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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20911 싱가포르

10. 드디어 먹어 본 칠리크랩과 페라나칸 거리 밤 산책, 그리고 최고의 첸돌 맛집까지(3일차-03)

by 집너구리 2023. 1. 30.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다시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베독(Bedok) 역으로 향한다. 도비 곳 역에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이 나붙은 광고 앞을 지나가게 된 것은 덤이다. 싱가포르에서 보니까 되게 반가운 재석이 형.

베독 역에서는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3킬로미터 정도 들어간다. 이쪽은 완전히 주택가 단지다. 어제 다녀왔던 셈바왕 쪽에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많았다면, 베독 쪽은 단독주택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스카이라인이 전혀 다르다. 보다 고즈넉하고 왁자지껄한 느낌이랄까. 버스에서 내려서 3분 정도 걸어가면 큰 주차장이 있는 식당 건물이 나온다. 교외에 있는 대규모 식당은 어딜 가든 구조가 대강 비슷한 모양이다. 일산 같은 데 가면 이렇게 큰 부지에 세워져 있는 가든식당들 되게 많거든. 여기가 화유위(Hua Yu Wee) 시푸드 레스토랑이다. 그 유명하다는 싱가포르 칠리 크랩을 한 번 먹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 이른 시간인 다섯 시 약간 전에 도착해서 그런지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름대로 규모도 있고 유명한 레스토랑이라서 평소에는 사람이 미어터지는 곳인데 천만다행이다. 안에 들어가도 손님은 우리뿐이다.

가게 안은 전형적인 중국식 원탁이 들어차 있다. 이른 시간이라 직원이 손님보다 더 많다. 우리는 창가 좌석으로 안내받았는데, 메뉴판과 함께 소금을 쳐서 구운 땅콩과 물티슈를, 그리고 차를 가져다 준다. 여기에서 하나 조심할 점. 싱가포르 식당에서 이런 기본반찬 같은 것들을 받았다면 돌아서서 가는 점원을 붙잡고 이거 가격이 청구되는 것이냐고 물어봐야 한다. 아닌 곳도 있지만 많은 식당에서 소금 친 땅콩 같은 기본 반찬은 공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일본 이자카야 같은 곳에 가면 종종 있는 자릿값 반찬(오토오시) 같은 건데, 차이점이라면 싱가포르 식당에서는 이런 기본반찬들이 필요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면 다시 회수하고 가격도 청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런 밑반찬이 필요없다면 꼭 '이거 공짜 맞아요?(Is this for free?)'라든지, '이거 돈 받는 거예요?(Is this going to be charged?)' 같이 한번 물어보고, 돈을 받는다고 한다면 '이건 필요 없습니다(We don't need this).' 등의 표현으로 거절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경우, 물티슈와 땅콩은 돈을 받는다고 해서 회수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차는 공짜라 무진무진 마셨지만. 

메뉴는 제법 다양하다. 시푸드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몰라도 육고기 요리는 거의 없고,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나 야채 요리가 대부분이다. 일단 칠리 크랩은 하나 시켜서 먹기로 했으니 하나 하고, 야채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서 '삼발 캉콩(Sambal Kang Kong)'이라는 것을 하나 골라 봤다. 탄수화물이 부족할 것 같아 양저우식 볶음밥도 하나 주문했다. 싱가포르에서 칠리 크랩을 취급하는 식당들의 경우 대부분 둘이서는 다 못 먹을 만큼 큰 크기의 게를 엄청 비싸게 파는데, 이곳은 두 명이서 먹기에도 적절한 크기의 게를 괜찮은 가격에 팔고 있다고 해서 찾아온 것이다. 싱가포르에 가면 칠리크랩을 먹으라고 그렇게들 추천하던데, 과연 얼마나 맛있을까? 

삼발 캉콩이 뭔가 했더니, 삼발 소스에 볶은 공심채였다. 공심채볶음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집에서도 공심채를 자주 굴소스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아 먹고는 했는데, 이제 보니 삼발에 볶는 게 아주 치트키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삼발 소스 괜찮은 건 하나 기념으로 사 가서 써먹자고 결심한 것은 이 때부터였던 것 같다(실제로 한 병 사 와서 볶음밥 할 때마다 열심히 써먹고 있다). 적절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소스라서 공심채볶음과는 찰떡궁합이다. 

