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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1.11.28)

by 집너구리 2021. 11. 29.

(예전에 썼던 글들)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우당탕탕 초보 홈가드너의 우리 집 풀때기 소개하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에는 항상 식물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첫 집인 안산의 어느 주공아파트에 살던 시절부터, 베란다에는 늘상 화분이 놓여 있었고 물 주기는 "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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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1.10.11)

(예전에 적었던 글은 이쪽)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우당탕탕 초보 홈가드너의 우리 집 풀때기 소개하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에는 항상 식물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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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식물 업데이트를 쓰고서 고작 한 달이 남짓 지났을 뿐인데, 또 뭐가 많이 생겨 버렸다. 뭐에 한 번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리는 성벽이 다시 발현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아무튼 뭐가 정말 많다. 이번에는 그 '뭐가 많은' 친구들을 하나씩 소개해 보기로 한다.

 

물론 먼저, 특이한 근황들부터.

 

[파인애플]

어느 순간부터 겉잎이 하나씩 말라서 꼬부라지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증상을 찾아보니 과습으로 이파리가 무르는 거란다. 식겁해서 당장 세탁실에 데려다 놓고 모종삽으로 흙을 찔렀다가 빼 보니, 한 달도 전에 물을 줬던 화분이 아직도 축축하다. 이 날 무척 참담한 기분으로 이파리 여러 장을 뜯어 버리고 화분도 작은 것으로 갈아 주었다. 알고 보니 기존에 쓰던 큰 화분은 설계가 영 이상하게 되어 아무리 해도 바닥에 물이 충분히 빠지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는 탓이 컸다. 화분을 크게 쓰면 과습이 오기 쉽다더니, 뼈저리게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집씨통 도토리 씨즌 2 / 씨앗으로 심은 로즈마리]

도토리는 참 싹이 더디게 나는 씨앗이다. 다섯 개를 심어 놨는데, 이만큼 참나무스럽게 잎이 난 녀석은 꼴랑 하나뿐이다. 최근에야 두 번째 싹이 올라오고 있다.

 

씨앗으로 심은 로즈마리는 놀랍게도 퍽 무럭무럭 자라 주고 있다. 지금은 어린싹 세 개가 한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화분이 바싹 말랐다 싶을 때쯤 관수해 주는 정석적인 방법을 따라 키우고 있기 때문인가도 싶다. 로즈마리는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외목대로 크게 키워내려면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만 해도 어딘가.

 

 

[알스트로메리아 X, 루스커스 O]

트위터의 모 식물계정을 통해 이놈이 알스트로메리아가 아니라 루스커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 스마트렌즈, 분발 좀 해라.

 

아스파라거스의 먼 친척인 이 녀석은 희한하게도 잎 뒷면에서 슬슬 꽃대가 자라나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독특한 생활사를 가진다고 한다. 아니 잠깐만, 안 그래도 이파리 뒤에 뭔가 되다 만 여드름 같은 돌기가 있었는데? 하고 늘상 물에 꽂아져 있는 이 녀석을 돌아보니 놀랍게도 그 돌기가 정말로 굵어지고 있어서 화들짝 놀랐다. 뿌리를 낼 생각은 요만큼도 하지 않는 주제에 꽃은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흥미롭다. 생긴 걸 보니 얼마 안 있어서 정말 꽃이 필 것 같으니 그렇게 되면 한 번 더 글을 써서 근황을 전하도록 하겠다.

 

◆◆◆◆◆

 

 

 

[좌측 상단부터 스파티필름, 홍콩야자, 호접란, 남천, 호야]

 

지인의 개인전에 찾아갔다가 축하화환 몇 개를 얻어왔다. 너무 많은 개수가 들어와서 처치곤란이라는 말씀과 함께 안겨 주시는데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집에 들고 와서 며칠을 내버려 뒀다가 종류별로 나눠 심기로 했다. 호접란은 호접란대로 바크와 하이드로볼에 식재해 주었고, 스파티필름과 홍콩야자는 일단 한 화분에 합식. 호야는 토분에 심어 스킨답서스 옆, 거실 책장 위에 얹어 주었고, 겨울을 잘 나는 남천은 따로 화분에 담아 실외에 내놓았다. 어쩌다 얼렁뚱땅 우리 집에 온 친구들이지만, 오랫동안 잘 살도록 케어해 주려고 한다.

