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196 대만유람기 2019 (9) : [3일차] 땡볕이 내리쬐는 낮 타이베이 시내 관광 셋째 날이 밝았다. 어제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의 아침은 대만식 오믈렛과 베지 버거.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이렇게 중정을 가운데 두고 여러 개의 건물에 걸쳐 둘러싸여 있는 형태이다. 왼쪽 유리문을 지나면 바로 우리 부부가 썼던 방이 있다. 이 사진은 공동샤워실 옆에서 찍었는데, 이 책상에 사람들이 간간이 앉아서 자기네들끼리 떠들곤 했다. 셋째 날인 이날은 멀리까지 관광을 하러 나가지는 않기로 했다. 아내는 몰라도 나는 대만이 처음인 만큼, 적어도 타이베이에 오면 누구든지 들른다는 곳들은 한번씩 가 보고 싶었고, 아내도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기에 이루어진 일정이었다. 대신 국립고궁박물원을 일정에 넣은 만큼, 오전에는 일정을 최소화하고 오후 나절은 통으로 박물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화.. 2021. 2. 28. [방문기] 서울 영등포구 '어라운지 선유도점' 지난 주에 적은 이 글에서 '선유도 어라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집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워 걸어가도 (나 같은 극도의 산책 오타쿠 기준으로) 어렵지 않은 코스이기 때문에 종종 들르곤 하는데, 이번 주말에도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바람도 쐴 겸 다녀오기로 했다. 2021/02/22 - [잡담] - [방문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곳은 커피용품 마켓' [방문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곳은 커피용품 마켓' 개인적인 일이 있어 카쉐어링으로 차를 빌려서 경기도 근교를 다녀오는 길에,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곳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최근에 커피 내리는 일에 빠져 있다 보니 커피 용품이 sankanisuiso.tistory.com 바로 다음 주부터 봄을 알리는 3월이 시작된다는 것을 마치 자랑이.. 2021. 2. 28. [방문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곳은 커피용품 마켓' 개인적인 일이 있어 카쉐어링으로 차를 빌려서 경기도 근교를 다녀오는 길에,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곳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최근에 커피 내리는 일에 빠져 있다 보니 커피 용품이나 원두 등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는데, 극도로 아날로그적이고 (업계인이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쇼핑에 회의적인 사람이다 보니 실제로 용품들을 진열해 놓은 매장에 대한 갈망이 깊어지던 차였다. 차로만 갈 수 있는 거리에 꽤 괜찮은 커피용품 가게가 있다는데, 기왕 차 빌린 김에 한번 가 볼래? 커피는 한 잔도 못 마시지만 호기심만큼은 언제나 넘치는 아내는 선뜻 그러자고 하였고, 우리는 운전대를 고양으로 돌렸다. 중간에 길을 한 번 잘못 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뻔 했지만, 우연히도 아내가 예전부터 가고 .. 2021. 2. 22. 집씨통 참여하기: 도토리나무 재배일지 01 아내가 며칠 전에 기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도토리 키워 볼래? 결혼 이전에 본가에서 살 적에도 늘 식물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 온 만큼, 식물을 키운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관리에 약간 소홀한 나머지 집에 있는 친구들이 전부 비실비실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근데 갑자기 도토리를 키워 보겠느냐니 이게 무슨 소린가? 알고 보니, 난지도 노을공원에 나무를 키우자는 봉사활동에 아내네 회사가 참여하고 있어서, 도토리를 받아서 키운 다음 노을공원에 심는다는 꽤 솔깃한 취지로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풀때기라면 몰라도 나무를 키운다는 건 생판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참여하는 것은 좋긴 하지만 과연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 2021. 2. 21. 기획서 쓰기의 중요성: 앱 개발을 시작도 전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돌이켜보면 나는 희한하게도 '처음', '시작'이라는 개념에 늘 가까워 있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갈 적에도 생긴 지 2년밖에 안 된 학과에 들어갔고, 취업할 때에는 사내 최초의 프로토타입 제작자로 들어갔고, 지금은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각 잡고' 틀을 잡으려는 UX 리서처라는 직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 디자인 전공을 한 적도 없는데 어쩌다 보니 디자인실에 들어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처음 해 보는' 일들을 맡아서 진행해 왔지만, 이제야 와서 생각해 보니 막상 '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서 작성은 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직무 특성상 프로젝트 런칭 초반부터 참여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기획서 작성의 경험이 얕다는 사실을 눈앞에 두고.. 2021. 2. 15. 요세寄席의 추억: 일본 대중문화의 오래된 미래 도쿄에 갈 때마다 어떻게든 짬을 내어 들르는 곳이 있다. 정확히는 '곳들'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키하바라秋葉原를 오고가는 길에 들르는 적도 있고, 출장 기간에 여유 시간이 나면 찾기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부득불 캐리어를 끌고 찾아가는 일도 있다. 요즈음은 세월이 좋아져서 한국에서도 오타쿠 굿즈를 사 모으기 어렵지 않고, 도쿄를 자주 드나들다 보니 웬만한 동네는 얼추 다 다녀 보았기에 때로는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는 신주쿠新宿에서 주오 본선中央本線을 탄다. 아마도 일본이 아니면 지금껏 그랬고 앞으로도 경험하기 어려울, 어떤 경험을 하러 가는 것이다. 2016년경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애니메이션 하나가 있었다. 이라는 작품이다. 쿠모타 .. 2021. 2. 15. 