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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20911 싱가포르

우당탕탕 싱가포르 여행기 01. 여행의 시작(feat. 대한항공 특별기내식 신청 후기)

by 집너구리 2022. 9. 19.

갈지 안 갈지 모르는 싱가포르 여행, 지금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포토 에세이의 닉김을 한 번 내 보고자 합니다.

 

원래는 해외 나갔다가 꼴딱 코로나라도 걸려 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냥 한 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질러 보기로 했습니다.

제반 사정으로 인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돈을 숙박비로 지출해야 했고, 짐도 정신없이 쌌지만 아무튼 출발합니다.

 

내 비행기를 타기 위해 3년 만에 넘어가는 영종도 앞바다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름도 설레는 "종착역" "인천공항 2터미널"

이번에는 대한항공을 타고 갑니다.

요즘 나름대로 해외여행객이 늘어났다고 해서 추석 연휴고 해서 다소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정말정말 없었다.

웬 분홍곰이 하나 서 있는 모습이 다소 슈르하다.

자동 짐부치기라는 것을 대만에서는 한 번 해봤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해 봤다.

아직은 이것저것 혼란스러운 점이 많아서 직원이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가르쳐 줬다.

아직 여권이나 탑승권 인식이 잘 안 된다.

가방은 웬만하면 옆으로 눕혀서 인식시킬 것.

면세 구역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사람이 제법 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는 느낌이다.

낮 열두 시를 갓 넘긴 시간이지만 평시의 아침 예닐곱 시 정도의 인구밀도.

 

비행기 시간이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이라서 일단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분식이나 샌드위치 등을 제외하면 식사랄 만한 것을 파는 곳이 이 넓디넓은 2터미널 면세구역에서 꼴랑 한 군데다.

일단 한번 찾아가 봤는데 정말 먹을 게 없다.

내가 명색이 동남아시아에 가는데 지금 베트남 음식을 먹기에는(아무리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완전히 다른 나라라지만) 조금 그렇고, 그렇다고 다른 걸 먹자니 딱히 먹을 게 없다.

별수없이 고심 끝에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아내는 육개장 세트를 시켰다. 

짜장면은 면은 영 아닌데 짜장 소스가 나름대로 먹을 만했고,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탕수육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은 못 참지.

육개장은 생각했던 그대로의 맛이었다.

저으기 매콤하여 근 일 주일 간의 체재를 앞둔 마지막 한식 식사로서 적절하였다.

 

출국하기에 앞서 우리 부부의 전통인 공차 마시기도 한 번 해 주고

 

드디어 비행기 탑승.

간만에 비행기를, 그것도 국적기를 타고 국제선으로 나가려니까 무척 감회가 새롭다.

K-항공기안내수칙 비디오도 보고

 

이제 게임이나 좀 하고 있었더니 밥이 왔다.

그런데 인제 이번에는 기내식을 좀 독특하게 먹기로 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항공은 아무래도 큰 항공사이다 보니 다양한 손님들이 탈 수밖에 없고 그래서 기내식 종류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메뉴를 여러 가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물론 좋은 점인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서는 다른 장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특별기내식을 신청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빨리 밥이 나온다는 점이다.

따라서 남들이 밥을 먹기 조금 전부터 밥을 먹을 수 있고 다들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나는 마스크를 다시 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선택할 수 있는 특별기내식은 대강 이렇다.

1. 해산물식

2. 야채식

3. 과일식

4. 힌두교식(쇠고기, 돼지고기 제외)

5. 할랄 푸드(할랄 방식에 의거하여 조리된 음식, 돼지고기 제외)

6. 코셔 푸드(유대교식 전통에 의하여 조리된 음식, 돼지고기 제외)

 

과일과 빵의 종류는 각각 같다. (좌) 해산물식 식단, (우) 힌두교식 식단.

아내는 해산물식을, 나는 장난기가 다소 발동하여 힌두교식 식단을 주문했다.

빵과 과일의 구성은 완전히 똑같지만, 샐러드와 주메뉴, 그리고 빵에 발라먹을 스프레드의 종류가 다르다.

 

해산물식은 평범한 샐러드에 단호박구이, 화이트 소스를 얹은 연어구이, 바질페스토에 볶은 라비올리인지 또르뗄리니인지 알 수 없는 파스타가 나온다.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편이나 파스타는 속을 채워넣었을 것 같은 비주얼인데도 막상 입에 넣고 씹어 보면 속이 있는지 없는지 다소 헷갈린다.

 

힌두교식은 야채 커리와 생선 커리, 안남미로 지은 밥, 그리고 고수 드레싱을 얹은 오이와 파인애플 샐러드가 나온다.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힌두교 교리를 생각하면 다소 당연할 수도 있는데, 빵에 바르는 스프레드로 버터가 아닌 마가린이 나온다. 맛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밥과 샐러드가 제법 훌륭한 인도식의 느낌이다.

향신료의 향기가 물씬 나는데, 전혀 부담이 없고 밥과 잘 어울린다. 고수를 뿌린 샐러드도 매우 상큼한 느낌이다. 이제까지 먹어 본 다양한 이코노미클래스 기내식 중 가장 맛있다. 종내 그릇을 싹싹 긁다시피 해서 다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밥을 다 먹고 커피를 기다릴 때쯔음 해서 다른 승객들의 식사가 배분되기 시작했다. 비행기 안에서 기침을 연신 해대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렇게 시키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힌두교도도 아닌데 힌두교식을 시키는 게 좀 어색할 수도 있겠고, 실제로 승무원이 와서 힌두교식을 주문하신 게 맞느냐고 한 번 더 확인할 때 다소 민망하기는 하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퀄리티이다.

