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220911 싱가포르

00. 싱가포르 여행 계획하기(갈지 안 갈지 알 수 없습니다)

by 집너구리 2022. 8. 7.

9월달에 뭘 할까?

 

아내가 9월경에 거취가 변경되게 되어, 시간이 한 달 남짓 붕 뜨게 되었다. 마침 나도 그맘때쯤에 휴식이 좀 고팠던 참이었다. 우는 아이 뺨 때려 주는 격이랄까. 뭐? 당신도 쉬어? 그럼 나도 쉬어야겠다. 마침 리프레시 휴가도 생겼겠다. 활용하기에는 절호의 기회다.

 

사실 이렇게 길게 휴가를 받아 두면 아무튼 여행이 가고 싶어지는 것이 우리 부부로서는 인지상정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가 다 잡히지 않은 세상. 아무리 해외 여행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데나 가기에는 다소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시간을 일 주일 이상 잡기에도 쉽지 않다. 모처럼 받은 리프레시 휴가를 아무래도 한 해에 몰아서 다 써 버리기보다는, 그래도 내년을 대비해서 반절 정도는 쟁여 놓고 싶다. 내년에 갑자기 코로나가 뿅! 하고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점점 그 독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그렇다면 내년쯤에는 입국이 금지되어 있거나 하는 나라들도 어느 정도 빗장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에 리프레시 휴가의 반절을 걸어 보기로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정말 어딘가를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크게 하고 있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마지막 순간에 비행기 취소 수수료를 내게 될 가능성이 정말로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날 가능성에 비해서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따지자면 한 51:49 정도? 그래도 일단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몇 가지 선택지를 추려 본 뒤, 이 중에서 어디를 갈지 골라 보기로 했다.

 

[선택지]

 

일본-도쿄(패키지)

일본-간사이(패키지)

베트남-다낭

태국-방콕

호주-시드니

미국-괌

미국-사이판

인도네시아-발리

싱가포르

 

 

[여행지 고르기]

 

가. 물에 들어갈 일이 있는가?

물에 들어가려면 아무튼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든 수영장에 들어가든 마스크는 벗고 수영해야 한다. 개인 숙소에 완벽히 딸려 있는 풀장을 제외한다면. 아무리 개방된 장소에서까지 마스크를 꼭 끼고 다닐 필요는 없다손 치더라도, 바로 옆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물을 뱉어내는 사람이 재수 없게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사실 0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휴양'이 주 콘텐츠인 도시들은 거의 모두 걸러졌다. 베트남 다낭, 미국의 괌과 사이판, 인도네시아 발리 등이 그렇다. 이런 동네에 가면 아무래도 물에 들어가는 것이 주된 즐길거리들인데, 그렇지 못할 바에야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낫다.

 

 

일본-도쿄(패키지)

일본-간사이(패키지)

베트남-다낭

태국-방콕

호주-시드니

미국-괌

미국-사이판

인도네시아-발리

싱가포르

 

 

나. 비행기삯이 1인당 왕복 100만원을 넘어가거나, 비행 시간이 8시간을 넘어가는가?

시드니가 여기서 걸러진다. 요새 기름값이 비싸기도 하고, 항공편 공급이 수요를 이기지 못하는 것도 있는 탓에 비행기삯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상태다. 7월 말 기준으로 인천-시드니 간 가장 싼 대한항공 직항 왕복편 값이 대략 150만 원 정도였다. 아이고 세상에 이건 글렀습니다. 오랜만에 시드니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이렇게까지 돈을 들일 정도는 아니다. 빠른 손절.

 

일본-도쿄(패키지)

일본-간사이(패키지)

태국-방콕

호주-시드니

싱가포르

 

 

다.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국가/지역인가?

사실 여기서 여행지 세 개가 다 걸러진다. 일본이야 워낙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고, 지금은 외려 패키지 여행이 아니면 비자도 받지 못할 만큼 입국이 너무 어렵다. 

