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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91005 Taiwan

대만유람기 2019 (3) : [1일차] 쑹산공항에서 환전/유심구매 후 시내로

by 집너구리 2019. 11. 5.

  쑹산공항은 여러모로 김포공항이랑 닮았다. 일본깨나 다녀본 분들이라면 하네다 공항이랑도 닮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시내에 딱 달라붙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지은 지 좀 되었는데 확장을 못 해서 어딘지 좀 비좁아 보이는 느낌까지도 세 공항은 판박이다.

 

딱 보기에도 느껴지는 이 김포스러움...

  일본이라면 들어가면서 심사관이랑 한두 마디 주고받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대만이야 뭐 대만국어(표준중국어)건 대만민남어건 원주민 말이건 전혀 할 줄 모르니 그냥 들어가서 여권 들이밀고 말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실 여행하면서 제일 갑갑하고도 은근히 긴장되는 시간이 이 때다. 딱히 내가 뭐 잘못한 건 없지만, 외국에 들어간다는 건 늘 긴장을 동반하는 경험인 모양이다.

 

어디서 되게 많이 본 느낌인데 이거

 

  입국장 카운터로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은행을 찾는 것이다.

대만의 화폐인 신대만달러(New Taiwan Dollar, NTD)는 한국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주요화폐 취급을 못 받는다. 그러므로 환전 시 일단 기축통화인 미화로 1차 환전을 한 다음, 그걸 또 신대만달러로 환전하는 이중환전 형태를 띤다. 그러다 보니 우대 수수료는 바닥을 싹싹 기고 있음은 물론, 대부분의 은행에서 '근처 지점에서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말인즉슨 환전 신청을 하더라도 공항 지점에 가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출국을 하려면 무조건 공항을 가야 하니 '공항 지점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디메리트는 큰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극악을 달리는 수수료다. 아무리 우대한도를 풀로 땡겨도 우대율이 5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고럼 어떡하면 된다? 그까짓 이중환전 걍 내가 직접 해버리면 된다는 거다.

 

쑹산공항 입국장 문 나가면 바로 오른편에 먼저 보이는 조풍은행(영어명 MegaBank).

  보통 한국에서 주요화폐로 쳐 주는 미화(USD), 엔화(JPY), 유로화(EUR) 정도면 국내 은행에서 환전할 때 우대율을 최대 90프로까지는 땡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주요통화들은 대만에서도 당연히 주요통화 취급이므로, 대만 은행에서도 우대율을 높이 적용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 환전 수수료를 퍽 아낄 수 있다.

 

1. 한국 시중은행에서 최대한 수수료우대를 땡겨서 주요화폐로 가져갈 만큼의 한화를 환전한다.

   : 보통 미화(USD)가 제일 안전빵이다. 천조국 만세. 엔화나 유로화는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는데, 일본인들은 걍 자기네 돈 갖다가 대만 은행 창구에 쑤셔박고 그것도 제법 효율 높게 뜨더라. 망할 선진국. 

   : 어차피 미화를 현지에서 쓸 일도 없고, 끊어치기로 환전해도 결국은 비상금으로 갖고 댕길 거니까 권종은 클수록 좋다. 100달러 몇 장에 50달러 몇 장이면 완벽.

   : 요새는 환전 신청할 때 자기 동네 근처 지점에서 수령 가능하게 다 선택할 수 있고, 귀찮으면 공항 지점 수령을 선택해도 된다. 아니면 그냥 은행 쳐들어가서 환전해 달라고 해도 보통은 된다. 다만 요새는 앱으로 환전 신청하는 게 우대율도 높고, 여행자보험 신청 같은 걸 끼워 주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실 것.

2. 환전한 외화를 수령한 뒤 곱게 모시고 비행기를 탄다.

3. 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은행부터 찾는다.

   : 쑹산공항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입국장 문 나가자마자 바로 오른편에 보면 은행들이 쭉 늘어서 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조풍은행(兆豊国際商業銀行, Mega Bank) 창구고, 그 오른편으로 꺾어서 나가면 대만은행, 중화은행 등등의 은행들이 있다. 각 은행들의 환율을 확인한 다음 진행하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우리의 경우 별 생각 없이 제일 먼저 보이는 조풍은행 가서 환전했다. 타이완의 다른 공항들로 입국한 적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4. 창구에 가서 환전을 신청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돈을 수령한다.

   : 은행 직원들은 다들 얼추 영어가 통하니까 걱정 말고 가서 돈을 내밀고 "익스체인지 플리즈Exchange, please" 하면 알아서들 해 주신다. 다만 격무에 시달려 직원들이 하나같이 뚱하니 괜스레 조선식 친절을 기대했다가 마음 상하지 말자.

   : 돈을 받으면 반드시 바로 옆으로 나가서 창구 앞에서 돈을 세도록 하자. 그래야 뭔가 액수가 잘못됐다손 치더라도 한번 더 따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엄연히 은행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안내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창구 앞에서 돈 차근히 세 보자.

   : 많은 양의 돈을 가져갈 때에는 일단 일부만 끊어치기로 환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만이 생각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빡빡하게 계획한 것이 아니라면 은근히 돈이 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남은 신대만달러를 다시 한국 가서 재환전해봤자 손해이므로, 가능하다면 그때그때 시내 은행이나 환전소에 가서 끊어치기 환전해 보자. 이렇게 우리 부부는 약 300달러를 아꼈다(!).

