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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2. 5. 29)

by 집너구리 2022. 5. 29.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2.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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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식물을 자제하면서 들이리라 다짐 또 다짐하지만 화원에 갈 때면 어쩜 그렇게 눈길을 끄는 식물들이 넘쳐나는지. 덮어놓고 한두 개씩 사다 보니 어느새 또 뭔가가 좀 늘어났다.

 

1. 글로리오섬 다크폼과 애플민트 모종

글로리오섬 다크폼은 조인폴리아에서 사 왔고, 애플민트는 월간화원에서 사 왔다. 

요즈음은 조직배양 기술이 확실히 발전한 모양인지, 필로덴드론 글로리오섬 같은 제법 비싼 관엽들도 모종의 형태로 이곳저곳에서 들여놓고 파는 것을 보곤 한다. 예전에 갔던 화훼단지에서는 소위 '일반 글로리오섬' 모종이 삼만 원 남짓에 팔리고 있었는데, 아내와 함께 조인폴리아를 갔더니 놀랍게도 다크폼 모종을 만이천 원에 팔고 있었다. 이걸 안 사오면 너무 손해잖아.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게 집에 일반 글로리오섬과 다크폼 글로리오섬이 다 모였다. 얘들이 커서 집을 잠식하기 전에 얼른 큰 집으로 이사가야 할 텐데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할는지.

애플민트는 성장세가 눈에 보일 만큼 뚜렷하다. 하루에 5밀리씩은 꼭 크는 듯한데 이게 웃자라서 그러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 일단은 식물등 아래에 바로 두고 키우고 있기는 하다. 민트는 쓸 데가 여기저기 있으니까 잘 키워 봐야겠다. 사실 무늬 박하를 살지 무척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놀랍도록 예쁘지는 않아서 그냥 애플민트로 들여왔다.

 

 

2. 실습에 적응한 파파야 나무

 

처음 파파야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부터가 난관의 연속이었다. 기껏 모아 놓은 씨앗들이 발아가 안 되고 썩어서 다 버리거나, 온실을 만들어서 씨앗을 발아시킨 뒤로도 전혀 크게 자라지 않거나, 죽어 버리거나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가까스로 남긴 단 하나의 파파야나무 모종은 한동안 온실 신세를 졌는데, 키가 너무 컸다 싶어서 온실 밖으로 내놓았더니 실습에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이파리를 다 떨구는 통에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온실에 넣어서 몇 주를 더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린하트클럽 사장님과 수다를 떨다가 이 파파야나무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번에 왁 하고 실습에 내놓기보다는 간이온실을 하나 해 놓고 점점 실습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 안 쓰는 L자 파일과 주방용 랩으로 간이온실을 만들어 주고 몇 주에 걸쳐 점차 주방용 랩으로 만든 뚜껑을 열어 주면서 적응시켰더니, 지금은 이파리 몇 개가 조금 상했을 뿐 더 이상의 잎 떨굼 없이 잘 살아남아 주었다. 아직 나무 줄기가 물러서 이제부터는 줄깃대 교정을 해 주면서 점차 키워나갈 생각이다.  

 

3. 점차 세력을 키우고 있는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보르시지아나에게는 빛을 충분히 주고 있는데도 아직 찢어진 잎을 내어 주고 있지는 않다. 무늬 몬스테라가 조금씩 찢어진 잎을 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이다. 이 집에 오고서 마침내 두 번째 잎이 나왔는데, 상당히 커지기는 했지만 찢어질 기미가 전혀 없이 완전히 깔끔한 빵떡 모양의 잎이 나왔다(사진 가운데의 옅은색 이파리). 보르시지아나의 잎은 찢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니까 느긋이 기다려 보고는 있는데, 보르시지아나를 포함한 델리시오사 종류들은 확실히 조금 더 커야 얘가 어떤 느낌의 변종인지 그나마 감이 오게 되는 것 같다. 아직 나도 이 녀석이 진짜 보르시지아나가 맞기는 한지 잘 모르겠다. 공짜로 생긴 거니까 일단은 감사하게 키우는 거지 뭐. 

 

 

4. 난초 파라다이스

(좌) 전에 부작했던 카틀레야. (중) 작은 나도풍란 화분과 상대적으로 큰 호접란 화분. 품종명을 모르겠다. (후) 거의 죽었다가 슬슬 살아나고 있는 호접란.
(좌) 온시디움 '샤리베이비'. 왼쪽으로 새 꽃대가 나오고 있다. (우) 호접란 '오렌지 스트라이프'. 조인폴리아에서 사 왔다.

 

처음 식물 키우기에 입문했을 때에는 난초를 여럿 죽였던 기억이 있다. 왜 난초가 키우기 쉽다고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착생란만큼 키우기 쉬운 풀도 잘 없다. 수태나 바크로 통풍이 잘 되게 뿌리를 감싸 주고, 식재가 바싹 말랐을 때쯤 해서 물을 흠뻑 주면서 관리하면 알아서 잘 큰다. 심지어 화분도 가볍고 공간 차지도 크게 하지 않기 때문에, 공간이 없다 싶으면 부작을 하든지 화분 자체를 걸어 버리든지 하면 된다. 이미 선반에 식물이 꽉 차 버린 슬픈 식물 애호가에게는 이만한 녀석들도 잘 없다.

호접란은 가을에서 겨울쯤에 일교차 처리를 해 줘야 꽃눈이 분화된다고 해서, 날씨가 추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집에 잘 적응한 친구들은 벌써부터 새 잎을 내 주고 있다. 호접란만 들이면 죽이곤 했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카틀레야도 새 촉을 열심히 내 주고 있고(꽃을 내려면 한참 기다려야겠지만), 온시디움도 무사히 새 꽃대에 꽃망울을 물어 주었다. 모양도 다양하고 제 생김새도 다양한 녀석들이라 키우는 재미가 있다. 이래서 난초에 빠지면 답도 없다는 얘기들을 하나 싶다.

 

 

5. 노지 친구들 : 수국과 라벤더

이 녀석들은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 위에서 살고 있다. 가장 척박한 환경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통풍이 잘 되고 가장 태양광이 잘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수국은 내 월동이 성공적이었는지 꽃대 한 개를 잘 물고 커 주고 있다. 라벤더는 월간화원에서 사 온 것이다. 원래 키우던 라벤더가 두 포트나 있었지만 하나는 벌레의 습격을 받아 고사하시고, 하나는 삽수 시절을 견디지 못하고 요절하셨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좀 큰 녀석을 들여서 마음 편히 키워 보고 싶었다. 월간화원의 좋은 점이라면 병충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어서,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볕과 바람을 잘 맞으며 커 주고 있다. 다만 장마철이나 태풍철이 되면 비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으니, 그럴 때는 집 안에 들여놓았다가 바람이 잦아들면 밖으로 다시 빼 주는 식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