 

한소끔 자고 나니 간식이 나온다. 아직 비행 시간은 2시간 남짓이 더 남았다.

해산물식 간식은 조개관자가 든 샐러드에 이탈리안 드레싱.

힌두교식 간식은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가득 뿌린 닭고기 토마토 샌드위치.

관자가 무척 탱글탱글하니 맛있었다. 샌드위치도 차디찬 것치고는 상당히 맛이 괜찮았다.

너무 오랜만에 기내식을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러고서도 두 시간을 더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로 글을 좀 쓰다가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도착.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다.

 

 

 

여기에서 한 번의 난관이 왔다.

바우처 사이트에서 유심을 미리 구매해서 왔는데, 안내문에는 환승구역에서 UOB 창구를 찾으라고 되어 있음에도 UOB 창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내는 짐을 찾으러 가려다가 결국 어디로 가야 짐을 찾을 수 있을지 발견하지 못한 채 로비로 돌아왔고, 나는 아무리 돌아다녀도 UOB 창구를 찾을 수 없어서 둘 다 멘붕에 빠졌다.

공항 도착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 이내에 입국장으로 나가서 샌딩서비스 기사님을 만나야 하는데(만약 지연되면 분당 초과요금이 과금된다), 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안내문대로 나왔더니 UOB 창구는 없고 미칠 노릇이다.

한참을 더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찾아낸 UOB 창구에서 일단 환전을 얼마간 하는 데에는 성공했는데, 유심 바우처를 들이밀었더니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란다. 이거 설명이랑 좀 다른 거 아냐? 정부정책상 환승구역에서만 교환할 수 있다더니?

 

알고 보니 창이공항은 특이하게도 입국 동선과 탑승 동선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입국심사 전 공간이 면세구역과 완전히 동일하단다.

이 점이 우리의 혼란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요인이 된 듯하다.

주위를 한참 둘러보면서 치열한 눈치게임을 한 끝에,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작은 짐만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서 일단 입국심사를 받은 뒤에 짐을 찾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3년 동안 비행기를 안 탔더니 별 게 다 헷갈린다.

입국심사장에서 직원에게 한 번 더 물어본 뒤에야 안심하고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정말 안 쓰고 다닌다는 점이었다.

서양인들은 숫제 마스크를 낀 인간이 하나 없다. 

우리는 너무나도 강력한 방역정책이라는 온실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도 싱가포르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마스크 하나는 철저히 쓰고 댕겨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싱가포르의 방역정책을 불신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냥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또 이건 추측인데, 이미 COOV 앱에서 싱가포르용 백신접종증명서를 한 번 불러온 사람이라면 외교부의 여권정보와 백신접종정보가 연동이 되어 버리는 듯하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요구하는 온라인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기까지 한 덕분인지, 입국심사대에서 백신접종 여부를 질문받지 않고 그냥 얼굴 사진 촬영 및 지문 등록만 하고 탈출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왕이면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접종증명서 한 장은 뽑아서 들고 다니도록 하자.

 

자연친화적 공항이라더니 과연 이렇게 어디든 관엽식물이 잔뜩 심어져 있다.

세기조차 어려울 만큼 넓은 공간에 길쭉하게 들이찬 컨베이어 중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싱가포르가 해외 관광객을 대다수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도 한참 됐지만, 아직 옛날의 영광을 채 회복하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입국장으로 나가자마자 내 이름이 적힌 태블릿 PC 화면을 들고 서 있는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가방을 잠시 기사님에게 맡겨 두고 유심을 찾으러 UOB 카운터로 향한다. 여기에서 바우처를 보여주고 카드를 받으면 된다.

심 카드까지 받았으니 이제 공항에서 할 일은 끝이다. 기사님을 따라 창이공항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공항에서 나와 처음 차창 밖으로 마주한 싱가포르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조용한 고속도로로 다가왔다. 아무리 아홉 시를 갓 넘긴 시간이라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도시국가인 탓에 국민의 자동차 소유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한하고 있다더니 정말인 모양이다. 창이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려면 한 시간 남짓은 족히 걸렸을 텐데, 기사님의 깔끔한 운전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숙소까지 20분 남짓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리틀 인디아 구역에 있는 '원 패러 호텔'이다. 4성급 이상의 호텔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곳을 골랐다.

리틀 인디아로 진입하니 축제 기간이라 거리에 아름답게 인도식 조명을 걸어 놓았다.

기사님이 근처에 있는 제법 괜찮은 인도식 레스토랑도 추천해 주셨는데, 이 시점에서 갈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였다.

 

커다란 병원 건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 독특한데, 아마 같은 재단인 모양이다.

사과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현관 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체크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는 방을 받았다.

침대가 정말정말 크고, 욕조가 없는 대신 샤워장이 크고 정갈한 느낌이다.

책상에 딸린 업무용 의자가 허먼밀러 제품이라는데, 과연 앉아 보니 등허리가 정말 편안하게 착 감긴다.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짐을 대강 풀어 놓고 씻은 뒤, 블로그 글을 몇 줄 적고서 잠자리에 든다.

싱가포르와 한국 간의 시차는 한 시간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