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만여행14

대만유람기 2019 (20) : [9일차/최종화] 8박 9일 간의 대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잘 된다 싶으면 꼭 마지막에 일이 틀어진다 청춘물 애니메이션을 보면 꼭 나오는 장면이 합숙 아니면 방학 여행이다. 신나게 놀거나 피땀눈물 흘려가며 연습한 뒤 마지막에 집에 돌아가는 장면에서 리더격의 인물이 빼놓지 않고 하는 대사. "집에 돌아갈 때까지가 여행/합숙이야!" 흘러가듯 지나가지만 빠지면 뭔가 섭한 이 대사를 정말로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곱씹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전날 잔뜩 지친 몸에 맥주를 반 캔이나마 부어넣은 탓에 취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 정말 죽은 양 잠을 자다가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듯 일어났다. 아침 여덟 시 기차를 타고 타오위안으로 올라갈 요량으로 맞춘 알람 시간이 새벽 여섯 시쯤, 맥을 못 추는 아내를 아슬아슬한 시간에 깨워서 식사를 하러 갔다. 타오위.. 2021. 6. 20.
대만유람기 2019 (19) : [8일차] 도심 속의 휴양지 치진 섬 돌아다니기, 생각보다 훌륭했던 조개박물관과 반가운 이들과의 저녁 식사, 가오슝 주교좌성당으로 마무리한 여정의 끝자락 가오슝의 발상지, 도심 속의 휴양지 치진 섬으로 구산 페리를 타고 10분 남짓 나가면 치진 섬이다. 하마싱 철도문화원구에서 서쪽 바닷가를 바라보면 바로 내다보이는 길쭉한 막대기 같은 섬으로, 지도를 보면 마치 가오슝 앞바다를 쭉 가로막고 있는 방파제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자연섬이다. 그리고 가오슝의 기반이 된 어촌 마을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말하자면 가오슝이라는 도시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원주민들도 많이 살지 않던 이 곳에 처음 도달한 한족 가족들이 동네 원주민들의 이름을 따서 '따꺼우'라고 이름붙인 작은 어촌 마을이 지금의 치진 섬 북부에 위치했고, 이 지역의 가치에 주목한 청나라와 그 뒤를 이어 지역을 점령한 서양인들, 그리고 일본인들이 이어서 도시를 개발하면서 지금의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으.. 2021. 6. 19.
대만유람기 2019 (18) : [8일차] 가오슝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옌청지구와 보얼 예술특구를 둘러보고 치진 섬으로 가오슝의 오래된 미래, 옌청鹽埕의 보얼예술특구駁二藝術特區 전날처럼 두둑하게 식사를 한 뒤 오늘은 귤선을 타고 다소 멀리까지 나가 보기로 한다. 멀리까지라고 하더라도 서쪽으로 달랑 세 정거장 가서 옌청푸鹽埕埔 역에 내릴 뿐이다. 어제에 이어 날씨는 무척 좋다. 말인즉슨 덥다는 뜻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낮의 거리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는다. 지하철 출구에서 점차 서남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건물들이 점차 낮아지고, 더 낡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옌청푸역 근방은 1989년의 대화재로 한번 다 타 버린 시가지를 재건한 것이지만, 본래 이곳은 약 300년 간 항구로 활용되며 가오슝의 중심가로 기능해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후기에는 보통 옌청푸역에서 출발해서 이 .. 2021. 6. 13.
대만유람기 2019 (17) : [7일차] 가오슝에서의 하루, 재미보다는 미미美味에 치중하다 방만큼이나 훌륭한 저스트슬립 가오슝 스테이션 호텔의 조식 예정에 없이 훌륭한 방에서의 하룻밤 이후, 우리는 낙관적인 마음을 갖고 조식 뷔페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방이 훌륭했던 데다가 호텔 카페의 과자류도 맛있었던 만큼, 조식도 최소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선보이지 않겠느냐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조식 뷔페는 상당히 충실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중국식 메뉴에 비해 양식 메뉴가 좀 더 많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게 아침 식사를 다소 배불리 먹고 말았다는 게 함정이긴 했지만. 메이리다오 지하철역에서 시작하는 시내 관광, 2% 부족한 용호탑과 제법 흥미로웠던 공자묘 대만의 대도시 가운데에서는 가장 남쪽에 위치한 .. 2021. 6. 6.
대만유람기 2019 (14) : [5일차] 철덕의 천국 장화의 원형차고지, 가오메이(고미)습지의 아름다운 노을과 밤의 타이중 궁원안과 철덕의 성지 장화 원형차고지, 그리고 뭔가 애매한 음식 로우위안 춘수당 버블티를 마시며 설렁설렁 타이중 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여전히 더웠다. 타이중이라는 거점도시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타이중 시내보다는 주위의 다른 지역들을 조금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이 향한 곳은 국철 타이중 역에서 구간차(완행열차)로 20분 남짓 걸리는 도시 '장화彰化'였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는 유명한 대만 영화 의 배경지이자, 철덕들에게는 아시아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원형차고지가 소재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장화행을 결정할 때 아내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철도를 좋아하는 내가 아내에게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여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 2021. 5. 16.
대만유람기 2019 (11) : [4일차]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단수이 벌써 넷째 날이라니 믿겨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는 거짓말처럼 맑았고, 아니나 다를까 더웠다. 그러나 이렇게 더울 때일수록 즐기는 온천이 그야말로 각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오늘은 온천에 가기로 한 날이다. 타이베이 수도권에서 오롯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하루의 시작은 단수이신이선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야 만날 수 있는 이국적이면서도 고즈넉한 동네 단수이淡水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과 계륜미의 청순미가 폭발했던 대만의 유명한 청춘 영화 의 촬영지로 익히 알려져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과 정씨 왕국 등 다양한 세력들이 저마다 개척항구로 활용했던 파란만장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에 걸맞게 이 지역에는 지금도 서양식 건물과 중화식 건물, 그리고 일본식 .. 2021. 3. 28.