 

[양재동 메이트들, 포인세티아와 무화과와 로즈마리]

 

양재동에 아내와 같이 가서 데려온 식물들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포인세티아와 무화과이다. 포인세티아는 원래 보다시피 이파리가 무척 풍성했는데, 화분 위로 물통을 한번 떨구는 바람에 줄기가 하나 떨어졌고, 나머지 잎들에는 벌레가 붙어서 대부분 쳐내는 바람에 지금은 저 사진보다는 앙상해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꺾꽂이가 잘 되는 풀이라서 흙에 꽂아 둔 삽수와 물에 꽂아 둔 삽수에서 각각 뿌리가 조금씩 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낫다. 

 

예전부터 그토록 과실수가 키우고 싶어서 레몬도 심어 보고 망고도 심어 보고 하다가 대부분 실패하고, 큰맘먹고 무화과도 같이 들였다. 원래 집에 올 때는 열 개 남짓 달려 있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분갈이를 해 줬더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다 떨구고 열매가 딱 네 개 남았다. 최근에 그 중 가장 빨리 익은 녀석이 떨어졌길래 씻어서 하루 후숙시킨 뒤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더 무화과스러운 맛있는 열매라서 깜짝 놀랐다. 남은 세 열매들도 잘 익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하는 중.

(처음 키워 먹어 본 무화과)

로즈마리는 허브로 쓸 요량으로 아예 제법 사이즈가 큰 녀석을 사 왔다. 다른 로즈마리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길래 점원에게 물어봤더니 품종이 다르다고 하셨는데, 일반 로즈마리와는 달리 이파리를 흔들어 주기 전까지는 그 묵직한 향이 잘 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토스카나 로즈마리'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고기나 연어 요리를 할 때 조금씩 끊어다가 쓰면 향이 무척 기분 좋기도 하거니와,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 로즈마리는 사다가 날라도 금방 또 죽이기 십상인데, 이번만큼은 잘 키워 보려고 한다.

 

[베고니아 시리즈 : 은베고니아, 목베고니아, 어텀 엠버, 마틴즈 미스테리]

 

사실 베고니아는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지금껏 섣불리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어텀 엠버(autumn ember, '가을의 잉걸불'이라는 이름이다)에 홀딱 반한 아내 덕분에 처음으로 베고니아를 들이게 된 후, 그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양새에 반해 쫌쫌따리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근마켓에서 사들인 은베고니아와 목베고니아를 비롯해, 조인폴리아에서 한눈에 반해 사온 '마틴즈 미스테리' 품종까지. 가을 느낌과 불꽃의 느낌이 한번에 나는 어텀 엠버는 물론이거니와, 은분홍색 바탕에 자르르르 반짝이는 펄이 깔린 마틴즈 미스테리는 지금 아내의 최애 식물들 중 하나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한참을 베고니아 앞에 앉아서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최근의 일과일 정도이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내가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 줄은 미처 몰랐어서 은근히 기쁘다.

 

 

[피토니아 집착광공의 결말]

 

피토니아가 참 좋다. 조금 시든다 싶으면 물을 듬뿍 주면 금방 살아나고, 빛을 그다지 받지 않아도 잘 자라고, 무엇보다도 예쁘다. 모양새와 색깔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마치 좋아하는 만화책을 사다 모으듯이 새로 만난 피토니아 품종을 사 모으는 재미가 있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물 주는 부담은 있지만). 서울식물원에서 처음 만나 사들인 레드스타(사진 제일 오른쪽 위)로부터 시작해서 핑크스타, 오렌지스타, 그린스타, 화이트스타, (이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더그린가든센터에서 데려온) 분홍빛 프랭키까지 총 여섯 종류의 피토니아 품종이 집에 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우리 집 식물 선반의 인기 섹션이다.

 

[더그린가든센터의 선물 : 수박페페, 라피도포라 테트라스페르마(히메몬스테라),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수박페페는 아내의 취향, 히메몬스테라는 내 취향에 맞춰 구매한 식물이다. 틸란드시아는 원체 키우기 쉬운 식물이니 아내에게도 식물 키우는 재미를 영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들였다(큰 것은 더그린, 작은 것은 조인폴리아에서 사온 것이다. 사실 양재동에서 사온 녀석이 하나 더 있다). 수박페페는 예쁘긴 하지만 취향에 100퍼센트 맞는 것은 아니라서 반쯤은 아내를 위해서 사오기는 했으나 지금은 제법 정이 들었고, 히메몬스테라는 약간 거칠게 키워 보고 싶은 마음에 실험 삼아서 예전에 과습으로 조졌던 화분의 흙을 재활용해서 다시 심어 보았다(다행히도 잘 자라 주고 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발아한 파파야]

