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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덕질

<리즈와 파랑새> MOVIX 교토 무대인사 내용 정리(2018. 06. 14)

by 집너구리 2022. 4. 9.

* 이 글은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리즈와 파랑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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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노트 정리를 하다가 어떤 손메모 묶음을 발견했다. 예전에 <리즈와 파랑새>가 일본에서 한창 개봉하고 있을 적에, 교토에 가서 영화를 관람한 뒤 이어지는 무대인사에서의 대담회 내용을 받아적은 것이다. 대강 핸드폰 화면에 휘갈겨 적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나만 보기에는 아까운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그 당시의 기억과 함께 재구성하여 적어 보기로 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 미리 극장 예매를 해 둘까 하고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제작진과의 대화' 세션이 딸려 있는 것을 보고 홀린 듯이 예약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천운이 따른 예매였다.

 

2018년 6월 14일의 기록. MOVIX 교토 10관에서 19시 타임 영화를 봤었다. 상영특전으로 받은 것은 미조레 단독샷이 들어간 필름컷. 어찌나 기뻤는지.

 

2018년 6월 14일(목) MOVIX 교토 10관 19:00

[교토 애니메이션 제작진 무대인사 및 대담회]

 

참가자

이시하라 타츠야(石原立也) : 교토 애니메이션 소속 연출가. <AIR>,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1기, <CLANNAD>,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시리즈, <울려라! 유포니엄> 시리즈, <무채한의 팬텀월드>,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 등 다수 연출.

타케모토 야스히로(武本康弘) : 교토 애니메이션 소속 연출가. <풀 메탈 패닉? 후못후>, <풀 메탈 패닉 The Second Raid>, <러키 스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기, <빙과>, <아마기 브릴리언트 파크>,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등 다수 연출. 2019년 교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방화 사건으로 인해 별세.

오가와 타이치(小川太一) : 교토 애니메이션 소속 애니메이터 겸 연출가. <타마코 러브스토리>, <리즈와 파랑새>, <울려라! 유포니엄 맹세의 피날레> 등 다수 작품에 참여.

 

 

이시하라 타츠야(이하 '이시하라')  초반에 동물이 많이 나오잖아요. 명작극장 같은 연출이랄까요. 저로서는 별로 해 보지 않은 장르여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리얼하게 터치를 넣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이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빵을 셀로 그릴지 아니면 북* 형태로 할지 조금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야마다 씨가 "맨 앞에 있는 미국너구리가 불쌍해!"라고 했었는데, 아니 자기가 그렇게 그려 놓고서는(웃음). 미국너구리가 나오고 나서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 틈을 두는 게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북(book/ブック) : 원래대로라면 배경 처리를 해야 하는 요소이지만 부득이하게 캐릭터 앞으로 제시되어야 할 경우, 셀 위에 겹치도록 작업하는 레이어)

타케모토 야스히로(이하 '타케모토') 그래도 그 미국너구리 덕분에 리즈가 파랑새를 볼 수 있었던 거니까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공기감을 잘 살린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가와 타이치(이하 '오가와') 이제까지 제가 작업했던 작품들 중에는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이시하라 평소대로의 야마다네,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웃음). 야마다 감독 특유의 그 일관적인 무언가가 있습니다.

타케모토 제 감상은, '앗, 변태다!'였거든요(좌중 웃음). 아니, 칭찬이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야마다 감독의 머릿속에는 세상에 있는 다양한 인종들 중에 '여고생'이라는 종류가 따로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야마다 씨의 여고생에 대한 사랑은 엄청나요.

이시하라 그 얘기를 들으니까 예전에 야마다 씨가 제게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미조레가 도서관에 간 장면에서 타케모토 씨가 넣은 타이틀 있잖아요. 그걸 보고 '아, 역시 타케모토 씨다!'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웃음)

타케모토 작중작 <리즈와 파랑새>의 원작자 이름 말씀인데, 체코인스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서, 영화 <데이지즈>(1966)의 감독 이름**이랑 비슷하게 지었던 기억이 나요. 야마다 감독이 어디로부터 영향을 받아 왔는지, 그 방향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이죠.

