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뜻하지 않게 몬스테라 알보를 얻었다

by 집너구리 2022. 1. 30.

복권을 사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는 그저 돈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매주 희망을 가지고 꼬박꼬박 사들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때로 현금이 있을 때면 연금복권을 사들이고는 하는데, 남들은 소액이라도 당첨되어서 본전치기라도 하는 경우가 많다던데 나는 단돈 100원 한 푼이 당첨된 적이 없다. 그런 주제에 현금이 아닌 제비뽑기의 당첨 확률은 남들보다 다소 높은 편이라,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때가 있다. 이를테면 애니플러스 매장에 가서 제일복권 몇 장을 샀는데 그 자리에서 1등상이 나오는 경우는 종종(!) 있는 식이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일이 있어 잠깐 차를 빌려서 아내와 함께 나왔는데, 집에 가려고 시동을 건 뒤 무심결에 핸드폰을 켰는데 네이버 블로그 알림이 와 있엇다. '49번 3등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 설마? 싶어서 네이버 블로그 앱을 켰다. 희귀식물 판매로 잘 알려진 '꿀발라가든'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유튜브 구독자수 상승을 목표로 무늬가 많이 묻지 않은 몬스테라 알보 삽수를 추첨으로 나눔한다는 글을 올리신 적이 있었다. 설마하니 당첨이야 되겠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구독 버튼을 누른 뒤 인증샷을 댓글에 남겼는데, 놀랍게도 라이브 방송에서 내 번호가 뽑힌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람.

 

영광? 감격?의 순간

 

꿀발라가든 대표님과의 연락을 통해 약속 시간을 잡고, 토요일 오후에 다시 차를 빌려 고양시로 떠났다. 처음에는 옛날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잘못 찍는 바람에 다른 데에 가서 헤매고 있다가, 사장님이 다시 새 주소를 알려 주셔서 부랴부랴 그리로 향했다. 고양의 어느 대규모 화훼 단지, 끝이 안 보일 만큼 넓은 땅에 비닐하우스가 늘어서 있는 쉽사리 보기 어려울 장관 속에서 차를 달려 꿀발라가든에 도착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사장님과 깨발랄한 갈색 푸들 강아지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드디어 알보 삽수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사장님께 삽수 케어의 요령을 몇 가지 여쭤 보고, 모처럼 온 김에 농장 곳곳을 돌아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저희도 기본적으로는 자주 나가는 식물을 주로 다뤄요.'라고 하셨지만, 농장 곳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거대한 열대관엽 식물들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그냥 겸손의 표현이 아닌가도 싶었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베고니아와 칼라디움, 싱고니움, 스킨답서스 종류들은 물론이고, 상당한 대품으로 크고 있는 필로덴드론속 식물들이나 안스리움들도 이곳저곳 눈에 들어왔다. 무늬종들도 정말 많았다. 옐로우 몬스테라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여러모로 정말 놀랍고도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평소에 비공개인 관엽식물 농장을 돌아다니면서 사장님의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으리라. 깨알같이 우리 주위를 따라다니면서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 덕분에 기분이 더 좋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이케아에 들러서 말로만 듣던 그 이케아 온실을 한 개 사 왔다. 여기에 전기찜질기를 깔아 두고 온습도를 유지해야 하는 식물들을 들여놓기로 했다. 알보를 비롯하여 바닐라 난초나 파파야 등 몇몇 습도와 온도가 중요한 친구들을 모셔 두었다. 잎에 무늬가 많이 묻지 않아서 삽수가 크게 고생할 것 같지는 않지만, 사람 아니 풀 일은 모르는 법이니 최대한 가능한 조치를 해 두자는 생각이었다. 과연 이 삽수는 잘 커서 새 잎을 내어 줄 것인지, 또 무늬를 얼마나 더 물고 나와 줄지, 앞으로가 기대 반 걱정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