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191005 Taiwan

대만유람기 2019 (13) : [5일차] 대만식 아침식사 후 정든 타이베이를 떠나 남으로, 타이중으로

by 집너구리 2021. 4. 25.

여행 다섯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이 날은 여행의 피로함이고 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먼저 이제까지 대강 펼쳐 놓고 살던 짐들을 정리해야 했고, 몸을 씻고 나갈 준비를 한 다음 1층에 내려가 체크아웃을 해야 했고, 짐을 바리바리 끌고 아침 식사를 하러 길 건너편에 있는 가게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하던 첫날 직원이 "마지막 숙박일에는 저희 식당이 휴무여서, 길 건너편에 있는 조식 전문 가게에 가셔야 합니다"라고 안내해 준 대로, 체크아웃을 하러 내려가는 길에 흘긋 쳐다본 게스트하우스 식당은 완전히 불이 꺼져 있었다.

 

 

'또우장'과 '요우탸오', 가장 평범하지만 그만큼 맛있었던 대만식 아침식사

 

중화권을 자주 다니셨거나 중화권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익히 짐작하시겠으나, 사실 중화권은 가정에서 직접 요리하기보다는 식당에서 사 먹는 문화가 지배적이다. 조식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열어서 정신없이 조식을 판 뒤 정오엔 아예 문을 닫아걸어 버리는 '조식 전문 식당'도 길거리에서 수두룩하게 찾아볼 수 있으며, 대만 또한 예외는 아니다. 조식 전문 식당에서 주로 파는 것은 두유인 '또우장豆漿'과 꽈배기 비슷하지만 달지는 않은 막대기 모양의 튀김빵 '유탸오油條'인데, 이번에 우리가 찾아가게 된 가게 또한 바로 이런 중화식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였다.

 

 

 

조식 전문점 '사해두장대왕'.
하얗고 진하게 끓여 나오는 중국식 두유 '또우장'과 꽈배기빵 비슷한 '유탸오'. 시키는 김에 대만식 오믈렛도 하나씩 더 샀다.
전형적인 아침식사 전문 가게의 풍경이다. 회전이 무척 빠르고, 포장해 나가는 손님들도 많다.

가게는 위생이 썩 좋다고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고, 누가 봐도 오래 되어 보이는 간판에 걸맞게 깨진 타일들과 허름한 식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문은 마치 김밥천국처럼 종이에 적힌 메뉴표에 펜으로 체크를 해서 점원에게 전달하는 식인데, 중국어로 되어 있다 보니 뭐가 뭔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받은 식권에 적힌 기본 메뉴(또우장 한 사발에 식사류 한 가지)에 따라 따뜻한 또우장과 차가운 또우장 한 사발씩, 그리고 유탸오 한 조각과 타이완식 오믈렛 하나씩을 주문하고, 돈을 더 내어 오믈렛을 한 종류 더 사 먹어 보기로 했다.

과연 조식 전문 식당답게 음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나왔다. 또우장의 경우 한국에서 먹던 일반적인 두유와는 달리 직접 콩을 갈아 내려서 그런지 콩 특유의 비릿한 느낌이 더욱 강하게 올라왔는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따뜻한 또우장이 좀더 먹기가 괜찮았다. 오믈렛은 맛이 없기가 힘든 메뉴다 보니 제법 나쁘지 않게 먹을 수 있었고, 갓 튀긴 유탸오가 제법 독특하고 괜찮았다. 쫄깃쫄깃하니 꽈배기와 거의 비슷한 식감이기는 한데, 설탕도 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튀김 겉면이 파삭하다 보니 과연 식사를 한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따뜻한 또우장에 찍어 먹으니 속이 든든했다.

식사를 시작한 게 대략 아침 일곱 시쯤이었는데, 우리가 가게로 들어갈 때만 해도 제법 많았던 사람이 식사를 하고 나올 때쯤 되니까 마치 썰물 빠지듯이 쫙 빠져 있었다. 타이베이의 아침은 확실히 빠르다.

