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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여행|출장

코로나 이후 첫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근데 이제 이상한 사진을 곁들인

by 집너구리 2023. 4. 30.

격조했습니다. 

날짜를 보니 2월 말 이후로 글을 올리지 않았더라고요.

그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이사도 했고, 회사일로 한껏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하나 즐거운 일이 있었다면, 코로나 이후로 처음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장소는 늘 가는 도쿄였습니다만, 나름대로 자유도가 높은 일정이라 괴이쩍은 사진들도 좀 찍으며 다녔습니다.

 

저는 동경 출장을 갈 때에는 출장비용이 허락하는 한 보통 비즈니스를 요청합니다.

이럴 때 아니면 제가 또 언제 비즈니스를 타겠어요.

코로나 전에는 공사한다고

출국장 들어가기 전에 있는 귀빈실에 라운지를 임시로 차려 놨었는데

이번에는 멀쩡한 진짜 라운지입니다.

 

아침 든든히 먹어둬야징! 하고

이것저것 탄단지 따져서 가져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다 먹고 나서야 (당연하지만) 기내식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졸지에 오늘은 4끼 식사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포-하네다 셔틀은 값싸고 빠른 ANA를 이용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예산 안에서 타려면 ANA 외에는 거의 어렵습니다.

체감상 JAL이 제일 비싸고, 그 다음이 국내 항공사, 제일 싼 게 ANA라는 느낌입니다.

 

값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ANA의 비즈니스석이란 보통 이 정도 느낌입니다.

좌석 자체는 크게 넓지 않지만 리클라이닝도 되고 발 뻗을 자리도 많습니다.

꼴랑 두 시간 남짓밖에 안 가서 그렇지.

 

ANA 비즈니스석 명물인 아라레를 받으면 식사 시간입니다.

지금 먹을 필요는 없고 나중에 호텔 가서 맥주랑 같이 먹어도 됩니다.

 

 

아까 든든하게 먹었는데 또 다시 든든하기 짝이 없는 밥이 나옵니다.

물론 저는 가리지 않기 때문에 다 열심히 먹습니다.

저 회색 롤은 메밀전병인가 했더니 얇게 썬 쇠고기여서 놀랐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꼭 창 밖을 내다보면서

여기가 어디쯤인지 가늠해 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여기는 안양천 위고요. 멀리 밤섬과 여의도, 노들섬이 보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도시의 아침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제법 갔을 때쯤 섬이 하나 툭 튀어나오는데

오키노시마(隠岐の島)입니다.

시마네현에서는 독도가 이 섬의 부속도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지나 육지로 접어들었나 싶었는데

곧바로 큰 바다 같은 것이 나온다 싶으면

그것이 비와 호琵琶湖입니다.

멀리 아직 눈으로 뒤덮인 하쿠산白山과 히다타카야마飛騨高山 고원지대가 보입니다.

호수로 뭔가 누런 빛 물이 유입되고 있는데

저게 <고전부 시리즈>에서 한 번 언급되었던

'아네가와 전투'의 그 아네가와姉川라고 합니다.

 

 

 

노잼의 도시 나고야를 지나고요

 

스즈메는 후지산을 못 봤지만

저는 봤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주쿠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데는 거의 벚꽃이 안 폈는데

유독 타워레코드 앞의 딱 두 그루만 예쁘게 피어 있어서

다들 사진 찍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케이팝이 정말 인기긴 하구나 하는 점이 실감 가능하고요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였던

코메다 커피의 시로노와르를 먹어 봤습니다.

맛있기는 한데 당이 너무 차오르는 맛이라

자주 먹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일하고 계시는 친한 형님을 만나

엄청나게 맛있는 규탕(우설) 가게를 소개받았고요.

 

트위터에서 종종 노는 트친(일본인)을 만나

즐거운 오타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감사하게도 선물도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온 세상이 봇치다

 

출장 일정을 끝마치고 늦은 저녁을 위해 찾은

칸다의 한 케밥집에서

인생 최고의 케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튀르키예인 직원과 소말리아인 손님과

영어와 일본어를 마구 섞어가면서

괴상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따뜻한 도쿄라지만 사계절이 있는데

노지 몬스테라 사이즈가 이게 맞나?

 

멈추지 않는 홀로라이브

 

출장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는

귀국 비행기를 하루 뒤로 미리 빼 두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은 자유로이 보냈습니다.

또 다른 트친분(일본인)과 만나서

아침의 (다소 비에 젖은) 다과회도 즐기고

 

친절하시게도 이렇게 공통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인

<밀리시타>의 성지순례도 안내해 주셨습니다.

즐거운 만남을 뒤로 하고 아사쿠사로 향해야 하는데

이 비 오는 날 아라카와선은 못 참습니다.

 

비를 맞아 가며 굳이굳이 녹차맛과 호지차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이유가 딴 데 있겠습니까.

맛있으니까죠.

 

아사쿠사에 온 이유는 오직 이 곳 '카미야 바'를 들르기 위함입니다.

모든 것이 훌륭한 공간입니다.

이 곳에 대해서는 언젠가 별도의 글로 작성하겠습니다.

 

도수 높은 술 한 샷에 완전히 술이 거나하게 되어

아프도록 내리는 비를 뚫고 이나리초로 향합니다.

하야시야 히코로쿠 이야기에서 다뤘던 라쿠고의 명인,

하야시야 히코로쿠(8대 하야시야 쇼조)가 만년까지 살았던

나가야 터를 직접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살았던 나가야는 지금은 헐려 주차장이 되었지만,

그 당시부터 서 있던 옆집은 아직도 옛날 모습 그대로입니다.

문패에 여전히 '연습실'이라고 쓰여 있습니다만,

안에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 듯합니다.

 

마음의 고향 아키하바라 한 번 찍고 출발합니다.

 

또 다시, 기내식을 잊고 식사를 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치만 라운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식사 말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기내식 한 끼 또 때리고 꾸벅꾸벅 졸다 보면

 

갑작스레 귀국을 환영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리품입니다.

 

여러모로 즐거운 출장이었습니다.

일단 일본 트친들에게 다음에 나눠 줄 선물부터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귀국으로부터 일 주일 뒤 이사라는 지옥 같은 일정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습니다.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