대만유람기 2019 (8) : [2일차] 복닥복닥한 스펀과 등불이 아름다운 지우펀, 그리고 건조기지옥 스펀十分, 하늘을 나는 천등만으로는 묘사가 부족한 마을 흔히 스펀이라고 하면 이른바 '예스진지' 투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예류지질공원, 스펀, 진과스, 지우펀의 네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네 곳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워낙에 열악한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택시 투어 등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이번 신베이 투어의 주 목적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허우퉁이었기 때문에, 허우퉁에서 기차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스펀과 지우펀만 다녀오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허우퉁 역에서 기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스펀 역이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 거리인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기차가 보통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는데다가 철로가 깎아지른 낭떠러지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 2021. 2. 7.
대만유람기 2019 (7) : [2일차] 국부사적관, 타이베이 역에서 고양이마을 허우퉁까지 타이베이국부사적관臺北市國父史蹟館, 쑨원의 자취를 기리는 공원 까오지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느긋하게 걸어 타이베이 역으로 향했다. 허우퉁으로 가는 일반열차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그 동안에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타이베이 역 바로 앞의 교차로 근방에 작은 공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40분 정도 시간이 비니, 여기서 20분 정도 거닐면서 시간을 때우다 출발해도 기차 시간에는 맞겠다 싶었다. 로마자 표기만 봐서는 대체 무슨 박사를 기념하는 공원인가 싶겠으나, Sun Yat-sen이란 신해혁명의 주도자이자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孫文 박사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Yat-sen은 그의 자 '일선逸仙'을 광둥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어쩐지 공원 문 앞에 웬 낯이 익은 콧.. 2020. 4. 21.
대만유람기 2019 (6) : [2일차] 조식, 장안천주당, 까오지 동파육과 소롱포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조식 어제 밤 늦게까지 뽈뽈거리고 돌아다닌 탓인지, 이튿날 아침에는 제법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내가 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조금 일찍 침대에서 기어나와 대충 씻고 조식을 주문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아침식사 메뉴는 주로 대만식 오믈렛과 토스트 종류였다. 대만식 오믈렛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계란과 야채를 섞어서 스크램블드 에그 비슷하게 만든 다음 그걸 또띠야로 싼 느낌의 요리였다. 오믈렛 하나 만들 때에도 충실하게 대만식 향신료를 뿌려 놓아서, 생긴 건 서양식 요리인데 대만의 향이 아낌없이 나는 이채로운 아침 식사였다. 토스트는 뭐, 평범하다면 평범한 프렌치 토스트였는데, 퍽 맛이 괜찮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법 수준이 높은 요리들이어서, .. 2019. 11. 9.
대만유람기 2019 (5) : [1일차] 시먼딩 미식탐방, 천문과학관 달구경과 스린 야시장 시먼딩의 길거리 음식 시먼딩西門町으로 나왔다. 파란색 반난선板南線을 타고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한 정거장이다. 시먼딩은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로,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시먼역 출구로 나오면 무슨 명동 롯데백화점 사거리 내지는 시부야 스크램블을 방불케 하는 불야성이 펼쳐진다. 철도패스 수속을 마치자마자 이쪽으로 나온 것은 여기에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는 것을 사전에 찾아 두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타이베이도 어쨌든 식후경 아니겠는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아종면선阿宗麵線'이라는 곱창국수 전문점이었다. 곱창이 들어간 국수라면 작년 6월에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먹었던 카스우동 이래로 처음이다. 곱창의 기름진 맛을 퍽 좋아하기 때문에, 저으기 설레었다. 가게 앞은 제 차례를 기다리며 .. 2019. 11. 8.
대만유람기 2019 (4) : [1일차] 숙소에 짐 풀고 철도 패스 구하기 타이베이에서 묵을 숙소로 이번 여행에서 난생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아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가끔씩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곤 했었다. 반면 나는 중증도의 토요코인 죽돌이라 일본만 가면(사실 부산 갈 때도) 거의 토요코인을 썼고, 취직 후 일본 외의 나라에 갈 때에도 호텔 아니면 리조트에만 묵었기 때문에 사실 좀 걱정이 되었다. 경험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겁만 많아서, '게스트하우스는 남이랑 같은 방에서 자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랑 열심히 놀아야 하는 곳'이라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왔는지 모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탓이다. 반면 토요코인은 마! 어디를 가든 질이 일정하고! 값도 적절하고 조식도 주고! 을매나 좋노! 으이! 이러던 촌놈이 토요코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대.. 2019. 11. 6.
대만유람기 2019 (3) : [1일차] 쑹산공항에서 환전/유심구매 후 시내로 쑹산공항은 여러모로 김포공항이랑 닮았다. 일본깨나 다녀본 분들이라면 하네다 공항이랑도 닮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시내에 딱 달라붙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지은 지 좀 되었는데 확장을 못 해서 어딘지 좀 비좁아 보이는 느낌까지도 세 공항은 판박이다. 일본이라면 들어가면서 심사관이랑 한두 마디 주고받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대만이야 뭐 대만국어(표준중국어)건 대만민남어건 원주민 말이건 전혀 할 줄 모르니 그냥 들어가서 여권 들이밀고 말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실 여행하면서 제일 갑갑하고도 은근히 긴장되는 시간이 이 때다. 딱히 내가 뭐 잘못한 건 없지만, 외국에 들어간다는 건 늘 긴장을 동반하는 경험인 모양이다. 입국장 카운터로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은행을 찾는 것이다. 대만의 화폐인 .. 2019.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