 

 

드디어 고속철도를 타고 타이중으로

 

이제까지 나의 여행은 하나의 근거 도시를 기반으로 하여 주위의 동네들을 돌아다니다 근거지로 돌아다니는 형식이었다. 이를테면 오사카에 숙소를 잡아 두고 교토와 우지를 왕복하는 식인 것이다. 나라 하나 전체를 일주하는 것은 그래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는데, 이번 여행도 원래는 일본 일주로 초안을 계획하던 것이 갖가지 사정으로 인해 대만 일주로 변경된 것이었다. 넓지 않은 규모의 땅이지만, 대만이라는 나라를 남북으로 종단하면서 각 지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고속철도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마음은 봄바람마냥 살랑거렸다.

 

여행기 첫날 분량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 있지만, 대만의 고속철도인 THSR(Taiwan High Speed Railway)은 한국의 코레일 격인 '대만 철로관리국(TRA)'의 관할이 아니라, 민간기업인 '대만고속철도공사'의 관할 하에 있다. 따라서 외국인용 통합 패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를 사기 위해서는 일반철도 창구와는 다른 창구로 가야 하고, 승강장도 따로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여행 첫날 찾아 둔 TRA-THSR 통합 패스를 써서, 이 날과 다음 날의 2일에 걸쳐 고속철도 탑승권을 활용하기로 했다. 패스는 자유석 이용 권한에 한정되므로, 타이베이역이나 신쭤잉역 등 시종착역에서 출발한다면 조금 일찍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미리 대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자리를 얻어탈 가능성이 높다.

 

타이베이역 고속철도 승강장에서 THSR 객차를 기다린다. 열차는 일본 신칸센에 굴러다니는 것과 같은 전동차이다.
한 시간 남짓을 기차에서 졸고 나면 타이중 역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고속철도 타이중 역에 내리면 도착일 것 같지만, 여기서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대만의 일반철도와 고속철도는 관리주체가 다른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로 'TRA 관할 중앙역과 THSR 관할 중앙역의 위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있다. 무슨 얘긴고 하니, 고속철도 타이중 역과 TRA 타이중 역은 서로 몇 킬로씩 떨어져 있는 완전히 다른 역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타이중 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고속철도 타이중 역인지 TRA 타이중 역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지역에 있는 숙소가 될 수 있다. 다행(?)인 일이라면 고속철도 타이중 역 근처는 정말 뭐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어서, 보통 관광객이 잡을 수 있는 '역 근처 숙소'라면 TRA 타이중 역 근처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고속철도 타이중 역에서 TRA 타이중역으로 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속철도 타이중 역에 붙어 있는 TRA 타이중역의 '신우르新烏日' 역을 활용하면 된다. 통합 패스가 있는 외국인이라면 큰 걱정 없이 신우르역 타이중 방면 승강장으로 찾아가면 된다. 띄엄띄엄 들어오는 구간차를 타고 네 정거장 정도를 가면 TRA 타이중 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내려서 역 광장으로 나가면 비로소 잘 찾아왔다는 확신과 함께 안도감이 들 것이다. TRA 타이중 역은 현대식의 화려하고 거대한 새 역사 아래에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용돼 왔던 문화재급 수준의 고풍스러운 구 역사가 서 있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대만 중부의 중심 도시답게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 내리면 바로 눈에 띄는, 좋게 말해서 독특하고 나쁘게 말해서 무슨 모텔 같이 생긴 호텔이 바로 우리가 묵을 '버틀러 호텔'이다. 카운터에 일단 짐을 맡겨 두고 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한다.

 

신우르역의 승강장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기차도 아주 띄엄띄엄 온다.
타이중 역의 신역사와 구역사. 현대적인 타이완과 옛 일제의 스타일이 명백한 대비를 이룬다. 맨 오른쪽 사진은 우리가 묵었던 버틀러 호텔.

