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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식물

키우는 식물 업데이트(2022. 10. 23.)

by 집너구리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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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몬스테라 알보(그런데 무늬가 사라진)

그럴 줄 알았다지만 알보의 무늬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래서야 그냥 보르시지아나다.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대로 광조사 기법을 써서 무늬를 살려 보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생각만. 집중적으로 조질 수 있는 식물등이 없어서 아직은 고민만 하고 있다. 집에 무늬종이 없는 것이 또 아니라서 걔네들만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하고는 싶은데 집이 좁아서 쉽지 않다.

 

 

2. 안스리움 매그니피컴 유묘

초봄 아직 추울 적에 사들였던 것이 이제야 첫 번째 이파리를 만들어 내 주었다. 이게 무슨 '매그니피컴'이야 싶을 정도로 단촐한 사이즈의 잎인데, 안스리움이라는 것이 워낙에 성장세가 느린 식물이고 하니 그냥 살아만 있어 줘도 고맙다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벌써 새 잎 자리도 하나 내었으니 이 성장세만 유지해 가면 곧 안스리움다운 잎을 내 줄 듯도 싶다.

 

 

3. 조금 그럴싸해진 몬스테라 두비아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이파리가 자그마했던, 그래서 여러 갈래로 도리치고 벽을 세워 줬던 몬스테라 두비아는 착생할 곳을 찾은 순간 신나게 잎을 키워대기 시작했다. 마끈을 감아 임시로 세워 줬던 지지대로는 벅찰 것 같아서 아예 월간화원에서 방부목을 사다가 대 줬더니 적어도 내 마음은 편해졌다. 과연 얘를 내가 생각하는 대로 커다란 잎을 가진 두비아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4. 드디어 정리에 성공한 스킨답서스

본가에서 어머니에게 스킨답서스를 한두 촉 떼어 달라고 했을 때 세운 목표는 '스킨답서스를 아주 길게 늘어뜨려서 바닥에 닿을 때까지 키워 보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목표는 멋지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 친구를 끝도 없이 이렇게 길게 키울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우리 집 로봇청소기가 덩굴을 아주 맛있게 냠냠 먹다가 저 높은 데에 있는 화분을 통째로 떨어뜨리는 대참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스킨답서스 단발령을 내리고 길이를 이렇게 정리했다. 하도 길게 키운 탓에 가지를 정리해서 꽂는 데에도 한세월이 걸렸고, 추가 화분만 두 포트가 나왔다. 이대로 키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일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어디 누구 이사할 때 짐으로라도 안겨 주든가 해야겠다. 화분의 수가 이제 슬슬 스스로도 포화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5. 뼈다귀만 남았다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베고니아 소요카제

최근에 이 녀석이 이파리를 자꾸 떨궈 대면서 비실비실대기에, 과감하게 꼭대기 부분을 쳐내고 꼭대기는 물에 담갔다. 밑동은 물을 말려 가면서 느긋하게 관찰하고 있었더니, 이렇게 작게나마 이파리를 다시 내기 시작했다. 아내는 이 녀석이 죽은 줄 알았던 모양인지 이파리를 새로 내 주는 것을 보고 무척 신기해했다. 나도 저으기 뿌듯하다. 그건 그렇고 이파리가 붉은색인 모리스 아메이도 잘 버티면서 살고 있는데 이파리가 완전 초록색인 네 녀석이 그렇게 비실비실하면 어떡하니.

 

 

6. 사들인 식물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또 지난 두 달 동안 야금야금 식물들을 사들였다. 아내와 약속하기를 여기에서 더 선반을 늘려서 집 공간을 잡아먹지 않게 관리하기로 했는데, 이 정도 사들이고 뒤를 돌아보니 과연 포화점에 다다르기는 했다. 

덴드로비움(석곡) '카구야히메'. 더그린가든센터에서 구매했다. 너무 조그맣고 귀여운 모양새를 자랑하는 녀석이라 도저히 이게 석곡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네임택에도 속명이 써 있지 않아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 다음에야 이 친구가 석곡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졸지에 우리 집에 첫 석곡이 생겼다. 왜 난초 무늬종에 난우 여러분들이 사족을 못 쓰시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상당히 귀여워.

같이 더그린가든센터에서 구매한 벌레잡이제비꽃. 종명은 까먹었다. 사이즈가 크고 아름다운데, 예전에 사들인 모라넨시스 종류는 다 죽어 버리고 에셀리아나 몇 촉만 남아 있어서 우리 집의 벌레 퇴치를 위해 하나 구입한 것이다. 온실에 뿌리파리가 돌아다니는 기미가 있는 것 같길래 바로 온실에 넣어 줬더니 이 친구는 습기를 먹어서 좋고, 다른 식물들은 이 친구가 뿌리파리를 잡아 줘서 좋고, 아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양새가 되었다. 이파리를 쉴새없이 내어 주는 걸 보니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다. 

한국화훼농협에서 새로 사들인 바질. 예전에 식물방에서 키우던 바질은 (워낙에 맛있어서 그런지) 벤자민에 기생하고 있던 깍지벌레들의 대대적인 습격을 받아 고사해 버리고 말았다. 바질을 제법 쓰는 편이기 때문에 아예 새로 한 포트를 사와서 깨끗한 흙으로 분갈이한 뒤 우리 집의 청정지대인 컴퓨터 책상 옆에 두고 키우고 있다. 

