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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91005 Taiwan

대만유람기 2019 (10) : [3일차] 압도적인 국립고궁박물원과 의문의 밤산책, 그리고 훌륭했던 발 마사지

by 집너구리 2021. 3. 7.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만유람기를 적기 시작한 이후로 벌써 열 번째 글이다. 글은 열 개나 쌓였는데 아직도 사흘차이고, 심지어 아직 타이베이 근교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두어 개의 글을 더 쓸 때까지는 타이베이 근교에서 계속 체류할 예정이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새록새록 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만큼은 반가운 일이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찍어 본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도대체 이놈의 역병은 언제쯤 가라앉는단 말인가. 하루빨리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대만 동부 유람을 가 볼 수 있게 된다면 소원이 없겠다.

 

국립고궁박물원国立故宮博物院, 찬란한 중화문화의 진수

드디어 벼르고 별렀던 그곳, 국립고궁박물원으로 향한다. 우육탕면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발걸음도 가볍게 둥먼東門 역에서 다시 빨간색 단수이신이선 전철을 타고 스린 역에서 내린다. 첫날 한번 와 본 곳이긴 하지만, 밤에 왔을 때와 낮에 왔을 때의 스린역 주위는 아무래도 무언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스린 역에서 박물원까지는 제법 거리가 되기 때문에, 혹시라도 하절기에 왔다면 호기롭게 걸어가 보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얌전히 스린역 앞에서 '고궁박물원행'이라고 한자로 쓰여 있는 버스를 잡아 타도록 하자. 인간 육수착즙기가 되고 싶지 않으면...

낮의 스린역. 장제스가 생전에 살던 스린 관저도 이 근처에 있다는데, 시간상 가 보지는 못했다.
버스 비상문 위의 '긴급출구' 표시가 너무 멋들어진 글씨라 무심결에 찍었다.
고궁박물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보이는 풍경. 벌써부터 미친 듯이 크다.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는 모든 자를 위한 것이다. 
산 안쪽을 모조리 깎아서 수장고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은 압도적인 크기의 박물관.
가까이 와도 제법 큰 건물이다. 아래쪽에 있는 유리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제법 고풍스러운 사물함에 짐을 넣고 들어간다. 입장료에 얼마를 더 추가하면 음성 가이드 기기를 빌릴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원은 한국인들에게도 '타이베이의 필수 관광 코스'로 이름이 짜한 동양 최대급의 박물관 중 하나이다. 국부천대 과정에서 장제스 총통이 자금성을 비롯한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왕조 시절의 유물을 싹쓸이해 타이베이로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결론적으로 대륙 쪽에 남은 유물들 중 많은 수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멸실된 것을 생각하면, 장제스의 판단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우리는 귀찮게 비자를 따서 중국 대륙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중화 문화의 진수 중의 진수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의 공과를 다 떠나서라도 한국인이 장제스에게 감사해야 할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바로 이 고궁박물원의 설립을 들 수 있지 않을까.

 

국립고궁박물원은 2019년 당시에는 휴관 없이 8:30 - 18:30까지 운영하였으나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월요일은 휴관하고 있으며(관람시간도 09:00 - 17:00으로 조정됨), 타이완(중화민국) 국적자가 아닌 일반 외국인이라면 350NTD의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150NTD를 더 내고 신분증을 맡기면 음성가이드 기기를 빌릴 수 있는데, 이 음성가이드가 무척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웬만하면 빌리는 것이 좋다(한국어 가이드도 착실하게 되어 있다). 아니라면 내가 중국어에 무지하게 능통하고 중국 역사에 빠삭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그냥 멍하니 이게 뭐야~ 하고 돌아다니는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사에 관심이 많아서 제법 열심히 공부한 편이었고, 아내는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기까지 했지만 우리가 중화 미술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니만큼 가이드 기기를 빌려 설명을 들으며 돌아다니기로 했다.

