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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

[방문기] 인천시 부평구 '실리제롬'/'빵요릿집'

by 집너구리 2021. 5. 15.

인천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늘 들르는 빵집이 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아내의 절친한 친구가 추천해 준 뒤로, 인천에 가기만 하면 마치 통과의례마냥 이 곳에 들른다. 부평구 삼산동에 위치한 '실리제롬'이라는 빵집이 그곳이다. 굴포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 제법 훌륭한 질의 식사빵을 주류로 팔고 있는 곳이다.

빵 모양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귀여운 거북이가 그려져 있는 간판. 천장이 제법 높다.

안으로 들어가면 유리벽이 쳐져 있는 카운터에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이 식빵이나 바게트, 치아바타 등의 식사빵류이다. 스콘이나 피자빵도 카운터에 놓여 있긴 한데, '먹으면 배부르고 식사 대용이 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 속에 있는 리스트업인지도 모르겠다. 

 

냉장 쇼케이스에는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샌드위치류가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집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매운 크림치즈'도 이 안에 들어 있다. 부드러운 크림치즈 안에 굵게 간 매운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스프레드인데, 상당히 중독적인 맛을 자랑한다. 나는 매운 것을 영 잘 먹지 못하는 편인데, 유독 이 집의 매운 크림치즈만큼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바삭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얹어 먹으면 풍미가 무척 훌륭하다.

 

계산대 옆에는 구움과자류가 전시되어 있다. 익히 알려진 마들렌과 휘낭시에, 까눌레, 갈레트브르통은 물론이고,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과자들도 몇몇 놓여 있다. 아내 친구의 말에 따르자면 과자류는 종류가 종종 바뀐다고 한다. 

 

이번에는 탕종을 넣어 만든 '모찌모찌 식빵'과 안정의 매운 크림치즈, 그리고 갈레트브르통을 구매했다. 갈레트브르통은 레시피대로 연습을 여러 번 해도 영 본래의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잘 살지 않아서, 어딜 가든 한 번씩 사서 먹어 보면서 맛 재현을 고민하곤 한다. 이곳의 갈레트브르통은 좋은 버터를 쓰는지 몰라도 좀더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모찌모찌 식빵의 경우, 토스트를 해도 맛있지만 사 온 그대로 먹는 것이 더욱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나는 듯하다.

 

직원에게 원하는 빵을 이야기하면 직원이 직접 집어서 계산대로 가져와 포장해 주는 시스템이다. 보기만 해도 배가 고파진다.
이곳의 과자는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샌드위치는 아쉽게도 아직 먹어 보지 못했지만, 크림치즈는 이미 중독의 수준이다.

실리제롬에서 빵을 산 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실리제롬에서 새로 열었다는 브런치 가게 '빵요릿집'이다. 실리제롬에서 바로 길 건너서 도보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 그대로 실리제롬의 빵을 가지고 만드는 다양한 브런치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우리는 요리를 포장해서 이동하면서 먹을 요량으로 갔는데, 아침 열한 시 반이 갓 지난 퍽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벌써 안에 사람이 꽉 차 있고 대기줄까지 늘어서 있었다. 심지어 평일인데!

 

가게 이름을 알기 위해서는 가게 앞에 서 있는 입간판을 보는 것이 좋다.
갈색과 흰색 기조의, 식빵을 생각나게 하는 가게 인테리어가 눈에 확 띈다. 

가게 내부는 갈색과 흰색 기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조리실 벽은 마치 잘 구운 식빵을 형상화한 듯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바질페스토를 바른 포카차와 생모차렐라 치즈를 넣은 MRT 샌드위치와 베트남식 우삼겹 샌드위치, 그리고 코울슬로와 알감자버터구이를 포장주문했다. 우삼겹 샌드위치는 겉의 빵을 바삭하게 구운 치아바타 스타일의 빵으로 썼다는 점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반미와 조금 달랐지만, 속재료는 반미의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특히 딱 알맞은 간으로 조린 우삼겹과 아삭아삭한 당근 및 무 샐러드, 그리고 상큼한 고수의 향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아내는 고수를 잘 먹지 못하기에 MRT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아낌없이 바른 바질페스토와 담백한 모차렐라치즈, 신선한 토마토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그야말로 이탈리아의 맛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코울슬로는 우리 입맛에는 소스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었지만, 특제 마요네즈에 찍어먹는 알감자버터구이가 너무나도 부드럽게 잘 뽑혀서 코울슬로에서 느꼈던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완전히 상쇄되는 느낌이었다.

 

깔끔하게 포장해서 전달받은 샌드위치들. 1인분의 양이 퍽 많다.

 

부평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한 번씩은 들를 만큼 좋아하는 가게인 실리제롬에서 새로 가게를 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는데, 이곳 또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아 반갑고 좋았다. 앞으로 부평 근방에 갈 일이 있게 되면 실리제롬뿐만 아니라 빵요릿집에도 종종 들르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