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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식물 가지고 이사하기 성공

by 집너구리 2023. 5. 7.

듣기로는 이삿짐에 책과 식물이 많이 있을 경우에는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잘못해서 꺾이거나 상처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식물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의 손을 태우기보다는

직접 종류별로 모아서 포장해서 가져가는 게

속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상자로 총 일곱 개, 

상자에 들어가지 않는 사이즈의 녀석들까지 해서

도합이 쏘렌토 뒷좌석과 트렁크 한 통을 다 쓰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 이사갈 때에는 진짜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옮기게 된 덕분에,

물과 햇빛을 충분히 식물들에게 줄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녀석은 무화과다.

이사 오기 전까지 딱 두 알을 달고 있었는데,

이사 오자마자 무화과가 엄청난 속도로 커지기 시작하더니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하나가 완전히 익었다.

촉촉하고 달달하니, 지금까지 먹은 무화과 중 단연 최고였다.

그러고도 아직 채 익지 않은 무화과가

한 알 더 달려 있고,

새 가지로부터 또 무화과들이 달리고 있다.

새로 달린 녀석들만 세어도 대여섯 개는 된다.

봄에 피는 여러 꽃이 있지만 

마가렛은 보기만 해도 특히 기분이 좋아진다.

수수하고 귀여운 맛은 따라올 친구가 없다.

습도가 예전 집에 비해서 20-30% 정도 낮지만

안스리움들도 나름대로 잘 살아 주고 있다.

크리스탈 호프는 촉이 주체가 되지 않는다.

온실을 정리해서 큰 온실 하나만 남기고,

그 안의 식물들도 대부분 정리했더니

공간이 제법 넓어져서

밖에 있던 녀석들 중 고습이 필요한 녀석들을

이리로 옮겨 모으고 있다.

삽목한 촉으로부터 건강히 자라나기 시작한

베고니아 '마틴즈 미스테리'는

온실에서 꺼내서 실습에 적응시키고 있다.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한 개씩 안겨 줄 속셈이다.

용인에 있는 '가든 온 마당'에서 사 온

무늬 박하는 상당히 짱짱히 잘 자라 주고 있다.

무늬도 좋고, 향도 상당히 괜찮다.

예전 집에서 키우던,

'애니시다'라는 이름의 수수께끼의 식물은

응애와 총채벌레의 습격을 받아

세상을 등지고 말았지만,

봄에만 피어나는 샛노란 꽃을 잊기 어려워

양재에서 가장 짱짱해 보이는 녀석을 데려왔다.

처음에는 꽃을 많이 떨어뜨렸지만

지금은 아주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필로덴드론 '엘 초코 레드'의 신엽은

정말 오묘한 색감을 낸다.

'엘 초코'는 동네 이름이고 초콜릿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묘하게 제 이름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보고 있으면 전혀 질리지 않는다.

두 번째로 내 힘으로 피워낸 호접란의 꽃이다.

오랫동안 가면서 계속 옆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사 오면서 혹시라도 꽃을 떨어뜨릴까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 없이 잘 살아 주고 있다.

따글따글하게 자라나는 천사의 눈물은

번식 속도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사 와서 처음 분갈이를 해 줬을 때에는

이 사진에서 화분 두께만큼 더 안쪽까지만 잎이 있었는데

어느 새 화분을 가득 채우고

줄기가 밑으로 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생일 선물로 아내에게서 무려 복숭아나무를 받았다.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거반도(납작복숭아)가 달리는 복숭아나무이다.

벌레가 정말 잘 낀다고 해서 벌써부터 상당히 긴장 중이다.

이미 배추벌레 두 마리를 여기서 잡아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복숭앗꽃이 예쁘기도 하거니와,

꽃이 떨어진 자리에 맺힌 열매가

벌써 그 수가 제법 많다.

수형 관리 잘 해 주면서 잘 키워 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사 준

'콩나물 재배기'(웃음)의 효력이

생각보다 너무 강했음을 고백하며

턴을 마칩니다.

아니 콩 한 줌이 콩나물 한 근 반으로 돌아올 줄을 누가 알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