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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 (2022. 2. 27)

by 집너구리 2022. 2. 28.

(지난 달에 쓴 식물 업데이트)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2. 1. 30)

(가장 최근에 쓴 식물 업데이트)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2. 1. 2.) (예전에 쓴 글들)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우당탕탕 초보 홈가드너의 우리 집 풀때기 소개하기 기억도 잘

sankanisuiso.tistory.com

이번 달에도 돌아온 식물 근황 업데이트.

이번에는 새로 산 식물들과 변화가 현저한 식물들을 다뤄 본다.

 

1. 천손초 애기들

천손초 대품에서 떨어진 자구들을 마사토에 박아 두고

틈 날 때마다 물을 줘 가면서 키우고 있는데,

드디어 그 중 몇몇이 어미와 같은 뾰족한 잎을 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그 중 처음으로 제 자구를 낸 녀석이 나타났다.

쪼끄만 게 뭔 힘이 있다고(?!) 벌써부터 자구질이야!(?!) 싶은 느낌.

천손초가 너무 잘 자라는 바람에 자구들이 감당이 안 돼서

소주컵에 몇 친구들씩 담아 두고

가물에 콩 나듯 사람들 만날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씩 나눠 주고 있다.

그건 그렇고 천손초와 만손초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천손초와 켈렌초이(?)라는 의문의 이름이 같이 잡히곤 하는데

영어로 써 보니 그냥 칼랑코에(Kalanchoe)였다.

아니... 이거 뭐 오렌지와 어륀지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 어떤 식물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직 의문. 

 

 

2. 잎꽂이 베고니아들의 근황

 

사실 2월 초쯤에 베고니아 잎들을 몇 잘라서 잎꽂이를 해 두었다.

핑크 서프라이즈에서 두 장, 은베고니아 한 장,

어텀엠버 한 장, 마틴즈미스테리 한 장.

밀폐 농산물 포장용기에 배양토를 담은 뒤

그 위에 잎들을 대강 올려놓고 물을 충분히 주고 뚜껑을 닫는다.

하루에 한 번 정도씩 환기를 위해 뚜껑을 열었다 닫아 준다.

 

이 정도 관리를 한 지 약 넉 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잎꽂이 온실이...
이렇게 징그럽게 변했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잎에서 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실한 잎으로 시작했던 은베고니아는

가장 뿌리도 징그럽게(?) 뻗어내면서 벌써 촉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거...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건가...? 오히려 좋아.

 

 

3. 새로 꽃이 핀 친구들

 

지난 달에는 베고니아 로즈샴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꽃을 계속 뽑아내고 있다)

봄이 되어서 그런지 다른 꽃들도 슬슬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특히 콜레우스는 생각보다 너무 꽃이 예쁘다.

수형을 예쁘게 잡아 주기 위해서는

꽃대가 나오는 대로 끊어 줘야 한다던데,

이렇게 꽃이 예쁜데 어떻게 뜯나.
(나는 보랏빛이 좋아!)

라벤더는 처음에 우리 집에 올 때부터 이미 꽃을 잔뜩 달고 있었는데,

날이 갈수록 조금씩 꽃잎들이 열리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다.

 

(좌) 하얀 꽃을 수줍게 내밀어 준 은베고니아. (중) 이렇게 예쁠 줄 몰랐던 콜레우스의 꽃. (우) 꽃대를 올려주는 걸 넘어 꽃대밭이 된 라벤더.

 

 

4. 살려주세요 바나나님

 

우리 집에 잎 세 개짜리로 와서

아보카도 화분 위에 잠시 세들었던 적이 있는

핑크 바나나Musa velutina.

이미 처음 왔을 때부터 일 주일 만에 새 잎을 내밀어서

'아, 이거 잘못하면 큰일나겠는데?' 싶었는데

2주차에 이미 슬릿분 틈 사이로 뿌리를 뻗어내기 시작하더니

부랴부랴 분갈이를 해 주자 더욱 미친 듯이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보카도 화분과 비슷한 크기의 화분에 심겨서

아보카도의 제일 큰 이파리와 비슷한 크기의 잎을 내 주면서

정말 잘 크고 있다.

특별한 관리 없이 잘 커 주는 게 대견하기는 한데

정말 집 부숴먹지는 않겠지...?

 

(좌) 대략 20센티미터 정도의 높이였던 앙증맞은 바나나 녀석이... (우) 이렇게 커졌습니다.

 

5. 제로부터 시작하는 필로덴드론 키우기

 

사실 반 년 전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우리 집에도 필로덴드론이 있었다!

필로덴드론 셀렘Ph. bipinnatifidum 'Selloum'의 한 품종인 '호프 셀렘'인데,

최근에 필로덴드론 중 셀렘처럼 목대를 형성하는 녀석들은

'타우마토필룸Thaumatophyllum'이라는 별도의 속으로 나뉘었단다.

