6. 19.
한낮에 한 헌혈 : 레드커넥트 앱으로 예약해서 성분헌혈 다녀오기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헌혈을 한 번 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창졸간에 들은 이야기라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싶긴 했는데, 헌혈 자체는 한 번 하러 가긴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어서 나름대로는 기꺼운 일이었다. 아내와 나는 같은 대학에서 만나 결혼에 이른 사이인데, 며칠 전에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의 졸업생 게시판을 돌아다니던 아내가 한 동문이 올린 지정헌혈 요청 게시글을 본 모양이다. 아내 또한 금방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혈액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혈액형이 달라서 고민하다가 마침 같은 혈액형인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듣자하니 딱한 사정이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집 근처에 있는 혈액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알다시피 무작정 혈액원에.. 2021.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