대만유람기 2019 (8) : [2일차] 복닥복닥한 스펀과 등불이 아름다운 지우펀, 그리고 건조기지옥 스펀十分, 하늘을 나는 천등만으로는 묘사가 부족한 마을 흔히 스펀이라고 하면 이른바 '예스진지' 투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예류지질공원, 스펀, 진과스, 지우펀의 네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네 곳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워낙에 열악한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택시 투어 등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이번 신베이 투어의 주 목적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허우퉁이었기 때문에, 허우퉁에서 기차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스펀과 지우펀만 다녀오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허우퉁 역에서 기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스펀 역이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 거리인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기차가 보통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는데다가 철로가 깎아지른 낭떠러지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 2021. 2. 7. 인터넷을 통근하는 재택근무자를 위한 가이드: 1. 늘어난 시간을 어찌할 줄을 모르겠어서(1) 여느 때와 다름없는 월요일 아침, 잠에 절어 있는 아내에게 아침을 먹여 출근을 시키고 커피 한 잔을 내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게임을 조금 하며 커피를 곁들인 내 몫의 아침을 먹는다. 그러다가 문득 달력을 보았다. 작년 추석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설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오히려 이름조차 거론하고 싶지 않은 그 질병이 여전히 위세를 떨고 있는 탓에, 올해는 새해 첫 날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것조차도 어떠한 종류의 사치가 되어 버린 것만 같다. 올해 설은 그렇고, 지난 설은 어땠더라. 생각이 꼬리를 문다. 돌이켜 보니 회사에 매일같이 출근해서 일을 하던 시절도 벌써 퍽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작년 2.. 2021. 2. 7. 대만유람기 2019 (7) : [2일차] 국부사적관, 타이베이 역에서 고양이마을 허우퉁까지 타이베이국부사적관臺北市國父史蹟館, 쑨원의 자취를 기리는 공원 까오지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느긋하게 걸어 타이베이 역으로 향했다. 허우퉁으로 가는 일반열차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그 동안에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타이베이 역 바로 앞의 교차로 근방에 작은 공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40분 정도 시간이 비니, 여기서 20분 정도 거닐면서 시간을 때우다 출발해도 기차 시간에는 맞겠다 싶었다. 로마자 표기만 봐서는 대체 무슨 박사를 기념하는 공원인가 싶겠으나, Sun Yat-sen이란 신해혁명의 주도자이자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孫文 박사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Yat-sen은 그의 자 '일선逸仙'을 광둥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어쩐지 공원 문 앞에 웬 낯이 익은 콧.. 2020. 4. 21. 대만유람기 2019 (6) : [2일차] 조식, 장안천주당, 까오지 동파육과 소롱포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조식 어제 밤 늦게까지 뽈뽈거리고 돌아다닌 탓인지, 이튿날 아침에는 제법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내가 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조금 일찍 침대에서 기어나와 대충 씻고 조식을 주문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아침식사 메뉴는 주로 대만식 오믈렛과 토스트 종류였다. 대만식 오믈렛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계란과 야채를 섞어서 스크램블드 에그 비슷하게 만든 다음 그걸 또띠야로 싼 느낌의 요리였다. 오믈렛 하나 만들 때에도 충실하게 대만식 향신료를 뿌려 놓아서, 생긴 건 서양식 요리인데 대만의 향이 아낌없이 나는 이채로운 아침 식사였다. 토스트는 뭐, 평범하다면 평범한 프렌치 토스트였는데, 퍽 맛이 괜찮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법 수준이 높은 요리들이어서, .. 2019. 11. 9. 대만유람기 2019 (5) : [1일차] 시먼딩 미식탐방, 천문과학관 달구경과 스린 야시장 시먼딩의 길거리 음식 시먼딩西門町으로 나왔다. 파란색 반난선板南線을 타고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한 정거장이다. 시먼딩은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로,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시먼역 출구로 나오면 무슨 명동 롯데백화점 사거리 내지는 시부야 스크램블을 방불케 하는 불야성이 펼쳐진다. 철도패스 수속을 마치자마자 이쪽으로 나온 것은 여기에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는 것을 사전에 찾아 두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타이베이도 어쨌든 식후경 아니겠는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아종면선阿宗麵線'이라는 곱창국수 전문점이었다. 곱창이 들어간 국수라면 작년 6월에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먹었던 카스우동 이래로 처음이다. 곱창의 기름진 맛을 퍽 좋아하기 때문에, 저으기 설레었다. 가게 앞은 제 차례를 기다리며 .. 2019. 11. 8. 대만유람기 2019 (4) : [1일차] 숙소에 짐 풀고 철도 패스 구하기 타이베이에서 묵을 숙소로 이번 여행에서 난생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아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가끔씩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곤 했었다. 반면 나는 중증도의 토요코인 죽돌이라 일본만 가면(사실 부산 갈 때도) 거의 토요코인을 썼고, 취직 후 일본 외의 나라에 갈 때에도 호텔 아니면 리조트에만 묵었기 때문에 사실 좀 걱정이 되었다. 경험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겁만 많아서, '게스트하우스는 남이랑 같은 방에서 자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랑 열심히 놀아야 하는 곳'이라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왔는지 모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탓이다. 반면 토요코인은 마! 어디를 가든 질이 일정하고! 값도 적절하고 조식도 주고! 을매나 좋노! 으이! 이러던 촌놈이 토요코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대.. 2019. 11. 6. 이전 1 ···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