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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

[방문/포장기] 서울시 은평구 '스위츠마인'

by 집너구리 2022. 8. 27.

제아무리 제과제빵을 좋아하는 나일지라도, 케이크만큼은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만들어 먹는 일은 극히 드물다. 대신 맛있는 케이크 가게를 찾아다니는 것이 일종의 취미 비슷한 것이 되었다. 최근에 한창 꽂혀서 열심히 다니고 있는 곳은 응암역 2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있는 케이크 전문점 '스위츠마인'이다.

응암동 뒷골목으로 들어가 조금 걷다 보면, 한적한 동네 골목길에 앙증맞게 생긴 간판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갈하고 귀여운 느낌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의외일지는 몰라도 앉을 좌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위츠마인은 케이크를 포장해서 가져가는 손님을 위한 가게이다. 카운터 뒤로 가게 크기치고는 꽤 큰 오픈키친이 바로 보이고, 유리 카운터 안에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다. 

 

주력 케이크는 과일 생크림 케이크이고, 밀크티나 말차 등이 들어간 오페라 케이크도 있다. 스위츠마인의 좋은 점이라면 매 계절에 따라 제철과일을 꼼꼼하게 골라서 사용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딸기철이 한창일 때는 심지어 종류까지 바꿔 가면서 가장 신선한 녀석을 사다가 딸기 케이크를 만드는 식이다. 말차 오페라와 밀크티 케이크, 초코바나나 케이크와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기본적으로 늘 진열되어 있는 스테디셀러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가면, 매번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골라서 집까지 슬슬 걸어가는 것이 요즈음의 즐거움이다. 

 

이건 최근에 먹은 케이크들 중 일부를 찍은 사진이다. 

스위츠마인의 케이크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집에서 만든 듯한 케이크"라고 할 수 있겠다. 맛이 깊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진하면서 느끼하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생지와 크림의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뇌가 녹아 버릴 만큼 달착지근하지 않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딱 알맞는 정도의 단맛을 기반으로, 은근한 풍미의 생크림이 상큼한 과일을 감싸고 있는 것이 이곳의 제철 생크림 케이크이다.

 

물론 오페라나 초코바나나 케이크 등 다른 기본 케이크도 훌륭하다. 진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말차 케이크를 먹어 본 지가 도대체 얼마만인지. 향만 뿌렸나 싶은 것들부터 말차의 쓴맛을 가리겠다고 대책없이 설탕을 마구 부어넣은 듯한 것들까지, 도통 만족스러운 수준의 말차 케이크를 찾기 어려운 탓인지, 마치 잃어버린 형제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마저 든다. 심지어 나는 바나나와 초콜릿의 조합을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도(어쩐지 초콜릿과 바나나가 만나면 바나나 특유의 풋내가 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스위츠마인의 초코바나나 케이크는 무슨 조화인지 딱 좋은 느낌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향기롭고 그윽한 느낌의 맛. 가정의 맛이라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얄궂게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에 대한 찬사는 '사 먹는 것 같다'이고 사 먹는 요리에 대한 찬사는 '집에서 만든 것 같다'라고들 하지만, 스위츠마인의 케이크는 그야말로 이 어찌 보면 구태의연해 보이는 찬사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은평구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길!

참고로, 8월 말부터 2-3주 정도는 가게 내부 공사로 인해 잠시 쉬어 간다고 한다. 전화나 인스타그램으로(요새는 인스타그램이 없으면 맛집탐방도 어렵다) 상황을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