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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91005 Taiwan21

대만유람기 2019 (8) : [2일차] 복닥복닥한 스펀과 등불이 아름다운 지우펀, 그리고 건조기지옥 스펀十分, 하늘을 나는 천등만으로는 묘사가 부족한 마을 흔히 스펀이라고 하면 이른바 '예스진지' 투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예류지질공원, 스펀, 진과스, 지우펀의 네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네 곳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에는 워낙에 열악한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택시 투어 등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의 이번 신베이 투어의 주 목적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허우퉁이었기 때문에, 허우퉁에서 기차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스펀과 지우펀만 다녀오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허우퉁 역에서 기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스펀 역이다. 그렇게 멀지는 않은 거리인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기차가 보통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는데다가 철로가 깎아지른 낭떠러지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 2021. 2. 7.
대만유람기 2019 (7) : [2일차] 국부사적관, 타이베이 역에서 고양이마을 허우퉁까지 타이베이국부사적관臺北市國父史蹟館, 쑨원의 자취를 기리는 공원 까오지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느긋하게 걸어 타이베이 역으로 향했다. 허우퉁으로 가는 일반열차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여유가 있어서, 그 동안에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타이베이 역 바로 앞의 교차로 근방에 작은 공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40분 정도 시간이 비니, 여기서 20분 정도 거닐면서 시간을 때우다 출발해도 기차 시간에는 맞겠다 싶었다. 로마자 표기만 봐서는 대체 무슨 박사를 기념하는 공원인가 싶겠으나, Sun Yat-sen이란 신해혁명의 주도자이자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孫文 박사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Yat-sen은 그의 자 '일선逸仙'을 광둥어식으로 읽은 것이다. 어쩐지 공원 문 앞에 웬 낯이 익은 콧.. 2020. 4. 21.
대만유람기 2019 (6) : [2일차] 조식, 장안천주당, 까오지 동파육과 소롱포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조식 어제 밤 늦게까지 뽈뽈거리고 돌아다닌 탓인지, 이튿날 아침에는 제법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내가 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조금 일찍 침대에서 기어나와 대충 씻고 조식을 주문하러 1층으로 내려왔다.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아침식사 메뉴는 주로 대만식 오믈렛과 토스트 종류였다. 대만식 오믈렛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계란과 야채를 섞어서 스크램블드 에그 비슷하게 만든 다음 그걸 또띠야로 싼 느낌의 요리였다. 오믈렛 하나 만들 때에도 충실하게 대만식 향신료를 뿌려 놓아서, 생긴 건 서양식 요리인데 대만의 향이 아낌없이 나는 이채로운 아침 식사였다. 토스트는 뭐, 평범하다면 평범한 프렌치 토스트였는데, 퍽 맛이 괜찮았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법 수준이 높은 요리들이어서, .. 2019. 11. 9.
대만유람기 2019 (5) : [1일차] 시먼딩 미식탐방, 천문과학관 달구경과 스린 야시장 시먼딩의 길거리 음식 시먼딩西門町으로 나왔다. 파란색 반난선板南線을 타고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한 정거장이다. 시먼딩은 타이베이 최대의 번화가로,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시먼역 출구로 나오면 무슨 명동 롯데백화점 사거리 내지는 시부야 스크램블을 방불케 하는 불야성이 펼쳐진다. 철도패스 수속을 마치자마자 이쪽으로 나온 것은 여기에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는 것을 사전에 찾아 두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타이베이도 어쨌든 식후경 아니겠는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아종면선阿宗麵線'이라는 곱창국수 전문점이었다. 곱창이 들어간 국수라면 작년 6월에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먹었던 카스우동 이래로 처음이다. 곱창의 기름진 맛을 퍽 좋아하기 때문에, 저으기 설레었다. 가게 앞은 제 차례를 기다리며 .. 2019. 11. 8.
대만유람기 2019 (4) : [1일차] 숙소에 짐 풀고 철도 패스 구하기 타이베이에서 묵을 숙소로 이번 여행에서 난생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아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가끔씩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곤 했었다. 반면 나는 중증도의 토요코인 죽돌이라 일본만 가면(사실 부산 갈 때도) 거의 토요코인을 썼고, 취직 후 일본 외의 나라에 갈 때에도 호텔 아니면 리조트에만 묵었기 때문에 사실 좀 걱정이 되었다. 경험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겁만 많아서, '게스트하우스는 남이랑 같은 방에서 자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랑 열심히 놀아야 하는 곳'이라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왔는지 모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탓이다. 반면 토요코인은 마! 어디를 가든 질이 일정하고! 값도 적절하고 조식도 주고! 을매나 좋노! 으이! 이러던 촌놈이 토요코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대.. 2019. 11. 6.