 

의외로 많은 곳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신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화권의 박물관들은 상대적으로 사진 촬영에 관대하다고 한다. 덕분에 인상적이었던 유물들의 사진을 여러 번 돌아가며 찍을 수 있었다. 더욱 다행인 점은, 2019년 10월 당시 대만과 중공의 관계가 상당히 좋지 않아 중국 측에서 단체관람객의 대만 관광을 막아 버린 시기였다는 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대륙으로부터 온 단체 관람객으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겠으나, 우리는 관람하는 내내 인파로 인해 관람에 불편을 겪은 일은 없었을 만큼 상당히 느긋하고 쾌적하게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박물관의 수입 관점에서는 영 좋지 않은 일이겠지만, 관람객에게는 이만큼 좋은 환경도 없다.

2019년 10월 초의 기획전시 '소시대적 일상'

아래에 모아 둔 사진들은 모두 관람 도중에 특별히 인상 깊었던 유물들을 촬영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원의 대표 전시품들인 '육형석(동파육 모양의 돌)'과 '취옥백채(옥돌을 여치가 앉은 배추 모양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장식품)' 중 육형석은 남부 분원에 전시되고 있다 하여 안타깝게도 보지 못했지만, 취옥백채는 운이 좋게도 무척 편리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중국 미술이라고 하면 서안西安의 병마용갱이나 자금성처럼 호쾌하고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이른바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떠올리기 일쑤인데, 고궁박물원을 둘러보면서 그와 같은 나의 생각은 고작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유목流木을 다듬고 조각하여 모양새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멋들어진 신선의 모습을 조각해 낸다든가, 털 한 가닥 한 가닥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수달의 그림이라든가, 커다란 상아를 통째로 투각하여 여러 겹의 장식된 구를 만들어내고, 대추씨에 문을 여닫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한 배 모양을 새겨내는 등, 자연물의 형태를 살려내면서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들어낸 작품들이 수도 없이 눈에 띄었다. 중국 회화나 불교 예술에 대해서는 비교적 아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복기해 가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조소 방면에 대해서는 완전히 새로 눈이 트이는 듯한 경험이었기에 더욱 즐겁고 반가웠다. 미켈란젤로가 '나는 돌 속에 있는 사람의 형상을 꺼내놓을 뿐'이라는 말을 했던 이유가 새삼스레 마음에 와닿았다.

 

 

위안샨圓山에서 맛본 최고의 거위 요리와 밤 산책

 

고궁박물원을 나왔을 때는 이미 해질녘이었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진다고는 하지만,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스린 역으로 나와, 상샨 방면으로 가는 단수이신이선 전철을 타고 위안샨 역에서 내렸다. 나는 시방 배고픈 짐승이다. 

사실 이번에 찾아가는 식당은 호기심 삼분지 일, 기대 삼분지 일, 불안함 삼분지 일의 마음을 갖고 가는 것이었다. 관광 가이드에 적혀 있는 가게이기는 하나, 당시만 해도 구글 지도 리뷰에는 한국인의 리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달려 있지 않았다. 말인즉슨 상당히 로컬한 가게라는 뜻이다. 영어조차 안 통할 가능성이 컸다. 길거리에 좌판을 깔고 대강 장사하는 듯한 거위고기 전문점 '제일흙거위'가 그곳이다.

 

가게의 첫 인상은 이렇다. 정말 관광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동네에, 메뉴판이고 뭐고 전부 중국어로만 쓰여 있다.