양저우식 볶음밥은 새우와 잘게 썬 야채, 굴소스 등으로 볶은 인디카 쌀밥인데, 이런 종류의 볶음밥은 전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화교가 하는 식당에서 볶음밥이 맛없는 건 한국 설렁탕집에서 김치가 싱거운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퍽퍽하지 않고 탱글탱글한 새우의 씹히는 맛 또한 일품이다. 벌써부터 이렇게 음식이 괜찮으면 곤란한데.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칠리 크랩이 나왔다. 게를 가르지 않고 통째로 내놓을 줄 알고 다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무시무시한 비주얼은 아니었다. 약간 양념게장 느낌으로 소스에 게를 볶아서 내놓은 것인데, 케첩 느낌이 은은히 나는 칠리 소스와 게의 담백하고 향기로운 살이 잘 어울렸다. 다만 한국의 꽃게를 생각하고 덤볐다간 녹록지 않을 것인데, 이 동네의 게라는 것이 껍데기가 정말 두껍고 단단하여 여간해서는 잘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집게와 가위를 같이 주는 것이 아니다. 착한 어른이라면 여기에서 공연히 치과 갈 일을 만들지 말고 얌전히 가위와 집게를 활용해서 잘 살을 빼먹도록 하자. 소스가 생각보다 매콤해서 어느 정도 먹다가 혀가 매워지면 볶음밥을 한 숟갈 퍼먹고, 또 먹다가 매워지면 볶음밥을 퍼먹고 하는 식으로 세 그릇을 뚝딱 다 비웠다. 

결론적으로는 모두 맛있는 요리들이었고, 특히 칠리크랩이라고 하면 이쪽 동네에 와서야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요리이기 때문에 제법 기분이 났다. 다만 우리 부부 기준으로는, 한 번 맛을 봤으니 이제 충분하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매번 먹으러 오기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 같이 왔을 때 한번씩 먹기에 좋은 요리라는 인상이다. 싱가포르에 올 때마다 둘이서만 먹기에는 가격도 센 편이고 양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한 번 경험했으니 나름대로는 만족스럽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다시 베독 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버스 교통카드 단말기에 이지링크를 찍어도 계속 '탑승이 불가능합니다'라는 메시지만 뱉으면서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싱가포르 도심 쪽으로 나가는 버스란 버스는 다 잡아서 태그를 해 봤는데 모두 똑같이 '탑승이 불가능'하단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완전히 혼란에 빠져 버렸다. 화유위 식당에서 베독 역까지는 걸어서 편도로 2.2킬로미터 정도다. 물론 나 혼자서 가면야 한 20분 정도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아내의 발 상태가 말씀이 아닌 데다가 무엇보다도 날씨가 너무 더웠다. 어쩌면 너무 더워서 머리가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 물어볼 생각도 못 하고 그저 동동거리면서 한 이십 분을 버스 정류장에서 불모로이 보내고 나서야 미리 핸드폰에 깔아 둔 그랩을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에 닿았다. 본래는 아무래도 그랩은 사업자등록이 안 된 택시 같은 거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내키지 않았던 것인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새빨간 혼다 세단을 끌고 오신 그랩 운전수 선생님은 상당히 빠르고 부드러운 운전으로 우리를 페라나칸 거리로 데려다 주셨다. 이렇게 빠르고 안전하고 시원하게 올 수 있을 줄 알았으면 진작에 부를 걸. 심지어 값도 생각보다 싸다. 다들 동남아시아만 오면 그랩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있구나.

 

나중에야 검색을 해 보고 "종점까지의 남은 구간 요금만큼의 잔액이 충전되어 있지 않다면 아예 탑승을 시켜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면 요금이 얼마만큼 부족하다는 표시 정도는 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싱가포르의 시내버스는 여러모로 관광객에게는 허들이 좀 높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페라나칸 스타일의 건물들.
관우를 모신 관제궁. 화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관우 사당이 있다.
밤의 페라나칸 거리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이 있다.