대만유람기 2019 (3) : [1일차] 쑹산공항에서 환전/유심구매 후 시내로 쑹산공항은 여러모로 김포공항이랑 닮았다. 일본깨나 다녀본 분들이라면 하네다 공항이랑도 닮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시내에 딱 달라붙어 있어 접근성이 좋고, 지은 지 좀 되었는데 확장을 못 해서 어딘지 좀 비좁아 보이는 느낌까지도 세 공항은 판박이다. 일본이라면 들어가면서 심사관이랑 한두 마디 주고받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대만이야 뭐 대만국어(표준중국어)건 대만민남어건 원주민 말이건 전혀 할 줄 모르니 그냥 들어가서 여권 들이밀고 말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사실 여행하면서 제일 갑갑하고도 은근히 긴장되는 시간이 이 때다. 딱히 내가 뭐 잘못한 건 없지만, 외국에 들어간다는 건 늘 긴장을 동반하는 경험인 모양이다. 입국장 카운터로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은행을 찾는 것이다. 대만의 화폐인 .. 2019. 11. 5.
대만유람기 2019 (2) : 대만? 중화민국? 먼저 용어 정리를 좀 할 필요가 있겠다. '대만臺灣, Taiwan'이란 사실 나라 이름이 아니고 지역 이름에 가깝다. 대만 섬을 현재 실질적으로 영유하고 있는 나라의 이름은 '중화민국中華民國'이다. 아마도 90년대 초반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세계지도에서 '자유중국'이라는 이름이 쓰인 쬐끄만 섬을 본 기억이 있으리라. 뚜껑을 열어 보자면 그 당시의 '자유중국'도 딱히 '자유'롭지는 않은 나라였지만, 어쨌든 요즈음은 '자유중국'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 지 오래인 듯하다. 중화민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된 민주공화국이다. 1947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화민국은 지금의 중국을 지배하고 있었으나, 국공내전에서 국민정부가 중국공산당에게 패배한 이후 대만으로 옮겨 오면서 지금처럼 대만 섬과 부속 .. 2019. 10. 20.
대만유람기 2019 (1) : [1일차]김포에서 쑹산까지 아침부터 정신없는 날이었다. 우리 비행기는 13시 50분에 김포에서 출발하는 편성이었으나, 아내는 하필이면 그 날 12시에 삼성동에서 예정되어 있던 친구의 결혼식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비행기를 예약한 지 두 주 후에야 깨달았다. 이런 바보들! 고심 끝에 비행기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결혼식이라는 것은 시작 30분 전부터는 으레 손님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아내는 조금 일찍 결혼식장에 가서 친구에게 축하를 전한 다음 최대한 빠른 교통편으로 출발하고, 나는 미리 캐리어를 끌고 김포에 가기로 하였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자면 김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끊은 것이야말로 하늘이 도우신 것이 아닌가 싶다. 아내는 일어나자마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서둘러 외출 준비를 .. 2019. 10. 20.
대만유람기 2019 (0) : 계획하기 입사 후 처음으로 리프레시 휴가가 나왔다. 오랜 기간 동안 휴가를 내는 것 자체는 업무 특성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도 몇 번이고 사나흘씩 장기 휴가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니고 '리프레시' 휴가다. 다시 말해, 휴가비 지원이 나온다. 그렇다면 스케일 크게 잡고 어딘가로 다녀오는 게 제일이지! 리프레시 휴가가 부여된 날, 아내와 처음 상의한 끝에 나온 계획은 대강 이랬다. 1. 리프레시 휴가는 2년에 걸쳐 나눠 쓸 수 있으니까, 일단은 5일씩 나눠 쓰자. 2. 올해는 가까운 곳으로, 내년에는 먼 곳으로 가자. 3. 우리 둘 다 일본 여행을 좋아하고, 연애 적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죽기 전에 꼭 가자는 약속을 해 뒀으니, 일본 일주와 스페인 여행을 하는 게 어떨까! 이 계획은.. 2019.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