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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세계 성당 방문기

[세계 성당 방문기] 04. 일본 도쿄 대교구 칸다 성당

by 집너구리 2021. 6. 5.
가톨릭 칸다 교회
カトリック神田教会
등급 본당
소재지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니시칸다 1-1-12
東京都千代田区西神田1丁目1−12
관할 천주교 도쿄대교구
찾아가는 길 JR 주오선 스이도바시역 도보 6분
한조몬선/미타선/신주쿠선 진보초역 도보 8분
미사 시간 주일미사 : 일요일 오전 10:00
평일미사 : 금요일 오전 10:30

일본은 천주교 신자 수가 전 인구의 0.5%도 채 되지 않는 나라이지만, 그래도 도쿄 23구부 내에는 제법 여러 군데의 성당이 있는 편입니다. 한국 성당이라면 으레 하루에 한 번씩 있는 평신도 대상 평일미사나 토요일 저녁의 특전주일미사 등은 없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도쿄에 체류하는 사람치고 성당이 멀어서 주말 미사를 가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란 낯부끄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쿄대교구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도쿄 23구부 내에 소재하는 천주교 성당은 총 44개소입니다. 리스트에는 도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도쿄한인천주교회' 또한 포함하고 있지만, 별도의 건물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교좌 세키구치 성당 건물을 빌려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성당 건물 수만 따지면 44곳인 셈입니다. 말하자면 23구 각 지역별로 대강 2개 정도의 성당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칸다 성당'은 일본 정치경제의 중심지 도쿄도 치요다구千代田区에 위치한 두 개의 성당 중 하나입니다.

스이도바시역에서 내리면 도쿄돔의 야구 일정을 큰 소리로 방송해 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칸다 성당은 도쿄 돔에서 진보초 책방거리로 가는 길 가운데 지점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주택가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학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니혼대학日本大学의 캠퍼스가 흩어져 있어, 어딜 가든 제법 큰 건물이 있다 싶으면 대부분 니혼대학 학교 건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빠릅니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위해서는 JR 주오선中央線 스이도바시水道橋역에 내려서 남쪽 출구로 나와 5-6분 정도 걷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도영지하철 미타선三田線/신주쿠선新宿線, 도쿄메트로 한조몬선半蔵門線 등 3개 노선의 환승역인 진보초神保町역에서 내려서 스이도바시 방면으로 7-8분 정도 걸어도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전철에서의 접근성은 좋은 편입니다. 이번에는 전자의 경로를 통해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당의 정문. 담벼락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 같지만 현판과 철문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성당 건물 또한 도내에서는 오래 된 편입니다.

처음 입장하는 사람들을 반기는 것은 성당의 정문입니다. 도쿄에 있는 성당들은 야외 주차장과 본당, 교육시설 등을 포함하여 한 블럭 정도의 부지를 확보하고 담벼락을 쳐 놓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칸다 성당도 예외는 아닙니다. 담벼락은 비교적 최근 지어진 것 같은데, 걸려 있는 현판이나 철문은 제법 옛 정취가 있습니다. 주보성인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입니다. 하여튼 하비에르 성인 되게들 좋아합니다. 카고시마에 상륙해서 직접 규슈와 혼슈 서단을 돌아다니며 열정적으로 선교하기도 했고, 일본과 연관이 있는 성인들 중 가장 저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카고시마 주교좌 성당에서는 아예 미사가 끝날 때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에게 전구를 요청하는 기도를 추가로 바칠 정도입니다.

 

칸다 성당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이곳에 본당이 설정된 것은 1874(메이지 7)년입니다. 한국에서는 마지막 황제 순종 이척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고,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섭정을 종료하고 친정에 나선 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고 보면 대강 얼마나 오래 전에 본당이 생겼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의 본당은 1928(쇼와 3)년에 세워진 건축물인데, 도쿄 대공습 때 황궁 근방인 이 주변이 중점 타격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케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무사히 버텨낸 셈인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습니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니, 그 세월의 무게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본당의 내부는 백색 기조의 정갈한 양식입니다. 나무로 된 의자나 제대는 하나같이 손때가 묻어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 지어진 건물인 만큼 칸다 성당의 내부에도 벽제대가 남아 있습니다. 나무로 정교하게 조각된 벽제대는 하얀색 기조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마감돼 사뭇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예배당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고풍스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신자들이 앉는 의자 또한 한국인 신자들에게 익숙한 길쭉한 의자인데,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장궤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보통 미사 때 무릎을 꿇는 일이 잘 없는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사 때 성찬전례의 일부 구간에서는 무릎을 꿇는 것이 일반적인데, 심할 때는 파이프 의자만 달랑 갖다 놓고 마는 일본에서도 이처럼 제대로 된 장궤틀을 갖춘 교회식 의자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과연 오랜 세월을 신자들과 함께 한 성당다운 갖춤새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칸다 성당은 예배당의 창문이 전부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어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을 텐데, 그날따라 날씨가 무척 흐려 빛이 들어오는 광경을 충분히 목도하지 못했다는 점이랄까요.

주택가에 위치한 성당이라서인지는 몰라도 미사 참례객은 퍽 많은 편이었습니다. 순례기념 도장도 준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