 

 

타이중 시내 돌아다니기 : 무난했던 점심식사와 타이중 대성당, 천상의 버블티 가게 '춘수당'

 

지금도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데, 타이중 시내에 대한 정보는 많이 찾아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타이중 시내에 체류할 시간보다 주위 도시를 돌아다닐 일이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이중 역에 내린 시각이 열 시 반경이었고, 짐을 맡기고 나왔는데도 아직 정오가 되지 않은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장화까지 가서 식사를 하려면 또 시간이 애매하게 뜰 것 같아서, 일단 되는 대로 근처에서 평이 나쁘지 않은 식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구글 검색에서 숙소 근처에 제법 괜찮은 평점의 식당을 찾아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심원춘'이라는 상하이 요릿집이 있다고 하여 일단 그리로 향했다.

 

 

 

열한 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에 들어간 가게는 낮부터 반주를 즐기고 있던 동네 아저씨들 한 무리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영어로 직원에게 말을 걸었더니 사진이 붙어 있는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도 언어가 중국어인 것은 어쩔 수 없어, 대강 보고 그럴싸해 보이는 요리들을 시키기로 했다. 사진을 찍어 둔 뒤 네이버 중국어사전(...)의 필기 검색을 활용해 찾아보니, 우리가 시킨 세 요리는 '카이란차이 볶음炒芥蘭菜', '탕수육咕咾肉', '갈비조림을 얹은 계란볶음밥排骨蛋飯'이었다. 사진과 한자 지식을 조합해서 엄벙덤벙 시킨 것치고는 제법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역시 볶는 요리는 세상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는 중화권인 만큼, 모두 볶는 과정이 들어가는 요리들로 시킨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슬고슬하면서도 고소한 맛의 계란볶음밥 위에 올라간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돼지갈비조림, 생긴 것은 한국의 그것과 조금 다르지만 맛은 무척 익숙한 탕수육,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약간 다른 야채였지만(카이란차이라는 것은 중화요리에 주로 쓰이는 갓 비슷한 채소라 한국에서는 잘 재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담백하면서도 향그러운 맛이 나는 카이란차이 볶음까지, 무난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였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곳이었지만 퍽 만족스러운 한 끼를 즐기고 나올 수 있었다.

 

 

배부르게 한 끼를 마치고 나서 우리 부부는 이른바 버블티의 원조라는 '춘수당'이라는 가게를 찾아가기로 했다. 대만에 와서 한 번도 버블티의 맛과 가격에 만족하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기왕이면 버블티의 원형이자 궁극의 버블티를 찾아서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그 전에 잠깐 들를 곳이 있었다. 심원춘에서 걸어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타이중 교구의 주교좌 대성당이 있다고 하여, 거길 잠깐 찍고서 춘수당에 가기로 했다.

 

 

 

타이중 대성당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 보이지 않았다. 건물을 바깥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는 다소 어려웠는데, 길가에 딱 붙어 있는 데다가 대성당 마당이 유리 지붕으로 덮여 있어 마당에서는 도저히 건물 위쪽을 올려다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내부는 명동성당과 비슷한 신고딕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벽돌 위주로 만들어진 명동성당과는 달리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었다. 한국의 많은 성당들과는 달리, 성당 안의 성물이나 부조물 등은 총천연색으로 색칠되어 있었는데, 원색을 좋아하는 중화권의 분위기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대성당 안에 들어가서 한동안 타이중의 한낮 더위를 피하며 멍하니 앉아 있자니, 해가 점점 움직이면서 사방에 뚫려 있는 창문을 통해서 멋들어지게 빛이 들어와 우리를 비추었다. 즉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춘수당에 가서 시원한 버블티 한 잔을 할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 우리는 성당 성전에서 나와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서 다시 발걸음을 떼기로 했다.

 

(좌) 대성당의 미사 시간표. (우) 대성당 마당의 모습이다. 비가 자주 오는 아열대 기후 때문인지 마당을 모두 유리로 덮었다.
밖에서는 짐작하기 힘들지만, 성당은 주교좌답게 제법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방으로 창문이 뚫려 있어 은은한 분위기를 준다.

