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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2

하야시야 히코로쿠 이야기 라쿠고 이야기를 기묘하게도 꾸준히 적게 된다. 한국에는 워낙 팬이 적다 보니,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도 이야기할 만한 상대가 없어 별 수 없이 이렇게 글로나마 적어 두며 적적한 마음을 푸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이미 노령으로 세상을 떠난 라쿠고가가 있다. 그러나 그의 별세 이후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젊은 라쿠고 팬들은 아마 그의 말투나 행동거지에 대해 마치 직접 본 듯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그 답은 스승이 돌아가실 무렵의 나이에 거의 가까운 연령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그의 제자가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살아 있는 제자로 인해 돌아가신 스승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셈이다. 라쿠고가의 이름은 시간에 따라 종종 변하곤 한다지만, 그의 이.. 2021. 3. 27.
길찾기꾼의 관상 남들보다 배는 더 어떤 일을 겪는 사람이 꼭 있다. 내 얘기다. 지나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꼭 날 붙잡고 길을 묻는다. 생긴 게 좋게 말해서 무던하게, 나쁘게 말해서 만만하게 생겼기 때문인가 싶다. 저 사람에게 물어보면 적어도 내치고 쌩 제 갈 길이나 가 버리지는 않겠구나 싶을 테지. 거울 속에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리는 것이다. 간단하게는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을 적에 무슨무슨 역으로 가려면 이 승강장이 맞느냐는 질문부터, 운동삼아 동네 산책을 나섰는데 헙수룩한 차림새의 웬 아저씨가 동대문까지 걸어가려면 이 길이 맞느냐는 물음까지도 받아 보았다.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나와 아저씨가 있던 곳에서 동대문까지는 편도만 14킬로가 넘어가는 거리.. 2021.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