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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

[방문기] 고양시 일산서구 '이곳은 커피용품 마켓'

by 집너구리 2021. 2. 22.

개인적인 일이 있어 카쉐어링으로 차를 빌려서 경기도 근교를 다녀오는 길에,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곳에 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최근에 커피 내리는 일에 빠져 있다 보니 커피 용품이나 원두 등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는데, 극도로 아날로그적이고 (업계인이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쇼핑에 회의적인 사람이다 보니 실제로 용품들을 진열해 놓은 매장에 대한 갈망이 깊어지던 차였다. 차로만 갈 수 있는 거리에 꽤 괜찮은 커피용품 가게가 있다는데, 기왕 차 빌린 김에 한번 가 볼래? 커피는 한 잔도 못 마시지만 호기심만큼은 언제나 넘치는 아내는 선뜻 그러자고 하였고, 우리는 운전대를 고양으로 돌렸다.

 

중간에 길을 한 번 잘못 들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뻔 했지만, 우연히도 아내가 예전부터 가고 싶어했던 평안도식 손만두 가게가 지척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겸사겸사 가게에 들러 만둣국 2인분을 포장해서 싣고(참고로 상당히 맛있었다! 맛을 잊지 못해서라도 한 번 더 갈 만할 것 같다), 다시금 엉금엉금 길을 찾아가기로 했다. 지도를 잘 보지 못하는 아내가 (만두의 기운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잘못 들었던 길을 잘 지적해 줘서 이번에는 무리 없이 가게를 찾아가는 데 성공했다.

 

가게 이름은 '이곳은 커피용품 마켓'.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힙해.

 

 

 

가게에 들어서면 좌우로 수많은 커피용품과 차 용품들이 진열되어 손님을 맞는다.
이렇게나 종류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찻주전자.
다른 어느 커피 추출용품보다도 멋들어지게 생긴 콜드브루 메이커들. 멋들어지게 생긴 만큼 가격도 흉악하다. 의외로 아내가 제일 흥미를 가졌던 부분.
작고 소듕한 커피잔들. 에스프레소용 데미타스부터 일반 커피잔까지 다양하다.
(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핸드밀. 위로는 자센하우스부터 아래는 빈즈업까지 다양하다. 이제 보니 진열된 높이가 가격과 비례하는 모양이다.  (우) 로스팅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위한 로스팅 망도 팔고 있다. 누가 보면 멸치망인 줄 알 것 같다.
비알레띠에서 나온 데마타스 세트와 수동 에스프레소 추출기들. 왼쪽은 ROK, 오른쪽은 Flair이다. 살짝 욕심이 나지만 가격이 좀 된다.
모카포트와 사이펀. 나는 여기서 한번 눈이 뒤집힐 뻔했다. 모카포트 너무 좋아...
핸드드립용 드리퍼와 드립주전자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왼쪽에는 들여온 지 오래 된 물품들을 할인판매하고 있다.
각종 병류들. 냉침에 쓸 수 있는 병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에는 내가 한 달쯤 전에 깨먹은 루피시아 냉침병 대신 하리오 냉침병을 새로 샀다.

평소에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편도 4킬로미터를 넘긴 하지만) 선유도의 '어라운지'를 자주 가는 편인데, 어라운지가 '영업장용 용품'에 보다 특화되어 있다면 이곳은 '개인용 용품'에 방점이 찍혀 있는 곳 같았다. 전문적인 용품들 또한 많이 구비해 두긴 했지만, 업장에서는 쓰이는 일이 별로 없는 모카포트라든가 냉침용 병, 2인용 찻주전자 등 가정에서 더욱 많이 쓰일 법한 물건들이 더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도권에 커피 인구가 많다고는 하지만 모카포트 하나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매장이 거의 없을 뿐더러, 그나마도 많이들 사가는 몇몇 제품들만 겨우 전시해 두는 것이 고작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곳은 그 자리에서 바로 직원의 설명을 듣고 구입까지 할 수 있는 배리에이션이 상당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인상깊었다. 이름마냥 '커피용품 마켓'이라는 기능에 지극히 충실한 멋진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원두 진열대의 사진만은 찍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틀 전에 근처의 로스터리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전시해 두고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이어서 하마터면 눈이 뒤집힐 뻔 했다. '베리 초코' 원두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 이렇게 두 팩을 구매해 왔다. 다양한 배리에이션의 원두를 준비해 두고 견적서를 적어서 요청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로스팅해 담아 주는 어라운지와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원두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커피 용품'의 배리에이션이 어라운지에 비해 상당히 넓기 때문에 말하자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둘 다 좋은 가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고 싶은 용품이 생기면, 다음에도 아내와 함께 만둣국집과 묶어서 차를 타고 쓱 왔다가는 것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