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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03.20)

by 집너구리 2022. 3. 20.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 (2022. 2. 27)

(지난 달에 쓴 식물 업데이트)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2. 1. 30) (가장 최근에 쓴 식물 업데이트)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2. 1. 2.) (예전에 쓴 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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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이 정말로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아마 아내가 코웃음을 치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식물을 들이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번식해 놓은 식물들을 다 내놓은 후에는

그래도 좀 뭐가 나아지지 않겠나 하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

걔네들이 다 온실 속에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온실에 들어갈 만한 화초가

이제는 정말 몇 없다.

 

그 사이 새로 생겼거나 대규모의 변화가 있었던 식물들은 다음과 같다.

 

 

1.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몬스테라의 종류인 '델리시오사'의 한 형태이다.

원예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 델리시오사와 보르시지아나 폼의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유전적 차이가 크게 없는 단순한 형태변이의 한 종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보르시지아나 폼과 델리시오사 폼의 유의미한 형태 차이에 대한 지난한 논쟁을 반복할 생각은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델리시오사 폼은 화원 어디를 가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에 반해 보르시지아나 폼은 노력해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친구는 당근에 만 원에 올라왔다가 오천 원으로 떨어졌길래(심지어 성장용 지지봉까지 달려 있는데)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내가 그 근처로 갈 일이 생긴 날에 다시 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그래서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 봤더니, 어차피 안 나가고 있어서 오천 원에 올리나 만 원에 올리나 큰 차이 없을 것 같다며, 지금 가져가실 거면 오천 원에 해 주겠다고 하셨다.

바로 달려갔더니, 도보로 오셨냐면서 굳이 돈을 받을 것도 없이 그냥 가져가시라고 해 주셨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아마도 어차피 내놓고 싶은 식물이었는데 상대가 걸어왔다가 걸어서 가져간다고 하니 옮기는 품 치고 가격을 빼 주신 모양이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가져오기는 했는데, 이제 이 녀석을 얼마나 잘 키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

 

 

2. 일산에서 들여온 새 호접란들

 

호접란은 지난번에 갔던 한국화훼농협에서 사 왔다. 

사실 마음에 제일 드는 녀석은 따로 있었으나 가격이 워낙 흉악한 탓에 그나마 괜찮은 가격에 아내가 좋아하는 색상의 녀석들을 골라왔다. 

흰 배경에 분홍빛 연지곤지를 칠한 듯한 꽃이 귀엽다. 

호접란은 꽃이 다르게 피면 품종 단위가 다 다른데, 과연 우리 집에 있는 붉은 꽃을 피우는 만천홍 품종과는 꽃도 잎 모양도 다 달라서 신기하다. 

키우는 방법만큼은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3. 과습이 와 버린 테이블야자

쉽게 잘 큰단 이유로 테이블야자를 반려식물로 선택한다면 그 선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정말 아무렇게나 두고 키워도 되는 식물을 고를 거라면 차라리 스킨답서스가 낫다.

테이블야자를 반 년 정도 키워 본 경험에 따르자면, 그냥 평범한 난이도의 식물 키우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강한 빛에 그만 이파리가 타 버리는 경험도 하고, 이파리가 말라 버리는 경험도 했지만 점점 새 잎들이 기세를 못 펴고 시들어 버리길래 혹시나 하고 흙을 파 봤더니 과습이다.

스킨답서스라면 과습마저도 견뎌낼 테지만, 테이블야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조건이었던 듯하다.

혼비백산하여 시든 잎과 썩은 뿌리를 다 제거한 뒤 펄라이트와 하이드로볼로 층을 만들어 수경재배를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잘 커 주면 좋을 텐데.

식물은 정말 잘 자라다가도 어떻게 될 지 도통 알 수 없다.

 

 

4. 씨앗부터 시작하는 아보카도와 망고

아보카도는 이미 우리 집에 제법 키 큰 녀석이 하나 정좌하고 있지만, 재미삼아서 한 번 더 심어 보았다.

나중에 제법 나무답게 크면 어디 나눔을 해도 되고, 당근에 내놓아도 될 듯 하다.