 

  대략 150만원 정도의 한화를 환전한다고 쳤을 때, 한국 은행에서 바로 신대만달러로 환전하는 것에 비해 적게는 5만원 남짓에서 많게는 7-8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므로(환율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웬만하면 이런 방식으로 환전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건 그렇고 화폐개혁한 지가 벌써 70년이 됐는데 아직도 '신 대만 달러'라니. 산유테이 엔죠 선생이 말씀하시길, "쇼와 10년부터 신토치기新栃木역은 '신'토치기역이걸랑요. 언제쯤 '구'토치기역이 되냐 이겁니다." 사실 대만에서 돈 셀 때는 귀찮으니까 다들 그냥 '달러'라고 하거나 '위안'이라고 해도 다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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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은 유심을 사는 것이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는 것을 깜박해서 없기 때문에, 글로만 설명하도록 한다.

 

  유심 파는 곳을 찾기는 더 쉽다. 입국장 문 나가자마자 바로 정면에 중화전신(中華電信, Chunghwa Telecom) 창구가 있다. 환전한 뒤 설렁설렁 그쪽으로 가서 유심을 사면 된다.

 

2019년 10월 초 기준으로 유심 가격은 대강 이랬다.

A. 3일권 300NTD (무제한 LTE, 통화 100NTD만큼 가능)

B. 5일권 300NTD (무제한 LTE, 통화 50NTD만큼 가능)

C. 7일권 500NTD (무제한 LTE, 통화 150NTD만큼 가능)

D. 10일권 500NTD (무제한 LTE, 통화 100NTD만큼 가능)

E. 15일권 700NTD (무제한 LTE, 통화 100NTD만큼 가능)

 

  우리는 8박 9일 동안 머무를 거고, 혹시나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각각 10일권 한 개씩 유심을 사기로 했다. 구매 의사를 표하면 직원이 정말 친절하게 (짧은) 영어로 설명해 주고, 간단한 서류 절차를 거친 다음 직접 유심을 교환해 준다. 각 유심마다 전화통화가 가능한 번호가 딸려오기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경우 만일에 대비해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이 번호를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유심까지 사고, 데이터 빵빵하게 잘 터지는 것까지 확인하면 뭐 대만 체재 준비는 다 끝난 거다.

  중화전신 창구에서 오른쪽(조풍은행 창구 쪽)으로 돌아 나가면 바로 원후선 도시철도를 타러 갈 수 있다.

 

첩운 가즈아

  대만에서 도시철도는 '첩운捷運'이라고 한다. 현재 첩운이 깔려서 돌아다니는 곳은 타이베이 도시권과 가오슝 시내뿐이다. 쑹산공항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중산역中山站, Zhongshan Station까지 가려면 일단 갈색 원후선文湖線, Wenhu Line 쑹산공항역松山機場站, Songshan Airport Station에서 전철을 탄 다음, 난징푸싱역南京復興站, Nanjing-fuxing Station에서 녹색 쑹산신뎬선松山新店線, Songshan-xindian Line으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 정도 가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한국에 오면 티머니를 사고, 일본(정확히는 도쿄)에 가면 스이카를 사듯, 타이베이에 가면 이지카드EasyCard, 悠遊卡를 사야 한다. 타이완 전역에서 널리 통하는 이 교통카드는 전철역에 가면 구매할 수 있다.

 

발권기는 대략 요렇게 생겼다.

 

  겁먹지 말고 요렇게 생긴 발권기를 찾아가면, 발권기에서 편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보통 영어를 선택하면 된다(아쉽게도 한국어는 없다). 그러고 나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발권기 화면 밑에는 현재 발급되고 있는 카드의 무늬를 보여주는 자판기만한 창이 있는데, 이런 거 모으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눈여겨보시길. 나는 별 생각 없이 발권한 다음에야 그 발권기가 산리오 캐릭터 무늬 카드만을 뱉어내는 기계라는 걸 깨닫고 골머리를 싸맸더랬다. 

  대만은 대중교통 이용료가 정말 싸다. 대충 한 1000NTD(한화 약 4만원) 정도를 넣어 놓았더니, 물론 5일짜리 교통 패스를 사용한 덕도 있기는 하지만, 이걸 대만에 있는 9일 내내 심심하면 시내버스 타고 도시철도 타고 심지어는 편의점 가서 술이랑 안주까지 사다 먹어도 채 다 못 쓰고 돌아왔다. 아마 4-5일 정도 도시권에서만 체재하실 거면 500NTD만 넣어 둬도 뽕을 뽑지 싶다.

 

한자만 없으면 태국인 줄

 

  이렇게 이지카드를 구매한 다음, 흡사 태국의 그것처럼 생긴 지하철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된다.

 

원후선 쑹산공항역 승강장
중국어로 '승강장'을 '월대'라고 하는 게 인상깊었다.
선형 생긴 건 태국스러운데 노선 표기는 그냥 도쿄 메트로임
난징푸싱 역에서 갈아탑니다.
난징푸싱 역 고가에서 내려다본 경관.
역명판을 찍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역명들이...
드디어 도착!

 

  그리고 구글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가다 보니, 어느 새 중산역에 도착해 있었다.

  이젠 정말... 숙소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