그래서 다시 우리 집은 필로덴드론 없는 집이 되었는데

최근에 글로리오섬 삽수와 멜라노크리섬 묘를 당근에서 값싸게 샀다.

둘 다 벨벳 느낌의 이파리를 가진 녀석들이라

내 취향의 필로덴드론은 이런 친구들인가 싶다.

멜라노크리섬은 잎이 너무 작아서

이거 미칸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이런 생김새는 멜라노크리섬이 맞는 듯하다.

미칸은 한 생장점에서 가지가 계속 나오며

산발한 머리칼처럼 엉켜 자라고 줄기도 붉은 기가 있지만

멜라노크리섬은 기본적으로 녹색 기조이고

한 줄기가 계속 올라가면서 잎을 점점 키워낸단다.

레딧에 이 고민을 털어놓은 서양 친구들이 한 바가지 있더라.

 

(좌) 뿌리가 제법 많이 난 글로리오섬Ph. Gloriosum (우) 촉수가 계속 이어지는 멜라노크리섬Ph. Melanochrysum.

 

 

6. 새로 들여온 식물들 몇몇

 

지난번의 서북서울 투어에서 사온 뮬렌베키아 애스토니

흙 소독을 위해 과산화수소 희석액을 준 것 외에는

지금껏 물을 전혀 주지 않고 말리듯 키우고 있다.

다행히 잘 자라 주고 있다.

 

새로이 베고니아 스노우캡이 생겼다.

2월 19일에 있었던 '녹녹식물마켓'에 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식물유튜버 겸 피아니스트이신

'독일카씨' 님의 부스에서 만 원을 주고 샀다.

스노우캡이 워낙 많이 남아 있었던 탓인지

감사하게도 삽수를 덤으로 두 개 더 주셔서

집에 와서 물꽂이를 며칠 더 해 뒀다가

엊그제 화분에 정식해 주었다.

만나뵐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찍어 달라고 하거나

책이라도 갖다 사인을 요청드릴 걸 그랬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우리 집 베고니아는 총 아홉 종류가 되었다.

 

(좌) 노가든에서 산 뮬렌베키아 애스토니. (우) 독일카씨님의 '그 스노우캡'으로부터 만들어진 전설의 스노우캡 삽수들.

한번은 당근마켓에서 잉글리시 라벤더 삽수를 나눔한다고 하여

부랴부랴 저녁밥을 먹자마자 대흥동으로 떠났다.

서강대 근처에 있는 추어탕집 주인 분이 나눔하시는 거였는데,

너무나도 친절하게 라벤더 키우는 방법과 삽수 관리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면서

(한 개만 받을 줄 알았는데) 한 다발을 주셨다.

덤으로 사랑초까지 두 촉 얻었다.

나도 맨입으로 받기는 뭐해서 베고니아 베니고 삽수를

하나 준비해서 가져갔는데,

마침 베고니아를 막 시작했는데 베니고가 없었다며

퍽 좋아하셨다.

나중에 보니 추어탕집 평점도 퍽 괜찮아서

근처에 들를 때 한 번 포장해서 먹어 볼 생각이다.

 

(좌) 잉글리시 라벤더 삽수 다발. 아직 뿌리가 나지는 않아서 대기 중이다. (우) 덤으로 받았는데 잘 자라는 사랑초. 밤이 되면 잎을 접는다.

며칠 전에는 오래간만에 출근한 김에 양재동 꽃시장에를 다녀왔다.

아내와 내가 퍽 좋아하지만 의외로 화원에 잘 들어오지 않는

푸밀라 한 포트와

대형종 벌레잡이제비꽃인 '모라넨시스' 한 포트를 샀다.

푸밀라는 저렇게 덩굴처럼 기어내려가는 주제에

학명이 Ficus Pumilla다.

다시 말해 무화과속이다.

다른 말로 '푸밀라 고무나무'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고무나무들이 다 무화과속이니 크게 틀린 말은 아닌 듯도 하고.

더 찾아보니 무화과속 중 덩굴 형태를 띄는 친구들은

우리식으로 '모람'이라고 번역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료를 더 찾다 보면

잎에 무늬가 들어간 이런 형태의 푸밀라들을

'무늬모람'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요새 핫한 제주애기모람(!)이랑 비슷한 종류인 셈이다.

더 웃긴 건, 꼴에 무화과속이라고

잘 키우면 무화과 같은 열매도 난단다.

 

벌레잡이제비꽃 '모라넨시스'는

집에 이미 키우고 있는 에셀리아나가

너무 작아서 벌레를 영 잘 못 잡는 듯하여

추가로 들인 녀석이다.

이파리가 큼직하고 모양이 예쁜 놈을 골라 와서

그릇에 옮겨 주면서

괜스레 떨어진 잎 몇 장도

수태에 꽂아 두었다.

벌레잡이제비꽃의 번식률은 120%라는

푸틴 대선 투표율 같은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 있는데,

이렇게 여러 포트로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올해는 뿌리파리로부터의 해방을 한번 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