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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레시피] 카모세이로鴨せいろ: 따뜻하고 구수한 일본식 오리고기 메밀국수

by 집너구리 2021. 7. 17.

같은 음식을 가지고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식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로 메밀국수(そば, 소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메밀국수는 차게 먹는 음식입니다. 쯔유와 면을 따로 내는 일본식 자루소바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메밀국수 종류인 막국수나 평양냉면 등도 차게 먹는 국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물론 차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따뜻한 소바 국물'은 이미 에도 시대부터 일본인에게 친숙한 겨울의 풍물시 중 하나입니다. 섣달 그믐이 되면 뜨끈하게 끓인 해넘이 소바(토시코시소바, 年越しそば)를 먹기도 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옛날 이야기 <시간 소바時そば>에서는 한겨울 길거리에서 16문짜리 소바를 사 먹고서 소바 행상에게 값을 속여먹으려 하는 꾀쟁이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흔히 '간사이(関西, 오사카를 필두로 한 일본 서부 지방)는 우동, 간토(関東, 도쿄를 필두로 한 일본 동부 지방)는 소바'라고 할 만큼 메밀국수, 즉 소바는 에도(오늘날의 도쿄)의 향토요리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습니다. 당연히 메밀국수의 종류 또한 다양합니다. 오늘 소개할 레시피는 도쿄에서 먹었던 맛을 못 잊어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비슷하게나마 재현에 성공한 에도식 메밀국수, 카모세이로(鴨せいろ)입니다.

 

재료(2인분)

 

오리로스 200g (훈제오리도 괜찮지만, 담백함을 추구하려면 생고기를 추천합니다)

대파(흰 부분과 푸른 부분 섞어서) 한 대 - 한 대 반

메밀국수(건면 기준) 200g

식용유 1큰술

맛술 또는 미림 2큰술

청주 1큰술

간장 2큰술

멘쯔유 1큰술(2배 농축 제품 기준)

물 300ml

 

 

조리법

 

1. 팬을 달군 뒤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오리고기를 노릇해질 때까지 굽습니다.
오리는 기름과 수분이 많기 때문에 구울 때 기름이 많이 튑니다.

화상에 주의하면서, 겉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구워 마이야르 반응을 끌어올립니다. 수분이 날아가면 거의 기름에 튀겨지다시피 구워지게 됩니다.

 

2. 고기에 색이 나면 대파를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듯이 굽습니다.

오리 기름에 대파를 구워 향을 이끌어내는 과정입니다. 파가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야 향이 살아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튀므로, 불을 조절해 가면서 구워 주도록 합시다.

 

3. 물 300ml에 미림(또는 맛술) 2큰술, 청주 1큰술, 간장 2큰술, 멘쯔유 1큰술을 넣고 섞은 뒤, 구워진 오리고기와 대파에 붓고 한소끔 끓입니다.

일본 요리이므로 조선간장(국간장) 대신 양조간장(왜간장)을 사용합니다. 
멘쯔유는 2배 농축된 제품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4배 농축된 제품이라면 반 큰술만 넣어도 무방합니다.

멘쯔유가 없을 경우에는 조미료를 1/4작은술 넣되, 해산물 조미료나 일식용 조미료를 활용하도록 합시다. 스톡류는 실험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기왕 쓰실 거면 치킨스톡을 추천드립니다.

 

4. 메밀국수를 삶은 뒤, 건져서 차가운 물에 헹군 뒤 물기를 뺍니다.

오리가 어느 정도 익고 파를 넣기 직전쯤에 물을 올려두면 타이밍이 얼추 맞습니다. 

메밀국수는 삶는 과정에서 거품이 넘기 쉽습니다. 거품이 넘으면 불을 줄이거나, 찬물을 부어 가라앉혀 줍니다.

이 레시피는 건면 기준이므로, 생면일 때는 생면 봉투에 적힌 레시피를 참조해 준비하면 됩니다. 건면도 제품별로 삶는 시간이 다르므로 참고합시다.

 

5. 국수와 국물을 따로 담아서 냅니다. 면을 국물에 담갔다 먹습니다.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양념은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고추냉이(와사비)를 넣어 봤는데, 오리 향이 묻혀 버리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즈코쇼(규슈 지방에서 청유자와 매운 고추, 소금으로 만드는 향신료)가 있다면 국물에 약간 섞어 드셔 보시면 상큼하니 멋들어진 맛이 납니다. 

 

 

이 레시피는 본래 도쿄에 갈 때마다 종종 들르는 단골집이자 메이지 시대부터 영업해 온 노포 중의 노포인 '칸다 마츠야神田松屋'에서 먹었던 오리 소바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일본 웹사이트를 이곳저곳 뒤지고 짜깁기해 나름대로 궁리해 낸 결과물입니다. 집에서도 제법 간단한 요리법을 통해 일본의 맛을 나름대로 느낄 수 있는 레시피이므로, 한번쯤 시도해 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이 레시피는 본래 겨울용이지만, 여름에 해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