내가 열심히 보고 있는, 하드하게 일본여행을 다니시는 블로거 선생님이 최근에 도쿄 패키지를 다녀오신 경험을 연재하고 계시는데, 들여다보면 의외로 해 볼 만한 구성이다. 관광 포인트 주변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만 않으면(도보 이내에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곳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형태로 운영된다고. 가격도 퍽 합리적이다. 현재 일본 정부로부터 패키지 비자 허가를 받은 여행사가 몇 안 되는데, 그 여행사들의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보면 제법 괜찮은 가격에 도쿄나 오사카를 다녀올 수 있다. 

근데 사실 일본 입국 제약이 풀리기 전에라면 일본 여행은 언제든 다녀올 수 있는 느낌의 구성이기는 하다. 가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아고, 휴가를 제법 길게 내 놓았는데 고작 3-4일 여행만을 다녀오고 땡 치기에는 뭔가 아깝다. 아내가 "도쿄에 3일 다녀왔다가 하루이틀 쉬고 바로 간사이를 3-4일 다녀오는 건 어때?"라는 광기에 가득 찬 천재라고밖에 볼 수 없는 제안을 해서 퍽 솔깃했는데, 아무래도 7일짜리 단기비자 수속료를 두 번씩이나 일본 법무성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뭔가 좀 아까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건 연말까지 상황을 좀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때마침이라고까지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이렇게 결정하고 나서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안심 아닌 안심을 했달까.

방콕의 경우에는 순전히 '한 번 다녀왔으니까' 제외했다는 느낌이 강하기는 하다. 방콕에 갔다가 코로나에 걸려서 귀국도 못 하고 한참을 고생했다는 후기들을 여럿 봤다는 것도 사실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못 하겠다. 태국의 의료 시스템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서 내 몸 상태를 온전하게 의사 선생님들께 설명할 자신이 없다.

 

일본-도쿄(패키지)

일본-간사이(패키지)

태국-방콕

싱가포르

 

그런 고로 질렀습니다. 싱가포르행 비행기.

 

사실 우리 부부의 여행 습관에 비추어 볼 때, 평소 같으면 싱가포르는 여행지로서 우선순위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동네이다. 

1. 그 나라만의 특색 있는 음식 문화가 공고한지 ->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은 나라이고, 국제도시이다 보니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 많이 들어와 있어서 '싱가포르만의 음식'이 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2. 특기할 만한 유적들이 많이 있는지-> 물론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라가 큰 편이 아니다 보니까 갯수 자체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

3. 그렇지 않으면 그냥 정말로 휴양하기에만 적합한 곳인지 -> 흔히 생각하는 '휴양지'라고 하면 센토사 섬인데, 딱히 놀이공원이나 액티비티에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맑은 바다나 깊은 산 속 시원한 계곡, 혹은 온천이 있는 곳에서 느긋하게 쉬고 싶은 것이 우리 부부의 휴양론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금처럼 여러모로 해외여행에 제한이 있는 때일 수록 그 이점이 두드러지는 동네가 바로 싱가포르다. 교통도 잘 되어 있고, 편의시설도 잘 확충되어 있고, 영어도 잘 통하고, 음식도 적절히 괜찮은 편이고. 가볍게 한 일 주일 정도 돌아보기에는 딱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정말 갈 수 있게 되느냐인데... 정말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여행계획 자체에 그다지 정력을 쏟아붓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런 것들을 알아봐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깜깜하다.

 

- 가서 먹을 음식들(중요도 ★★★★★)

- 출입국 절차(중요도 ★★★★★)

- 숙소(중요도 ★★★★★)

- 여행자보험(중요도 ★★★★★)

- 동선(중요도 ★★★★)

- 환전(중요도 ★★★)

- 조호르바루를 통한 말레이시아 입국 가능 여부(중요도 ★★)

- 짐 싸기(중요도 ★★)

- 식물들을 어떻게 해 두고 갈지(중요도 ★★★)

 

과연 이 여행기 카테고리에 [취소]라는 머릿말이 붙을지 안 붙을지... 그것은 오로지 하느님만 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