이것은 '아디안텀 라디아넘Adiantum radianum'이라는 고사리이다. 아디안텀이 워낙에 키우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서 아직 들여놓은 적이 없었는데, 싱가포르에 갔다가 너무 예쁘게 자라는 이 녀석을 보고 한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서촌 노가든에서 이 녀석을 팔기에 구매해서 들여왔다. 햇볕을 많이 봐야 하고 습도와 통풍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장님의 조언과, 내가 열심히 챙겨보는 식물 유튜브인 '그랜트의 감성'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식물등 바로 밑에 두고 하이드로볼로 저면관수 형태를 만들어 줬다. 위 사진은 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찍은 것인데, 지금은 이것보다 조금 더 자라나서 밑에서 잎도 슬슬 내어 주기 시작하고 있다. 며칠 전에 그린하트클럽에 놀러 갔다가 집채만한 아디안텀 라디아넘을 보고 동기 부여가 조금 더 된 상태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잘 커 다오.

라쿠고에 이름을 물려받는 '습명' 체계가 있다면 우리 집 마오리 소포라도 아마 그래야 할 것이다. 이 녀석은 3대째이다. 한창 물을 많이 먹어야 하는 늦여름에 그만 바빠서 물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했더니 2대째 소포라도 허무하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어디서 주워듣기로 이파리가 얇은 식물일수록 말려죽일 것을 걱정해야 한다더니 딱 그 말이 맞다. 이번에는 믿을 만한 그린하트클럽에서 노지에서 짱짱하게 크던 녀석을 데려왔으니, 이번만큼은 안 죽이고 잘 키워 봐야 할 텐데. 

마침내 유묘 상태가 아닌 안스리움 아성체들을 집에 들였다. 위쪽에 있는 살짝 동그란 녀석이 안스리움 '크리스탈 호프'이고, 아래에 있는 살짝 길고 어두운 색의 잎을 가진 녀석이 안스리움 크리스탈리눔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잎맥이 무척 아름다운 친구이고, 높은 습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가장 습도가 많이 필요한 아디안텀과 같은 층에 배치해 두고 열심히 물을 뿌려 주고 있다. 잎이 너무 깨끗하게 커서 이걸 이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되려 고민되기는 하는데, 일단 우리 집에 온 이상 큰 이슈가 없다면 실습에서 적응을 시킬 것이다.

(좌) 필로덴드론 헤데라세움 '미칸'. (중) 필로덴드론 글로리어스. (우) 필로덴드론 멜라노크리섬.

처음에 식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쯤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나는 필로덴드론은 예쁜지를 잘 모르겠어." 멍청한 녀석 같으니. 이렇게 집에 슬금슬금 필로덴드론을 들여놓을 줄 알았으면 처음에 이 얘기를 하지 말 걸 그랬다. 물론 필로덴드론에도 여러 가지 생김새와 종류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쭉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아무래도 나는 잎이 동글넓적한 소위 '빵떡잎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정석적인 식물의 잎 생김새를 하고 있으면서도, 잎맥이 뚜렷하고 벨벳 질감이 나는 녀석들이 내게는 예쁘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 중 멜라노크리섬글로리어스를 사면서 덤으로 얻었다. 예전에 만 원씩이나 주고 사들였던 멜라노크리섬은 거진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잎이 전혀 커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이 정도의 잎이라면 조금 키워 볼 맛이 난다. 뿌리를 좀 받아다가 심어 볼 생각이다. 필로덴드론 미칸은 한동안 집에 들이고 싶었지만 당근에서 파는 것들이 촉 수도 너무 적고 영 비실비실한데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것을, 마침 더그린가든센터에서 저만한 양의 미칸을 몇 천 원이라는 괜찮은 가격에 팔고 있기에 냉큼 사 온 것이다. 다들 아직까지는 무난하게 잘 자라 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것은 무늬 아단소니이다. 예전에도 무늬 아단소니를 제법 고가에 사서 도전해 봤는데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그 녀석은 그냥 녹색 아단소니가 되어서 내 식물 방에 내 온실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그래 건강하니까 됐다... 싶은 느낌. 그 뒤로 관엽식물 가격이 급전직하하면서 리벤지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 차에, 마지막 잎이 고스트로 나온 산반무늬 아단소니가 괜찮은 가격에 나왔기에 집어오는 데 성공했다. 잎자루에 녹색 지분이 많다는 것이 다소 애매하기는 하지만, 빛 조절을 잘 해 보면서 무늬를 어느 정도 고정시켜 보려고 한다.

 

 

번외. 대왕 콜레우스 차이나 로즈

최근에 아내의 본가에 갈 일이 있었는데, 현관 복도 앞에 이 녀석이 놓여 있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아래층 아주머니가 나눠 주신 것이 이렇게 컸다는 것이다. 베란다가 좁아서 집 안으로 들여놓기 애매한 상황이라 현관에 두셨다는데, 겨울까지 여기 뒀다간 아무래도 얼어 죽을 것 같아 일단 우리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근데 사실 우리 집도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라, 일단 받아오기는 했는데 어떻게 이 친구를 처리할 것인지 우리 부부 모두 고민에 빠졌다. 조금 번식을 해 두고 당근에 내놓는 것이 합리적이기는 할 것 같은데... 갑작스레 업둥이(?)를 데려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해서 지나다니며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일단 우리 집에 왔으니 잘 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