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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돼지고기 수육 만들기: 간단하지만 있어 보이는 대접 음식

by 집너구리 2022. 2. 13.

바깥에서 사 먹기에 살짝 저어되는 음식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들이다.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맛의 수도 전주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서울의 들척지근하기만 한 식당 김치를 만족스레 먹어 본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배추김치는 그래도 매콤하게 만드니까 그나마 나은데, 서울 사람들이 식당에서 먹는 동치미란 도대체가 그냥 설탕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는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번히 알기 때문에 굳이 사 먹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음식들이다. 물론 살림하는 사람 입장에서 '역시 남이 해 준 음식이 최고지'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정말 간단한 요리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싶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내게는 수육이 그렇다. 결혼하기 전부터 어머니가 만드시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머니도 그냥 내게 얼추 알아서 해 보라고 맡기고는 했다. 정말 간단한 재료와 조리로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고, 심지어는 남더라도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면 오래도록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맛있는 김치나 야채가 같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손님이 갑작스레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만만하게 만들어서 제법 멋들어지게 대접할 수 있는 요리다. 

 

자 그럼, 우리 모친에게 전수받은 수육 조리법을 적어 보기로 한다.

* 사진은 좀 정신 없을 때 만들면서 찍은 거라, 몇몇 재료가 잘 안 보이거나 빠진 채일 수 있다. 
  사진과 글이 다를 때는 글이 훨씬 정확하다.

 

[수육 레시피]

 

재료 (3-4인분)

 

돼지고기 600-800g*

대파 큰 것으로 1-2뿌리

양파 1개 또는 사과 1개

생강 1톨

마늘 1통분(10-12개)

커피 조금(인스턴트 가능, 가루 혹은 원두)

물(재료가 잠길 정도)

술 1컵(청주/소주/와인 등)

월계수잎 2장

통후추 1큰술 (생략 가능)

된장 수북하게 1큰술

 

* 돼지고기의 종류는 보통 앞다리살/뒷다리살/목살/삼겹살을 쓴다.

개인적으로는 앞다리살과 목살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앞다리살을 사용했다.

 

1. 재료를 준비한다.

대파 : 깨끗이 씻고 뿌리를 뗀다. 

양파, 마늘 : 껍질과 뿌리를 제거하고 씻어 둔다.
(사과를 쓸 경우, 껍질을 깨끗하게 씻는다)

생강 : 껍질을 제거하고 씻어 둔다. 굳이 썰 필요는 없다.

 

2. 고기와 야채, 커피, 월계수, 후추 등을 모두 냄비에 넣고 물을 붓는다.

물은 재료가 모두 잠길 만큼 붓는다.

물이 끓어넘칠 수 있으므로 냄비는 그를 감안해서 큰 것을 쓰는 것이 좋다.

 

3. 술을 붓고 된장을 넣은 뒤 센 불에 올린다.

된장은 잘 풀어 주면 제일 좋지만,

어차피 팔팔 끓으면서 국물 전체에 고르게 퍼질 것이므로

귀찮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4. 펄펄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1시간 이상 달이듯 끓인다.

1시간 정도 끓이면 고기가 탱글탱글하고,

2시간 정도 끓이면 고기가 부드럽게 부서지는 맛이 있다.

 

(기다리는 동안 부추전이나 비빔국수 같은 것을 만들면 좋다)

 

5. 1시간 이상 끓였으면 불을 끄고 고기를 꺼내 한김 식힌 뒤 썬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애 따라 하면 된다.

모양과는 상관없이 따뜻한 고기를 찢어먹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덩어리째로 내거나 바로 썰어도 되고,

깔끔하게 내고 싶다면 한김 식히면 된다.

뭐든 살짝 식은 것이 잘 잘리는 법이다.

 

6. 반찬과 함께 맛있게 먹는다.

새우젓도 좋고, 쌈장도 좋고,

김장할 때 남겨 두었던 김치속과 같이 먹어도 좋고,

매콤하게 무친 비빔국수와 같이 먹어도 좋고,

따뜻한 밥에 얹어서 상추에 싸 먹는 것도 좋다.

어떤 한식에든 잘 어울리는 것이 수육의 매력이다.

이렇게 만들어서 손님 대접을 한다면

"오 요리 좀 해 본 친구로구만"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으리라.

 

 

* 보관하는 방법 :

혼자 집에서 해서 먹는 수육은 반드시 남는다.

위 사진처럼 다른 반찬을 많이 했다면 또한 반드시 남는다.

이럴 때는 밀폐용기에 고기를 넣고

고기 삶은 국물을 같이 부어서 보관했다가

전자렌지에 데워 먹으면 좋다.

이때 만약 본인이 초보 자취생이라면

유리로 된 밀폐용기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수육을 국물과 함께 담았다간

펑펑 울면서 30분 동안 그 그릇만 닦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에 기름기는 쥐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