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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90526 Fiji | Sydney

[이것저것 다 하는 신혼여행] 11. 시드니 마지막 날(2) : 눈이 번쩍 뜨이는 메시나 아이스크림과 시드니 왕립식물원 구경

by 집너구리 2022. 9. 17.

* 이 여행기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있었던 일을 다룹니다.

 

(앞 에피소드는 여기)

 

[이것저것 다 하는 신혼여행] 10.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하루(1) : 하이드 파크에서 맥쿼리 로드를

* 이 여행기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있었던 일을 다룹니다. (앞 에피소드는 여기) [이것저것 다 하는 신혼여행] 9. 스냅사진 촬영과 랜드마크 구경, 그리스식 저녁 식사와 밤의 천 *

sankanisuiso.tistory.com

 

즐거운 식사 후, 1층의 기념품 가게까지 한 바퀴 돌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채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고층 건물들을 배경으로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예로부터의 건물들이 쪼르륵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한국 도시 속의 전통 건물들은 대다수가 이미 사라졌고, 마치 동물원의 멸종위기 동물들마냥 도시의 일부 구역에 '보존'되어 있는 점과는 매우 다르다. 어쩌면 이러한 전통적 건물들도 서양식 건축 양식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 아예 이상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MCA에서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간다. 지나가는 길에 호주에 사는 다양한 소동물들의 모습을 묘사한 청동 조형물을 지나간다. 도마뱀도 있고 새도 있는 와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따오기 조각상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오빠 생각'의 그 따오기가 시드니 도심에서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크기도 제법 큰 새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 사이로 느긋하게 돌아다니면서 쓰레기 같은 걸 주워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적잖은 문화충격 같은 것을 받게 된다. 

이번에 간 가게는 '메시나'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다. 쇼핑몰의 1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예전에 모 유튜브 채널에서 매우 진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라며 추천받은 기억이 있어 한 번 경험삼아 들러 보기로 했다. 

 

딱 보기에도 무척 진하고 꾸덕꾸덕한 느낌의 아이스크림이 진열되어 있다.
가격은 이런 느낌이다.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가게 외부가 제법 느낌 있다.

다양하고 화려한 아이스크림 종류들 중에서 두 가지를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아이스크림 진열장 앞을 서성거리며 둘이 끙끙거린 끝에, 가장 진해 보이는 초콜릿 헤이즐넛 티라미수와 그나마 부드러운 맛일 듯한 호키포키를 하나씩 사 보기로 했다. 과연 거의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점도와 진한 맛을 자랑하는, 무척 깊이 있는 맛의 아이스크림이었다. 다만 단맛에 단련되지 않은 동양인에게는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단맛이어서, 첫 몇 입은 상당히 맛있었지만 가면 갈수록 조금씩 물리는 그런 맛이었다. 무척 잘 녹는다는 사실은 덤.

(좌) 시드니 박물관Museum of Sydney. (우) 시드니 콘서바토리엄Sydney Conservatorium of Music.

메시나 아이스크림을 떠나 시드니 박물관 앞을 지나서 동쪽으로 쭉 가다 보면 예의 그 맥쿼리 스트리트를 다시 만난다. 마치 고풍스러운 성 같은 건물이 하나 멀리 보이기에 무엇인고 했더니 시드니 콘서바토리엄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 보니 철제로 된 울타리문 하나가 눈에 띈다. 시드니 왕립식물원으로 들어가는 길이란다. 시내 구경을 많이 했으니 여기를 좀 돌아보면서 눈을 쉬어 볼까. 방문글도 여기에서부터는 사진 위주로 작성해 보고자 한다.

시드니 왕립식물원 '콘서바토리엄 게이트'.
매번 '이번 달의 식물'을 지정하는 모양이다. 이번 달의 꽃은 '브라질붉은망토꽃(Brazilian Red Cloak)'. 한자로 풀면 '적포화'라고 한다.

 