다 쓰러져 가는(편견) 낡아빠진 상가 아케이드를 걷다 보면 다른 동네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인도에까지 좌판을 벌려 놓고 불을 밝히고 있는 '제일흙거위' 간판이 눈에 띈다. 들어가면 메뉴판은 전부 중국어로 쓰여 있고, 대강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이라고는 전부 현지인인 듯했다. 다행히도 한자를 몇 자 아는 것이 이번에도 크게 도움이 되어, 메뉴판에서 눈에 띄는 '거위 국수'와 '거위 백숙'을 뜻하는 듯한 한자 단어를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핸드폰 화면에 글자를 베껴 적어 점원에게 보여주니, 점원이 뭐라고 중국어로 이야기하면서 좌판 쪽을 가리켰다.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갖다 준다는 뜻인 것 같았다. 일단 자리로 가서 앉았다.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고기를 썰고 있었고, 옆에서는 육수에 국수를 말고 있었다. 거위 삶는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힌다. 그렇다, '향기'다. 배가 엄청 고프지는 않은 상태였는데도, 고기 삶는 냄새가 (고기에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몰라도!) 무척 향기롭게 느껴졌다. 

국수 한 사발과 거위 수육. 아 보니까 또 먹고싶다.

주문이 조금 밀린 상황이었는지, 생각보다 조금 더 기다린 다음에야 음식이 나왔다. 맑은 거위 육수에 탱글탱글하게 삶긴 중화면을 말고 부추와 튀긴 마늘을 얹은 거위 국수와, 깔끔하게 삶겨서 생강채와 함께 먹도록 준비되어 나온 거위 수육이다. 거위는 처음 먹어 보는데, 닭고기와 오리고기의 중간 그 어드메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리고기마냥 기름이 절절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무척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닭고기와는 다른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 미뢰를 때렸다. 와, 이건 성공이다. 무조건 성공이다. 타이완 특유의 향신료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도, 이 깔끔하면서도 일견 간단해 보이는 거위 수육과 거위 국수는 누구나 맛있게 그 자리에서 뚝딱 해치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음식이 바닥나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탐식에 가깝게 해치웠으니까. 거위 고기가 의외로 뼈에서 잘 안 떨어진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정말 훌륭한 한 끼였다.

 

제일흙거위에서 식사하면서 경험한 흥미로운 사건 한 가지. 이 동네는 합석이 상당히 자연스러운 문화인 듯, 우리 부부 앞에도 동네 아저씨 한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합석하여 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 아저씨는 동네 사람이 아닌 우리가 흥미로웠는지, "어디에서 왔느냐", "어디어디 다녔느냐"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 반가워하며, "시간이 남으면 동쪽에 화롄花蓮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진짜 예쁘니까 꼭 가 보도록 해!"라고 말씀해 주셨다. '예뻐, 예뻐"라고 화롄의 아름다움을 하도 강조하시기에, 우리 또한 흥미가 동했지만 일정상 이번에는 맞지 못할 것 같았다. 다음 대만 일주 때는 동쪽으로 한 번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제일흙거위에서 식사하면서 경험한 흥미로운 사건 두 번째.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점원이 불러준 액수가 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가게를 나오면서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따져 봤는데, 10-20NTD만큼 점원이 값을 더 부른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워낙에 저렴한 메뉴들이었던 데다, 또 맛이 훌륭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가게에 돌아가서 점원에게 따질 만한 중국어 실력도 되지 않다 보니(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이유였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10-20NTD면 고작해야 700-1400원 정도인데, 그 정도 손해 봤다고 절겁던 여행이 안 절거워지는 것도 아니니까.

 

기분 좋게 (그러나 밥값 때문에 다소 찜찜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후식으로 이 동네에서 제법 잘 나간다는 버블티 가게를 찾아가기로 했다. 가게로 가는 길에 무언가 휘황찬란한 건물이 있기에 슬그머니 들어가 보기로 했다. '대룡동 보안궁'이라는 곳이다. 그러니까 '바오안'이라는 신을 모시는 도교 사원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도교의 맥락이 면면히 이어져 오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신들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사원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중화권에서는 여전히 도교가 상당히 유효한 종교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도교 사원이란 게 보통 금박과 붉은색을 아낌없이 사용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다 보니 보는 즐거움도 있고. 말하자면 일본 여행 가서 괜스레 동네 신사에 한번 기웃거려 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가운데 문은 신이 드나드는 문이라 홍살을 쳐 놓고 사람은 못 들어가게 한다.
보안궁 내부의 본전. 향을 피우고 목례하는 참배객들이 늦은 시간에도 왕왕 있었다.
신의 신위는 이렇게 모셔 둔다. 우리나라 당집과도 비슷한 것 같고. 무슨 신인지는 모르겠다.
금박과 붉은 단청으로 수놓아진, 화려하기 짝이 없는 건물이다. 무려 1800년대에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주신의 신위를 모신 곳인 듯하다.