(** 체코의 거장 영화감독 '베라 히틸로바Věra Chytilová'. 작중 그림책 <리즈와 파랑새>의 원작자 이름으로 등장하는 'Věroslav Chytil'은 히틸로바 감독의 이름을 패러디한 것이다)

오가와 그림책 파트 관련해서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십인십색으로 갈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연출할 때 생각해 보면, 모두들 해당 파트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느낌이랄까, 자신을 가지기 어렵달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시하라 '말로 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오가와 네, 정확합니다. 말로 하면 뭔가 부족하고, 얄팍하기 짝이 없을 것만 같은 그런 감정인 거예요. 그래서 이걸 원화가한테 어떻게 전달해야 잘 와닿을 수 있을지, 무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야마다 감독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예요. 타마코 러브스토리 만들 때부터 알아봤어요.

 

(질문 : 여러분께서 각자 생각하시기에 마음에 들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신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시하라 글쎄요, 자기가 작업한 부분치고 '아, 여기는 잘 됐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연출가로서 잘 없죠. 굳이 꼽으라면... 맨 처음, 아방 신에서 미조레와 노조미의 발자국 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이랄까요. 소리와 그림이 정말 딱딱 맞아떨어지게, 몇 번씩이고 조정에 재조정을 거듭해서 만들어진 부분입니다. 또, 파랑새가 날아가는 화면을 마치 로르샤하 테스트의 그 그림들마냥 연출한 포인트가 있었어요. 그 정도일까요.

타케모토 저 같은 경우에는 콘티를 처음에 딱 봤을 때부터 '아, 여기는 좋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마침 제가 받아서 작업하게 되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노조미가 플루트를 흔들면서 반사된 빛이 미조레에게 비추어지는 부분이 저는 (작업하면서) 정말 좋았어요.

이시하라 맞네요, 정말 야마다 씨는 변태야.(좌중 웃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타케모토 콘티와 원화, 연출이 한데 어우러져서 정말 최고의 시너지를 낸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가와 저도 그 빛 장면을 보고 '와,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 스스로 잘 됐다고 생각한 부분이랄까, 좋았던 부분은 리리카가 나오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리리카와 미조레가 어느 시점에 같이 연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마음이 뭐랄까, 무척 따끈따끈해지더라고요.

타케모토 아, 전 그 부분에서 노조미한테 괜히 이입해서 슬퍼졌던 기억이 나요. 노조미가 미조레를 부를 때의 느낌과 미조레가 노조미를 부를 때의 느낌이 그 지점에서 맞물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무척 좋았습니다.

 

(질문: <울려라! 유포니엄> 2기와 <리즈와 파랑새>에서 모두 노조미와 미조레, 그리고 그 주위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두 작품 간에 같은 제재를 다루는 방향에서 달랐던 점이 있다면?)

이시하라 TV판(<울려라! 유포니엄> 2기)에서는 미조레한테 이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친구에게 이끌려서 시작한 연주인데, 친구는 어떠한 사건으로 내 곁을 떠나 버린 거죠. 반대로 <리즈와 파랑새>에서는 노조미에게 이입할 수 있게 연출이 이루어져 있어요. 미조레가 먼저 한 발 앞으로 나가 버린 현실에서 노조미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는지에 방점이 맞춰지고 있죠.

타케모토 영화 중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를 다룬 내용의,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 있었지 않았나요? <아마데우스>였나.

이시하라 기억이 잘 안 나요(웃음). 하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타케모토 저는 두 작품을 비교한다고 해도, '콘티 그대로 나왔네'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오가와 저도 관계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야마다 씨의 손을 거치면서 좀더 코어화된 느낌이 있죠. TV판에서는 아스카와 쿠미코의 관계선을 보다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리즈와 파랑새>에서는 미조레와 노조미의 관계선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는 거죠. 사실 이 얘기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극장판 <맹세의 피날레>***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맹세의 피날레>와 <리즈와 파랑새>는 사실 동시에 기획이 진행된 작품입니다.

(*** <맹세의 피날레> : <울려라! 유포니엄> 2기 이후의 내용을 다룬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이시하라 (동시에 기획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 명안이네' 싶었어요. 사실 원작 소설에서 보면 <맹세의 피날레>에 해당하는 부분은 책 두 권짜리 분량이거든요. 통째로 영화화하기에는 조금 긴 편이지요. 그 때 "쿠미코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와 노조미/미조레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나눠서 진행해 보자"는 얘기를 듣고,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느꼈어요.

 

(질문 : <맹세의 피날레>는 어떤 작품인가요?)

이시하라 이건 제가 감독이니까 제가 설명하는 게 낫겠죠?(웃음) 이번 작품에서부터 신입 부원이 등장합니다. 쿠미코와 친구들이 2학년이 되면서 새로운 트러블이 생겨나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쿠미코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들을 다루게 됩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