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최근 두 달 간의 식물 근황(사진 많음)

by 집너구리 2023. 2. 19.

작년 연말에는 그렇게 가고 싶었던

이원난농원에 혼자 다녀왔다.

들어가서 채 5분도 안 되어 혼자 온 것을 후회했다.

아내에게도 꼭 보여 주고 싶고

향기를 맡게 해 주고 싶은

예쁜 난초들이 한가득이었다.

난초만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공간을 꾸며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과 수고가 들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4월이 되기 전에 또 한 번 가고 싶다.

 

우리 집에 있는 몇 개의 호접란 중 하나가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호접란 중에는 두 번째로 올라오는 꽃대이다.

무슨 색의 꽃을 피웠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꽃이 피면 알게 되겠지.

사진은 한 2주 전의 것인데, 지금은 이것보다 더 길게 자라나고 있다.

 

과천 선바위 근처에서 금~일 간 정기적으로 열리는 식물마켓인

몬스마스켓의 첫 번째 회차에 다녀왔다.

팔리고 있는 식물도 식물인데, 전시용으로 키우고 있는 식물들의 사이즈가 너무 압도적이다.

한국에서 사람 몸만한 몬스테라 잎사귀를 원없이 보고 싶을 때 구경 오면 좋겠다.

 

우리 집에 있는 무늬 몬스테라(타이 컨스텔레이션)도

마침내 몬스테라다운 잎을 내 주기 시작했다.

집을 다 잡아먹을 만큼 크게 자라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니,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 줬으면.

올해 무화과는 기분이 좋은 모양.

이대로 둘 다 끝까지 잘 익어 주면 좋겠다.

하나씩 나눠 먹게.

최초로 시도해 보는 고사리가 아디안툼이라니

다소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타들어간 잎을 잘라내면서까지 예쁜 모양을 유지하고 싶지는 않아서

대강 되는 대로 키우고 있는데

아직 죽지는 않고 잎을 꾸준히 잘 내면서 살아 주고 있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봤던

흐르듯 떨어지는 아디안툼이 너무 예뻐서

싱가포르에서 돌아오자마자 한 촉 샀는데

생각보다는 상당히 풍성하게 잘 커 가고 있다.

집에 들인 두 번째 온시디움은

이원난농원에서 꽃핀 것을 보고

그 생김새와 향에 반해서 데려왔다.

지금은 꽃이 다 졌지만

저녁 때만 되면 바디로션 같은 향기가

온 방 안을 은은하게 채우곤 했다.

 

간간이 양재꽃시장에도 갔다.

예전에는 필로덴드론처럼

잎이 크고 줄기가 끝없이 자라는 관엽이 좋았는데

점점 집이 좁아지다 보니

요새는 난초나 호야처럼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 식물커뮤니티 격언에

"결국 식덕들은 부동산 문제 때문에

난초와 호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뿌리가 멋지게 자란 반다 계열 난초인

린코스틸레스 코엘레스티스와

풍란 한 촉을 들였다.

꽃이 다 졌다고 다소 할인을 받는 데 성공.

몸이 다 드러나게 부작된 난초들은

다른 건 다 좋은데 물시중이 고달프다.

나는 샤워할 때 아예 가지고 들어가는 편을 택했다.

예전에는 호야 예쁜 줄을 몰랐는데

요즘은 호야를 지켜만 봐도 좋다.

무엇보다도 이파리 생김새가 제각각인 점과

물을 실수로 좀 말려도 꿋꿋하다는 점,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느릿하게 자란다는 점이 좋다.

싱가포르에서 보고 한 번에 반해 버린

칼리스토필라와

<그랜트의 감성> 채널에서 보고 위시리스트에 넣었다가

OOMF에서 들여온 로툰디플로라는

보기만 해도 즐겁다.

요즈음은 안스리움이 정말 많이 싸져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격에 들여올 수 있어 좋다.

덕분에 나도 생각만 하고 있던

안스리움 수집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아직도 한 촉에 10만 원 이상씩 되는 고가의 품종들은

예쁜 줄도 모르겠고

키우다가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구입하지 않고 있다.

식물은 결국 내가 예쁘다고 느끼는 걸 사야

물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당근에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으나

그래도 정을 주고 키운 녀석들을 다시 내놓기란 쉽지 않다.

난초를 취미로 키우는 분들이

"난으로 어떻게 재테크를 한다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내 자식처럼 키우던 녀석들을 돈을 받고 판다니!"

같은 이야기들을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비단 난초뿐 아니라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키운 식물이라면

무엇이든 되팔기가 어려워진다.

우리 집에 처음으로 온 필로덴드론인

필로덴드론 글로리오섬도

이제서야 제대로 된 잎을 하나 뽑아 주었다.

가드닝을 시작한 지 일 년 남짓이 되었지만

매 순간이 새롭다.

 

그건 그렇고

곧 이사를 가야 하는데 이 식물들을 다 어쩐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