페라나칸 문화는 화교식 문화와 말레이식 문화가 섞이면서 생겨난 것인데, 특유의 폭이 좁고 화려한 창살이 들어간 여닫이 창문과 1층에 비해 2층이 상대적으로 돌출된 것으로 잘 알려진 건축 양식은 페라나칸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과도 같다. 파야 르바르(Paya Lebar) 역 근처에 길게 조성된 페라나칸 거리에는 페라나칸 박물관 같은 전시관이나 페라나칸 특유의 기념품 같은 것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고 하는데, 해가 지니 다들 문을 닫았고 조명도 그리 강하지 않아서 그냥 한적한 싱가포르 주거지를 산책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중국식 식재료가 가득한 슈퍼마켓 구경도 하고, 정신없이 복잡한 싱가포르 도심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인 주거지 구역을 거닏는 경험도 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파야 르바르 역 근처의 크고 멋진 건물. 구글 지도에는 '시민회관'으로 나온다.
'시민회관'을 지나면 엄청나게 거대한 잔디밭 같은 것이 나타난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파야 르바르 역이다.

파야 르바르 역으로 걸어가면서, 호텔로 바로 들어갈지 한 군데를 더 들렀다 갈지 아내와 의논했다. 둘 다 완전히 지쳐서 호텔에 들어가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이대로 들어가기에는 약간 아쉽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도 앱을 이리저리 뒤져 보는데, 호텔로 가는 길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평점이 아주 높은 첸돌 가게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백종원 씨가 워낙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궁금하기는 했는데, 마침 아내도 맛이나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 그리로 향해 보기로 했다. 서클 선을 타고 한 정거장 가서 맥퍼슨(McPherson) 역에서 다운타운 선으로 갈아탄다. 우리의 목적지는 맥퍼슨 역과 그 다음인 마타르(Mattar) 역의 사이에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마타르 역이 좀 더 가까워서 한 정거장 더 가기로 했다. 

파야 르바르 역에서 맥퍼슨 역을 거쳐서 마타르 역으로 움직인다.
마타르 역에서 서킷 로드 호커센터로 가는 길에 있는 건천. 이걸 강이라고 불러야 할지 수로라고 불러야 할지 싶었는데, '펠튼 운하(Pelton Canal)'라고 한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마타르 역에서 내려서 운하 하나를 건너면 허름해 보이는 호커 센터가 나타난다. 바로 길 하나만 건너면 거대한 HDB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수요로 장사하고 있는 곳인 모양이다. 정식 명칭은 '서킷 로드 호커 센터(Circuit Road Hawker Center)'이지만 사실 아무래도 좋다. 운하 변으로 길쭉하게 이어지는 가판대들을 지나고 또 지난 끝에 마침내 우리의 목적지에 도달했다. '킹 오브 첸돌(King of Chendol)'이다.

가게 전경. 전형적인 호커 센터 안에 있는 가판대이다.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둘이서 운영하고 있다.
(좌) 첸돌(2.5달러), (우) 종려당을 뿌린 카창(2.5달러).

