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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군산짬뽕 라면을 먹어 보았다

by 집너구리 2023. 5. 29.

최근 아내와 같이 군산 여행을 갔다 왔다. 짧은 여행이라 많은 것을 보고 즐기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는 흥미로운 구경을 많이 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군산 여행 얘기는 여유가 되면 나중에 차차 정리해서 올리기로 하고... 군산 로컬푸드에 갔다가 이런 흥미로운 물건을 집어왔다.

"군산짬뽕 라면". 군산이 짬뽕이 유명한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실제로 중화요릿집에서 먹었던 짬뽕이 퍽 훌륭했기 때문에 그 명성에는 충분히 납득한 바였다. 그러나 심지어 라면까지 특산으로 있을 줄은 상상을 하지 못했다. 궁금해서 두 사람이 같이 끓여 먹을 수 있을 만큼 사 왔다. 한 팩에 천구백 얼마다. 라면치고는 좀 비싸기는 한데, 과연 그 값을 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비 오는 날 저녁에 끓여 먹는 짬뽕라면은 또 각별하지.

누가 짬뽕 아니랄까 봐 나트륨 함량이 1일 권장량의 90% 이상 들어 있다. 착한 어른이는 국물은 다 마시지 않도록 하자. 찰보리가루와 감자전분을 써서 만들었다는 성분표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한살림에서 보리국수를 사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보리국수는 정말 잘 퍼진다. 아마도 이 라면도 완전히 탱글탱글한 면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물을 보통의 라면보다 적은 450-500ml 잡으라고 되어 있다. 재미있게도 정말 '약간의 퍼짐성이 있다'라고 적어 두었다. 솔직한 것이 마음에 든다. 사실은 평소 라면 끓이듯 1봉지 550ml 기준으로 물을 끓이고 있다가, 이 조리법을 보고 황급히 냄비에서 물을 좀 덜어냈다.

스프는 건더기스프 한 팩과 액상스프 한 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 없이 면과 스프를 한번에 넣고 끓이라고 하는데, 천수관음이 아닌 다음에야 정말로 한번에 면과 스프를 같이 넣고 끓일 수는 없으므로 일단 건더기스프부터 넣은 다음 액상스프를 넣고, 마지막으로 면을 넣기로 했다. 건더기스프는 미역의 비중이 높고, 물에 넣을 때 보니 벌써 건새우 조각이 몇 개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면은 살짝 채도가 낮은 노르스름한 색을 띄는 것으로 보아 옆구르기하면서 봐도 보리가 제법 들어간 듯해 보였다. 퍼짐성이 조금 있는 면이다 보니, 조리예보다 한 1분 정도 앞서는 2분 30초 정도만 끓이고 불을 끄기로 했다. 계란은 풀지 않고 인원수대로 두 개. 액상스프이므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다가 올라오는 김(혹은 가스불 열기)에 손을 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단 불을 끄고 스프를 짜내는 것을 추천한다. 면이 제법 빨리 익기 때문에, 계란을 풀지 않고 넣어서 노른자까지 어느 정도 익혀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면을 넣기 전에 우선 계란을 넣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끓어오르는 라면 앞에 서 있자니 정말 그럴싸한 짬뽕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시중에 나온 짬뽕면을 몇 종류 먹어 보긴 했지만 그럴싸함의 정도가 조금 다르다. 진짜 해산물 끓이는 냄새가 난다.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릇에 담아서 내면 끓일 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고추기름이 제법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주얼과 향은 일단 합격점. 국물을 떠서 먹어 보니 상당히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국물은 합격점이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면은 조리예보다 조금 빨리 불을 껐음에도 불구하고, 그릇에 담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잔열로 조금 더 익었는지 완전히 탱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그릇을 다 먹기까지도 '살짝 부드러워진' 정도의 식감 자체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보리를 쓴 면 치고는 합격점이다. 미역이 정말 많이 들어 있어서 젓가락질 한 번 할 때마다 미역이 두세 조각씩은 꼭 올라온다. 미역의 식감과 향 때문에 해물짬뽕을 먹는다는 느낌이 더욱 살아난다. 심지어는 아까도 언급했던 건새우를 비롯해서, 국물을 떠먹다 보면 건오징어 조각까지 따라온다. 물론 아주 작기 때문에 '들어 있다'는 정도이기는 하지만, 제법 여러 조각이 들어 있어서 라면에 이 정도면 괜찮지 싶은 생각이 든다. 살짝 반숙으로 익은 달걀과 같이 먹어도 조화가 좋고, 나중에 밥을 한 숟갈 말아 먹으니 이 또한 훌륭한 짬뽕밥이다. 이 소스만 그대로 팔아 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총평 : 라면치고는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고물가시대에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짬뽕라면 한 그릇. 국물이 진국이다.

재구매 의사 : 무조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