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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8

대만유람기 2019 (12) : [4일차] 후끈후끈 베이터우 온천과 천상의 훠궈 칭화자오 신베이터우 역에서 지열곡까지, 더위 속에서 더위를 찾으러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단수이 역에서 다시 단수이신이선 전철을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베이터우北投 온천이었다. 베이터우 역까지 가서 전철을 한번 갈아타고 한 정거장 타면 신베이터우新北投 역에 닿는다. 본래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 군인들의 휴양소로 개발된 온천지대로, 상당히 최근까지도 그때부터 내려온 사창가가 있었지만 천수이볜 총통이 집권하면서 전부 밀어버리고 건전한 온천 휴양지로 재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천수이볜의 여러 정책에는 물론 비판받을 만한 구석들도 있었겠지만, 이 정책만큼은 그가 상당히 앞을 내다보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베이터우 역과 신베이터우 역을 왕복하는 지선열차는 3량짜리 몽당열차인데, 재미있는.. 2021. 4. 18.
대만유람기 2019 (11) : [4일차]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단수이 벌써 넷째 날이라니 믿겨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았고, 아니나 다를까 더웠다. 그러나 이렇게 더울 때일수록 즐기는 온천이 그야말로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오늘은 온천에 가기로 한 날이다. 타이베이 수도권에서 오롯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하루의 시작은 단수이신이선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야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이면서도 고즈넉한 동네 단수이淡水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과 계륜미의 청순미가 폭발했던 대만의 유명한 청춘 영화 의 촬영지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과 정씨 왕국 등 다양한 세력들이 저마다 개척항구로 활용했던 파란만장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에 걸맞게 이 지역에는 지금도 서양식 건물과 중화식 건물, 그리고 일본식 .. 2021. 3. 28.
대만유람기 2019 (10) : [3일차] 압도적인 국립고궁박물원과 의문의 밤산책, 그리고 훌륭했던 발 마사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만유람기를 적기 시작한 이후로 벌써 열 번째 글이다. 글은 열 개나 쌓였는데 아직도 사흘차이고, 심지어 아직 타이베이 근교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두어 개의 글을 더 쓸 때까지는 타이베이 근교에서 계속 체류할 예정이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새록새록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만큼은 반가운 일이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찍어 본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도대체 이놈의 역병은 언제쯤 가라앉는단 말인가. 하루빨리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대만 동부 유람을 가 볼 수 있게 된다면 소원이 없겠다. 국립고궁박물원国立故宮博物院, 찬란한 중화문화의 진수 드디어 벼르고 별렀던 그곳, 국립고궁박물원으로 향한다. 우육탕면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발걸음도 가볍게 둥먼東門 역에서 다시 .. 2021. 3. 7.
대만유람기 2019 (9) : [3일차] 땡볕이 내리쬐는 낮 타이베이 시내 관광 셋째 날이 밝았다. 어제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의 아침은 대만식 오믈렛과 베지 버거.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이렇게 중정을 가운데 두고 여러 개의 건물에 걸쳐 둘러싸여 있는 형태이다. 왼쪽 유리문을 지나면 바로 우리 부부가 썼던 방이 있다. 이 사진은 공동샤워실 옆에서 찍었는데, 이 책상에 사람들이 간간이 앉아서 자기네들끼리 떠들곤 했다. 셋째 날인 이날은 멀리까지 관광을 하러 나가지는 않기로 했다. 아내는 몰라도 나는 대만이 처음인 만큼, 적어도 타이베이에 오면 누구든지 들른다는 곳들은 한번씩 가 보고 싶었고, 아내도 내 의견을 존중해 주었기에 이루어진 일정이었다. 대신 국립고궁박물원을 일정에 넣은 만큼, 오전에는 일정을 최소화하고 오후 나절은 통으로 박물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화.. 2021. 2. 28.
대만유람기 2019 (7) : [2일차] 국부사적관, 타이베이 역에서 고양이마을 허우퉁까지 타이베이국부사적관臺北市國父史蹟館, 쑨원의 자취를 기리는 공원 까오지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느긋하게 걸어 타이베이 역으로 향했다. 허우퉁으로 가는 일반열차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그 동안에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타이베이 역 바로 앞의 교차로 근방에 작은 공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40분 정도 시간이 비니, 여기서 20분 정도 거닐면서 시간을 때우다 출발해도 기차 시간에는 맞겠다 싶었다. 로마자 표기만 봐서는 대체 무슨 박사를 기념하는 공원인가 싶겠으나, Sun Yat-sen이란 신해혁명의 주도자이자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孫文 박사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Yat-sen은 그의 자 '일선逸仙'을 광둥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어쩐지 공원 문 앞에 웬 낯이 익은 콧.. 2020. 4. 21.
대만유람기 2019 (6) : [2일차] 조식, 장안천주당, 까오지 동파육과 소롱포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조식 어제 밤 늦게까지 뽈뽈거리고 돌아다닌 탓인지, 이튿날 아침에는 제법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내가 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조금 일찍 침대에서 기어나와 대충 씻고 조식을 주문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아침식사 메뉴는 주로 대만식 오믈렛과 토스트 종류였다. 대만식 오믈렛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계란과 야채를 섞어서 스크램블드 에그 비슷하게 만든 다음 그걸 또띠야로 싼 느낌의 요리였다. 오믈렛 하나 만들 때에도 충실하게 대만식 향신료를 뿌려 놓아서, 생긴 건 서양식 요리인데 대만의 향이 아낌없이 나는 이채로운 아침 식사였다. 토스트는 뭐, 평범하다면 평범한 프렌치 토스트였는데, 퍽 맛이 괜찮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법 수준이 높은 요리들이어서, .. 2019. 11. 9.
대만유람기 2019 (5) : [1일차] 시먼딩 미식탐방, 천문과학관 달구경과 스린 야시장 시먼딩의 길거리 음식 시먼딩西門町으로 나왔다. 파란색 반난선板南線을 타고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한 정거장이다. 시먼딩은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로,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시먼역 출구로 나오면 무슨 명동 롯데백화점 사거리 내지는 시부야 스크램블을 방불케 하는 불야성이 펼쳐진다. 철도패스 수속을 마치자마자 이쪽으로 나온 것은 여기에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는 것을 사전에 찾아 두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타이베이도 어쨌든 식후경 아니겠는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아종면선阿宗麵線'이라는 곱창국수 전문점이었다. 곱창이 들어간 국수라면 작년 6월에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먹었던 카스우동 이래로 처음이다. 곱창의 기름진 맛을 퍽 좋아하기 때문에, 저으기 설레었다. 가게 앞은 제 차례를 기다리며 .. 2019. 11. 8.
대만유람기 2019 (4) : [1일차] 숙소에 짐 풀고 철도 패스 구하기 타이베이에서 묵을 숙소로 이번 여행에서 난생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아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가끔씩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곤 했었다. 반면 나는 중증도의 토요코인 죽돌이라 일본만 가면(사실 부산 갈 때도) 거의 토요코인을 썼고, 취직 후 일본 외의 나라에 갈 때에도 호텔 아니면 리조트에만 묵었기 때문에 사실 좀 걱정이 되었다. 경험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겁만 많아서, '게스트하우스는 남이랑 같은 방에서 자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랑 열심히 놀아야 하는 곳'이라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왔는지 모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탓이다. 반면 토요코인은 마! 어디를 가든 질이 일정하고! 값도 적절하고 조식도 주고! 을매나 좋노! 으이! 이러던 촌놈이 토요코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대.. 2019.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