재미있게도 앞쪽에 보이는 녀석이 갈라지기는 더 빨리 갈라졌는데 아직 싹이 안 올라왔고, 뒤쪽 녀석은 다 죽었나 싶었는데 굳건히 싹을 올려 줬다.

망고는 예전에 한번 곰팡이를 피워 죽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온실에 넣고 키워 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잘 커 주고 있다.

앞으로도 그래 주기를 바란다.

아마 이번에도 망고 키우기에 실패한다면 앞으로는 망고는 도전하지 않는 게 나에게 이로울지도 모른다.

 

 

5. 일산에서 데려온 친구들 2: 무늬 벤자민과 베고니아 이브닝글로우

호접란과 마찬가지로, 지난 삼일절에 아내와 같이 갔던 한국화훼농협 레이드에서 데려온 친구들이다.

아내는 벌써부터 이 조그마한 벤자민을 키워서 초대품으로 만들 생각에 들떠 있다.

벤자민은 정말 어렸을 때 녹색 잎의 녀석이 집에 한 그루 있었던 기억 이래로 처음 들이는 녀석이다.

과습에 주의하면서 잘 키워 보려고 한다.

고무나무는 과습이 이상하게도 잘 오더라고.

베고니아 이브닝글로우는 집에 데려오자마자 흙을 전부 씻어내 주고 새로 갈아 주었는데, 아직 이파리의 끝자락들이 조금씩 물러서 떨어지는 등 조금 비실비실하다. 

그래도 새 잎들을 계속 내 주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이지만 이 녀석을 분갈이하면서 근경성 베고니아의 흙 아래 모습을 알게 되었는데, 마치 가느다란 고구마 같은 녀석들이 여러 가닥 모여 하나의 큰 근경을 이루는 형태로 자라나는 것이었다.

흙 위로 보기에는 여러 촉이 합식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은 큰 근경 한 덩어리에서 여러 개의 생장점이 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걸 알고 나니 섣불리 촉나누기로 번식할 마음이 들지 않게 되었다.

역시 베고니아 번식은 잎꽂이부터 시작하는 게 마음 편할 듯하다.

 

 

6. 슬슬 모이기 시작한 필로덴드론과 번식 근황

왼쪽 친구는 필로덴드론 스플렌디드라고 한다.

필로덴드론 베루코섬Ph. verrucosum과 필로덴드론 멜라노크리섬Ph. melanochrysum의 교배종이라 한국 원예계에서는 '베멜하'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쭉쭉 잘 크기는 하지만 벌레가 꾀이기 쉬운 베루코섬과, 금빛 테두리가 둘린 암녹색의 잎이 환상적이지만 더럽게 까다로운 멜라노크리섬의 좋은 점들만 잘 모인 종으로, 튼튼하고 잘 크기로는 따를 녀석이 없다고 한다.

이파리가 못생긴 것도 아니다. 베루코섬과 멜라노크리섬의 모습을 반반씩 닮아 퍽 아름다운 잎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안성을 다녀올 적에 사온 녀석이다.

한편 지난번에 소개했던 멜라노크리섬은 결국 노드 윗부분을 통째로 잘라 버렸다.

새 잎이 나오기 시작한 꼭대기 부분 한 마디를 따로 잘라서 수태에 꽂아 두고, 나머지 노드도 옆에 꽂아 두었다.

꼭대기 삽수는 벌써 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노드는 아직 조용하다.

양재에서 사온 벌레잡이제비꽃도 떨어진 이파리를 수태에 꽂아 놨더니,

며칠 뒤에 들추어 보니 벌써 이파리를 여럿 물고 있다.

벌레잡이제비꽃의 번식률은 140%라더니 정말인 듯하다.

 

 

7. 그린하트클럽에서 데려온 픽시라임페페와 상추들

연남동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화원, '그린하트클럽'에서 데려온 친구들이다.

우리 부부 모두 때글때글하게 올라오는 식물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거북이페페와 이 녀석과 여우꼬리풀 중에서 고민하다가 픽시라임페페 이 친구를 데려오기로 했다.

원래는 식물은 사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사장님의 진심이 우리를 구매로 이끄셨다...

상추까지 덤으로 얻어 왔는데 이 친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