 

프로개님의 '파파야 씨앗이 생겼다' 포스팅을 보고 너무나도 해 보고 싶어서 여러 번 시도해 보았으나 온도가 맞지 않아(우리 집 와이파이 공유기는 왜 열이 안 나느냐 이 말이야) 번번이 실패했던 파파야, 이번에는 재택근무에 쓰고 있는 맥미니 위에 올려놓고 솜발아를 시켜서 가까스로 발아에 성공했다. 뿌리가 살짝 나온 씨앗들을 플라스틱 화분에 담고 전기 찜질기와 다이소 수납박스를 활용해 간이 온실을 만들어 줬더니 훌륭하게 떡잎까지 내 주는 데 성공, 실습으로 옮긴 후로도 강인하게 잘 자라 주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이 발아한 탓에 지금 파파야 싹만 여섯 개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요새는 그것이 고민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씩 안겨 줘야 하나 싶기도 하고.

 

[최근에 구매한 식물들 1 : 마오리 소포라, 장미 '큐티 파이', 베고니아 '스핏파이어', 무늬 몬스테라]

 

마오리 소포라는 조인폴리아에서 베고니아 마틴즈미스테리를 구매할 때 같이 사온 식물이다. 뉴질랜드의 산에서 자란다는 이 작은 콩과 나무는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나는 가지와 작디작은 아까시나무 잎 같은 이파리가 인상적인 나무다. 숱이 왜 이리 없나 싶은 생각이 들 수는 있겠지만, 직접 보면 그처럼 미니멀하고 예쁜 식물이 또 없다.

 

베고니아 '스핏파이어'와 무늬 몬스테라는 두 번째 조인폴리아 방문에서 사 왔다. '불을 뿜는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 같은 잎이 인상적인 베고니아가 우리 집 베고니아 존에 새로 추가되는 순간이다. 무늬 몬스테라는 원가가 9만 원인 것을 6만 원 남짓에 할인하고 있기에, 고민 끝에 이처럼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한 개 들이기로 했다. 키우기가 쉽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알보보다는 낫다고 하니, 잘 정성들여서 키워 보기로 한다. 

 

장미 '큐티 파이'는 피아니스트 식집사로 유명하신 '독일카씨' 님이 진행하시는 공동구매에 탑승해서 구매한 것이다. 새끼손톱보다도 더 작은 이파리를 가진 초소형 신품종인데, 막상 받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귀여운 아담한 장미 친구였다. 5-8월 사이에 본격적으로 꽃을 올려 준다고 하니, 그 때까지 죽이지 말고 잘 키워 보려고 한다.

 

[최근에 구매한 식물들 2 : 사랑목(아악무), 콜레우스 러스틱오렌지, 서양골담초(애니시다)]

 

콜레우스는 당근마켓에서 들어왔다. 색이 너무 예뻐서 한번 키워 보고 싶었는데, 식물등을 달다가 줄기가 떨어져서(포인세티아 시즌 투) 부득이하게 줄기를 좀 정리해 꺾꽂이해 두었다. 사랑목(아악무)과 서양골담초(애니시다)는 생전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주문해 본 식물들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포장돼 와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아내의 취향이라 더 잘 키워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죽이지 않고 예쁘게 잘 돌보도록 해야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몬스테라 아단소니]

 

몬스테라 종류를 키워 보고는 싶은데,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델리시오사' 품종은 미친 듯한 사이즈로 커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을 감안하여 구매하기로 한 것이 바로 이 '몬스테라 아단소니'다.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이파리가 인상적인데, 잘 돌보면 이 녀석도 델리시오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크게(손바닥 사이즈 이상) 자라서 멋들어지게 늘여뜨려 키우거나 지지대를 세워 크게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앞으로 과연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지만, 뭐 이렇게 생긴 이파리가 다 있나 싶어서라도 끊임없이 들여다보게 되는 마성의 식물이다. 웃기는 건 소형종 몬스테라를 키워 보고 싶어서 이 녀석을 구매한 건데, 조인폴리아에서 델리시오사 품종(무늬종이기는 하지만)을 사온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 결론.

이것만 사고, 그만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