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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의도치 않았던 사회공헌) 점자촉각 만년달력을 만들어 보았다

by 집너구리 2023. 2. 5.

이번에 아내가 가져온 사회공헌 시리즈는 '점자촉각 만년달력'이다.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용으로 납품되는 교보재를 만드는 키트다. 간만에 공작 하는 기분 좀 낼까 싶어서 받아다 달라고 했는데, 그 뒤로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서 마감일 직전이 되어서야 아내와 함께 키트를 붙잡고 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슬슬 해 보자고.

봉투 안에 있는 키트를 꺼내 보면 이렇게 안내문과 함께 키트 내용물이 들어 있다. 

비닐봉투 안에는 크고작은 부직포 세 장과 흡착판, 벨크로테이프 등등이 들어 있다. 키트가 담겼던 비닐봉투는 나중에 완성품을 다시 담아야 하므로 절대! 버리지 말도록 하자.

사진을 채 찍지 못했지만, 흡착판은 달력판의 네 귀퉁이에 뚫려 있는 구멍에 꽂아 주자. 이때 흡착판의 흡착부가 달력판의 뒤로, 꼭지 부분이 달력판의 숫자부 쪽으로 나와야 한다. 달력을 벽에 붙일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먼저 점선이 들어간 부직포들은 전부 점선을 따라 잘라 준다. 점선이 들어간 숫자 부직포는 총 두 장이 있고, 나머지 한 장은 달력으로 쓰일 부직포이다. 실선과 요일명이 들어간 달력 부직포는 손대지 말고, 점선이 들어간 부직포만 가위로 잘 잘라 주도록 하자. 또는 칼질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점선에 잘 맞춰서 자를 대고 날카로운 커터칼로 잘 그어서 잘라 주는 것도 좋겠다. 점자부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 

다 잘랐다면 다음으로는 벨크로를 부착한다. 큰 벨크로는 부드러운 쪽이고, 작은 벨크로는 까끌까끌한 쪽이다. 우리는 큰 벨크로를 달력에 붙이고 작은 벨크로를 숫자 조각에 붙였다. 달력에는 벨크로를 붙일 수 있는 동그란 지시선이 그려져 있으므로 여기 맞춰서 잘 붙여 주면 된다. 다만 지시선보다 벨크로가 조금 더 큰 편이니 중심을 잘 맞춰 주는 것이 좋겠다.

숫자 조각은 일단 날짜별로 쭉 늘어놓은 뒤, 하나하나 뒤집어서 놓고 벨크로를 붙여 나가는 것이 좋다. 날짜별로 늘어놓고 하나씩 뒤집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숫자 개수를 잘 맞추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는 게 편한 성싶었다. 나중에 세어 보다가 '어? 하나가 부족한데?'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보다는야 낫지 않겠는가.

나머지 숫자판에도 벨크로를 잘 붙여 준다. 큼직한 월 숫자판은 여러 개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달력판에는 아예 다섯 개의 벨크로를 붙이도록 되어 있다. 작은 벨크로의 개수를 잘 세어 가며 여유가 있으면 붙이는 것도 좋겠다.

숫자판을 다 오리고 벨크로도 다 붙였으면 이렇게 동봉된 헝겊 주머니와 지퍼백에 숫자판을 잘 담아서 잠가 준다. 작은 숫자판은 일단 헝겊 주머니에 색깔별로 담아서 넣고, 큰 숫자판은 헝겊 주머니에 넣을 필요 없이 잘 간추려서 지퍼백에 담으면 된다. 

이렇게 숫자판과 달력판이 완성되면 아까 버리지 않았던 큰 비닐봉투에 달력판과 숫자 봉투를 잘 넣고 봉해 준다. 이렇게 하면 완성이다.

둘이서 역할 분담을 해 가면서 만들었더니 순식간에 두 세트가 뚝딱 끝났다. 여러 세트를 만들 때에는 숫자가 섞이거나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특히 주의하면서 만들 필요가 있다. 예전에 만들었던 점자책도 그렇지만, 이렇게 노동집약적인 활동을 하면서 활동가들의 노고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어느 곳으로 이 키트가 배정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잘 활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