그런데 성당에서 나오는 길에 사무실로 짐작되는 건물 안쪽을 흘긋 들여다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무실 문에서 바로 보이는 벽에 어디서 많이 본 초상화가 하나 걸려 있는 것!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화인 것이 아닌가. 한국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만 같은 대만의 지방 도시에서 김대건 신부의 초상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이역만리에서 동포를 만난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도대체 타이중과 김대건 신부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너무 궁금해져서, 춘수당으로 향하는 길에 계속 구글 검색을 해 보았지만 그럴싸한 결과는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가까스로 찾아낸 그나마 관련 있어 보이는 내용으로는, 김대건 신부가 마카오에서 학업을 마치고 신부 서품을 받은 뒤에 조선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만을 거쳤다는 기술이 있었다. 그 당시에 대만의 어느 곳에서 잠시 머물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타이중의 신자들은 나름대로 김대건 신부와의 인연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신부님이 왜... 여기서 나와요...?

이 날의 날씨는 전날과는 달리 퍽 흐렸지만,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온 탓인지 만만치 않게 더웠다. 땀을 연신 닦아내면서 15분 넘게 걸은 끝에 가까스로 춘수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과연 버블티의 원조라는 명성이 자자한 가게, 줄서 있는 사람들이 드글드글했다. 가게 앞으로 들어서면 직원이 큰 소리로 안내를 해 주는데, 안내대로 줄을 서 있으면 직원이 종이로 된 메뉴판 겸 주문서를 가져다 준다.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의 3개 국어로 내용이 자세하게 쓰여 있고, 원하는 내용을 찾아 메뉴판에 체크해서 주문하고 선결제를 한 뒤 잠깐 기다리면 점원이 순서를 불러 준다. '인문다관'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만큼 버블티뿐만 아니라 우롱차나 보이차 등 다른 차와 디저트들도 팔고 있고, 심지어는 간단한 식사류도 파는 듯했다. 점원이 연신 우롱차와 파르페, 때로는 완탕면 비슷한 것들을 들고 서빙하는 것이 보였다.

 

 

 

춘수당 본점에 접근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벌써부터 사람이 많아 보인다.
(좌) 상당히 자세하게 쓰여 있는 메뉴판을 보면서 개수를 체크하여 주문한다. (우) 내 몫의 버블티. 와 정말... 아직도 생각남.

 

버블티의 원조라는 명성의 값인지, 지금까지 먹어 본 다른 버블티 가게들에 비해 가격은 제법 비싼 편이었다. 대기 시간이 다소 걸려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이 뿜어대는 연기를 연신 휘저어 쫓으며 슬슬 더위에 지쳐 갈 때쯤에야 우리가 주문한 시원한 버블티 두 잔이 나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싼 값을 한다!'는 것이 우리의 감상이었다. 그저 명성 값으로 비싼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이제까지 먹어 본 어떤 버블티보다도 훌륭한 맛이었다. 밸런스가 확실하게 잡혀 있으면서도 향이 무척 진한 밀크티, 딱 적절한 양의 얼음, 그리고 다른 가게들에 비해 작은 사이즈이면서도 쫀쫀하게 잘 삶긴 버블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궁극의 맛을 자랑하는 버블티였다. 우리 부부는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정신없이 티를 빨아당겼다. 급기야는 공차가 아니라 춘수당이 한국에 들어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푸념까지 주워섬길 정도였다. 아내는 적잖이 깊은 인상을 받은 모양인지, 자기가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춘수당을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때 춘수당에서 먹었던 버블티의 맛이 머릿속에 선연하게 떠올라 적잖이 괴로운 상태이다. 왜 난 한국에 앉아서 자꾸 먹지도 못할 것들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하고 있는가...

 

춘수당 버블티를 빨아먹으며 더위를 식힌 우리는 다시 타이중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목적지는 타이중 근교의 오래 된 도시 장화이다. 순전히 철도에 대한 나의 흥미에서 비롯된 계획이라, 아내는 그냥 무념무상인 듯했지만 나는 더더욱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타이중에는 바나나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는 곳이 간간이 있다. 열매가 저렇게 달리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