재미있는 보안궁 관람을 마치고, '나이차짠'이라는 이름의 동네 버블티 가게에 도착했다. 정말 길거리에 조그맣게 열려 있는 가게라서, 처음에는 지나칠 뻔했다. 아래 사진만한, 한국에서는 라지를 넘어 벤티 사이즈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플라스틱 컵에 가득 담아 주는 버블 밀크티가 한 잔에 고작해야 몇십 NTD, 한국 돈으로는 2000원 남짓밖에 하지 않는다. 대만 투어 다니는 아이돌들이 버블티 마셔서 살찌고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이제는 남 일 같지 않다. 이렇게 고품질의 버블티를 이렇게 싸게 파는데 매일같이 안 사먹고 배기겠나 도대체가.

념념

하루의 마무리는 마사지로, 근데 이제 실력을 곁들인

아무래도 사흘 밤낮을 연달아 열심히 걸어서 돌아다니다 보니, 걷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슬슬 장딴지와 발바닥이 얼얼해져 오기 시작했다. 하물며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아내는 더욱 힘들어하여, 이미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앞으로 이레 정도를 더 이렇게 강행군을 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점에서 한번 다리를 풀어 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우리 모두 일치했다. 숙소 근처에 괜찮은 마사지샵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진형가臻螢佳'라는 가게이다(이 리뷰를 쓰면서 확인해 보니, 2021년 시점에는 이미 폐업했다고 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가게에 들어가면 점원이 코스 안내를 보여주며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다. 코스 안내도를 보면서 우리는 한국말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점원은 이미 이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다 파악한다. "한국 사람이예요?"라고 물어보시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한다. 요새 한창 한국어를 배우고 계신다고.

우리는 전신 마사지까지 받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거니와, 가격도 제법 셀 것 같아 발 마사지 코스만 받기로 하였다. F코스(발마사지 60분)를 골랐는지 G코스(발마사지 30분)를 골랐는지는 지금은 아쉽게도 기억나지 않는다. 자리로 안내받으면 일단 발을 따뜻한 물에 불려 씻겨 주시고, 그 다음부터 오일을 발라서 발 마사지를 해 주신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디가 제일 불편했는지 등을 꼼꼼히 물어보며 챙겨 주시는 데다가, 마사지 실력 또한 너무 훌륭해서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그저 기분 좋아하는 외국인 부부 한 쌍이 있었다. 사실 그게 우리였다.

 

코스표에 이제 보니 '한국 최고!'라고 쓰여 있다. 왜 폐업하셨어요ㅠㅠㅠㅠ

생각 외로 너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타이베이에 체류하는 마지막 날인 내일도 꼭 한 번 다시 오자고 우리 부부는 다짐했다. 한국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점원 분과도 더 많이 얘기해 보고 싶었기도 했거니와, 마사지를 너무 훌륭하게 해 주신 덕에 마치 다리를 새 것으로 갈아끼운 듯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되어 숙소로 가볍게 돌아왔다. 아무래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폐업하게 된 것 같은데, 점원 분께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느셔서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우리의 마음이 그분들께 전해지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부디 이 엄혹한 시절 가운데에서도 건강하시길, 그리고 이 역병이 끝나게 되면 또 타이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