콘서바토리엄의 고풍스러운 건물 뒤로 널찍한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드라세나Dracenae 속의 대형 나무.
아주 작고 귀여운 꽃을 피우고 있는 꼬마풀들. 이름이 안 써 있어서 다소 아쉬웠다.
제법 멋들어지게 하늘로 솟아 있는 거대한 침엽수. 나무 전체가 가지로 뒤덮여 있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잔디밭 위로 혼자 초연히 서 있는 야자나무.
관광객들이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정자. 여기에서 돌아보면 다양한 장미들을 구경할 수 있다.
옛 궁정장미원 자리에 조성되어 있는 장미원이다. 영국은 장미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인 만큼 장미 품종도 다양하게 육성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여기에 박람회 전시관으로 만들었던 커다란 궁정 정원이 있었는데, 화재로 없어졌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장미향이 은은히 코를 간질인다.
사진으로 잘 담기지 않는, 엄청나게 거대한 나무의 모습.
어쩐지 누구의 취향인지 알 수 없는 그리스-르네상스식의 석고상들도 전시되어 있고.
아마도 올리브나무인 것 같은데, 정말 무시무시하게 크고 아름답다. 아래의 벤치와 비교하면 나무의 크기가 가늠이 될 것이다.
난 큰 나무를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무슨 나무인지는 상관이 없다.
칼릭스 온실로 넘어가는 계단목에 있는 조각상들. 4계절을 의인화하여 신상의 모습으로 세워 두었다. 봄(좌)과 여름(우)의 여신의 모습.
이것은 가을의 남신(좌)와 겨울의 남신(우). 다른 건 모르겠고 겨울의 남신 모습이 너무나도 그럴싸했다. 다만 겨울의 남신치고는 너무 춥게 입으신 것이 아닌지.
마치 귤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 같은 희한한 모양의 겹동백을 지난다.
칼릭스The Calyx라는 이름의 원형전시관. 저 안쪽은 전시관과 온실로 되어 있다. 마침 식충식물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 궁금하니 들어가 보기로 한다.
푸른색이 압도적일 만큼 우거진 숲도 있다. 칼릭스의 원형 조형물 한가운데로 가니 이렇게 식충식물 장식물과 함께 원형 연못이 있다.
이렇게 콘셉트에 맞는 소책자도 판매하고 있는데... 악몽의 부활절 이게 도대체 뭐람ㅋㅋㅋㅋㅋㅋ 박정화님 누구시냐고요 도대체. 귀염뽀짝한 살육 현장이잖아 이거.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것은 각종 끈끈이주걱 및 끈끈이귀개 종류다. 부착형으로 자라는 것도 있고 축축한 땅에 자라는 것도 있다. 
(좌) 다양한 사라세니아 종류. 바닥에서 쭉 올라오는 형태의 벌레잡이통풀이다. (우) 크기가 다양한 파리지옥과 끈끈이귀개.
다양한 형태와 색의 파리지옥과 끈끈이귀개들. 비슷하게 축축한 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다. 다만 파리지옥의 꽃(우)는 생각보다 청초하다.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은 어느 식물원에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귀엽게 '나 물 거양!' 하는 식으로 써놓은 것은 신선하다. 식충식물이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일종의 식물 개그다.
(좌) 길쭉하고 화려하게 자라난 사라세니아의 모습. (우) 끈끈이귀개의 꽃은 처음 봤다. 역시 생각보다 청초한 느낌의 꽃이 핀다.
(좌) 앙증맞은 크기에 그렇지 못하게 몇몇 잎이 닫혀 있는 파리지옥. 뭔가를 잡아먹었다는 뜻이다. (우) 벌레잡이제비꽃Pinguicula esseliana의 군락.
(좌) 사라세니아류의 벌레잡이통풀. 밑바닥에서부터 길쭉하게 직립해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우) 네펜데스류의 벌레잡이통풀. 잎의 끄트머리가 자라나서 벌레잡이주머니가 되는 형태이다.
쓸데없이 귀여운 벌레 캐릭터와 쓸데없이 고퀄리티의 카툰체 인간 캐릭터들을 활용해 식충식물의 흉포함(?)을 어필하고 있다. 이것이 서양의 갬성인가?
이것은 호주까치Australian magpie. 까치와는 많이 다른 종류라고 하는데 그냥 생긴 것부터 하는 짓까지 전부 까치다. 
다소 기괴해 보이는 코알라 조형물. 하지만 유칼립투스 숲의 보존을 통해서 코알라를 보호하자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식물원이 넓어서 그런지 이렇게 기차 모양을 한 셔틀도 돌아다니고 있다. 나름대로 귀여운 느낌이다.
엄청난 뿌리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코끼리발나무Elephant foot tree.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독구리란' 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도 일본어의 '도쿠리'라는, 목이 좁고 주둥이와 아랫부분이 넓은 술병을 가리키는 표현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난초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길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양한 종류의 군자란이 자라고 있어서 다소 당황했다. 이 동네는 군자란의 노지 재배가 가능하단 말인가? 본가에 늘 군자란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반가움이 느껴진다.
시드니 식물원 고사리원Fernery. 이 부분의 사진은 많이 찍어 두지 않았다. 다소 아쉽.
역시나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검은머리따오기. 여기 따오기는 그래도 도시 쪽 따오기보다 조금 더 깨끗해 보인다.
동백꽃이 예뻐서 찍었는데, 괴이쩍게도 오른쪽의 안내판은 일본붓꽃Iris japonica의 그것이다. 붓꽃의 모습은 간 데 없다.
쭉 걸어서 반대편 입구로 나오는 길이다. 사라세니아 모양의 조형물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고, 거대한 나무도 종종 보인다.
나무가 베어진 자리에 이렇게 안내판을 세워 두었다. 나무를 보통 베고 싶지는 않지만,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베어야만 했다는 친절한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은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것 같다. 참고로 이 나무가 베어진 이유는 벼락을 맞고 죽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아마도 정문이지 싶은, 왕립식물원의 반대쪽 출구로 나왔다. 여기에도 멋진 분수대와 고풍스러운 문 장식이 있다. 문설주에 장식된 리본 모양의 현판에서 '몬티 파이선의 비행 서커스'의 오프닝 감성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살짝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힌트를 얻는다.
남아메리카 원산인 동그란 선인장과 다양한 종류의 용설란들도 눈에 띈다. 
시드니에는 새가 정말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 녀석은 큰유황앵무Sulfur-crested Cocatoo인데, 검은머리따오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시드니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서서 꽥꽥 울부짖곤 하는데, 이 녀석은 무려 큰 소리로 'HELLO!!! HELLO!!!!!" 하고 사람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을 지나 식물원을 떠난다. 여기가 '울루물루 게이트'란다.

한바탕 즐거운 식물원 관광을 마치고,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이다. 바로 앞에 있어서 걷다 보니 우연찮게 닿았는데, 이 이야기는 또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