첸돌은 겉보기에는 그냥 독특하게 생긴 팥빙수처럼 보인다. 말레이어 '첸돌(chendol)'의 어원 자체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저 국수마냥 길다란 녹색의 전분묵을 가리키던 말인 'jendol'에서 온 것이라는데, 판단잎을 넣어 만든 이 전분묵을 얼음과 함께 내어 주는 것이 바로 디저트의 한 종류인 '첸돌'이다. 위키백과에 따르자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차게 한 코코넛 젤리와 흑당, 그리고 이 판단잎 전분묵을 섞어서 음료처럼 내 주는 곳이 많은 반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달게 조린 팥을 얹고 그 위에 일반적인 흑당이 아닌 종려당(종려 등의 야자나무 수액을 달여서 만든 설탕) 시럽을 끼얹어서 빙수처럼 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싱가포르식 첸돌인 셈이다. 보기에는 무척 달게 생겼는데, 한 입 먹어 본 순간 내 생각이 기우였음을 바로 깨달았다. 향긋한 종려당 시럽과 담백하고 고소하지만 너무 달지는 않게 졸여진 단팥, 그리고 부드러운 향을 내는 판단잎 전분묵이 코코넛 밀크 얼음과 어우러져 도저히 동네 가판대에서 먹는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맛을 낸다. 이런 팥빙수라면 매일 두 그릇씩도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첸돌 누가 안 만들어 주나? 아마 단가가 맞지 않아서 못 팔겠지. 크기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이렇게 훌륭한 한 그릇이 고작 한화로 이천오백 원 꼴이라니 놀랍기 짝이 없다. 가히 싱가포르에서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들 중에서 최상위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필이면 저녁으로 칠리 크랩을 먹어서 아무래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칠리 크랩을 먹기 위해서만 싱가포르에 올까? 물론 칠리 크랩이 맛있는 요리인 것은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칠리 크랩을 먹기 위해서 싱가포르 비행기표를 끊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첸돌을 위해서라면? 주저없이 끊을 것이다. 그만큼 킹 오브 첸돌의 첸돌은 정말 훌륭했다. 괜히 가게 이름에 '킹'이 들어간 게 아니다.

 

킹 오브 첸돌의 두 번째 메인 메뉴는 아이스 카창(Ice Kachang)이라는 것인데, 이거야말로 그냥 '빙수'에 가까운 물건이다. 메뉴명에는 'gula melaka ice kachang'이라고 되어 있는데, '굴라 멜라카'는 아까도 얘기했던 종려당을 뜻한다. 첸돌과 마찬가지로 부순 얼음에 종려당 시럽을 끼얹은 뒤, 코코넛 밀크에 달게 졸인 스위트콘을 얹어 준다. 스위트콘 졸임은 이 가게 특유의 토핑인 모양이다. 이건 그냥 상상하는 그대로의 맛이다. 별미이기도 하고 물론 맛도 좋은데, 첸돌의 파괴력에 비해서는 다소 약하다. 그래도 정신없이 둘이서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릇을 가져다 드리면서 "정말 첸돌의 왕이라는 가게 이름답네요!"라고 했더니 머리가 희게 센 주인 아저씨가 무척 자랑스럽게 "그럼요! 우리 집 첸돌은 싱가포르에서 제일로 맛있죠. 맛있게 먹어 줘서 고마워요!"라고 웃으며 답례해 주셨다. 더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싱가포르에 또 오면 또 들를게요.

우리가 떠나는 것을 배웅해 주시는 점원 아저씨.

첸돌로 당 충전을 하고 나니 그나마 기운이 좀 난다. 전철을 타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전철을 두 번 갈아타는 거지만, 걷는 것을 최소화하고 싶어 조금 더 멀리까지 다운타운 선을 타고 와 한방에 갈아타기로 한다. 차이나타운 역에서 내려 패러 파크로 가는 북동선으로 갈아탄다. 

사실은 낮에 잠시 숙소에 들렀을 때, 아내의 발을 확인해 보니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럴 때는 소독한 바늘과 실로 물집을 꿰어 주는 것만한 응급처치법이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휴대용 반짇고리를 챙기는 것을 까먹었다. 아쉬운 대로 호텔 1층에 있는 약국에서 밴드를 사다 붙여 놓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반짇고리를 하나 살 수 있으면 사는 게 좋겠다 싶어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보이는 족족 들어가서 확인해 봤다. 한국 같으면 편의점마다 꼭 파는데, 싱가포르 편의점에서는 그놈의 휴대용 반짇고리 하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첸돌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시티 스퀘어 몰에 있는 마트에 와서야 휴대용 반짇고리와 일회용 라이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로 사다가 숙소에 와서 응급처치를 해 줬다. 당장은 효과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내일 걸을 때에는 훨씬 나을 것이다. 

 

이것은 실을 꿴 물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