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은 거창하게/홈카페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집에 있는 모카포트 비교해보기: 비알레띠 브리카, 코맥 모카포트, 비알레띠 무카 익스프레스, 안캅 카리나

by 집너구리 2021. 5. 2.

집에 모카포트가 점점 쌓여 가다 보니, 그 종류 또한 제법 다양해졌다. 그런 김에 간단하게나마 각각의 특징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 이 글을 적어 보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카포트는 총 다섯 개이다. 모카포트를 발명한 비알레띠 사에서 나온 2컵짜리 브리카, 1컵짜리 모카 익스프레스, (컵 수를 따지는 게 좀 무의미한 것 같은) 무카 익스프레스. 코맥 사에서 나온 ('모카포트'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상표권 문제가 걸리기라도 했는지 의심스러운) 3컵짜리 에스프레소 메이커, 그리고 이탈리아의 도자기 회사 안캅 사에서 나온 4컵짜리 카리나까지. 모카포트가 워낙 다양하게 나오는 데다가 모양새도 퍽 예쁘다 보니 모으다가 여기까지 왔다. 물론 모카포트 덕후들 중에는 현재 나와 있는 포트란 포트는 전부 모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식기류는 잘 사지 않는 성격상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다 싶어서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이번에 비교할 것들은 비교적 비슷한 양들을 만들어내는 네 가지의 모카포트들이다. 1컵짜리 모카 익스프레스는 사실상 반쯤은 장식용으로 산 것인 데다가(1컵짜리 모카포트의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구조로 보나 재질로 보나 코맥 모카포트와 엄청나게 큰 차이를 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제외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안캅 카리나, 비알레띠 브리카, 코맥 에스프레소 메이커, 비알레띠 무카 익스프레스.

각자 대강의 특징을 나열하면 이렇다.

  카리나 브리카 코맥 에스프레소 메이커 무카 익스프레스
제조사 안캅 비알레띠 코맥 비알레띠
용량 4컵 2컵 3컵 (카푸치노) 1-2컵
재질 스테인리스+도자기 알루미늄 알루미늄 알루미늄
특징 인덕션 사용 가능 압력추로 인해 크레마 형성 가능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모카포트 우유를 담아 카푸치노 및 라떼 제작 가능

 

1. 안캅 카리나(Ancap Carina)

 

'안캅'은 비단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릇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을 법한 브랜드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도자기 업체인 안캅은 찻잔이나 커피잔, 접시와 주전자 등의 식기로 잘 알려져 있는 회사인데, 재미있게도 커피를 받는 컨테이너 부분을 주력인 도자기로 만든 모카포트를 생산하고 있다. 어찌 보면 모카포트가 가정용 커피 메이커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도자기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합이 아닐까 싶다.

안캅의 모카포트는 다채로운 모양과 무늬로 유명하다. 다만 설거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출처: 카페뮤제오 홈페이지.

라인업에 따라서 바스켓이 알루미늄제인 녀석들도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카리나Carina는 물을 담는 보일러와 원두를 담는 바스켓, 그리고 커피를 거르는 필터까지 전부 스테인리스 스틸로 되어 있다. 덕분에 세제를 사용하여 설거지를 해도 전혀 문제가 없고, 인덕션에도 올려서 사용할 수 있다. 자석이 붙어 있는 도징링을 가지고 있다면, 스테인리스제 바스켓에 자석이 착 달라붙기 때문에 보다 편하게 원두를 담을 수 있다.

 

그 외의 구조는 일반적인 모카포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커피가 담기는 주전자 부분이 도자기라는 점이 차별화되는 포인트로, 도자기라는 재질의 특성상 다양한 모양새와 무늬를 가진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안캅은 도자기 위의 그림을 모두 손으로 그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같은 라인의 제품이라도 무늬가 조금씩은 다른 것이 매력 포인트라고 한다. 물론 가격은 같은 용량의 다른 회사 제품들에 비해 제법 높은 편이다.

 

하얀 도자기 위로 떨어지는 커피의 색깔이 훨씬 두드러져 보인다.

 

안캅 카리나의 바스켓과 필터는 다른 회사 제품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구멍이 많이 나 있고, 구멍의 크기도 약간 큰 편이다. 따라서 원두를 갈 때 다른 모카포트에 비해 약간 더 굵게 갈아 주는 것이 좋다. 추출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모카포트의 추출법과 똑같은데, 어두운 빛깔의 커피가 하얀 도자기 위로 추출되어 흘러내리다 보니 훨씬 더 커피가 진하게 보일 수 있다. 다만 맛의 경우, 스테인리스제 추출부를 가진 다른 모카포트들처럼 다소 그 맛이 연하다. 또한 가열되면서 보일러의 열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여 뜨거워지는 일반 금속제 모카포트와 달리, 컨테이너가 열용량이 높은 도자기이다 보니 바로 추출된 커피라 할지라도 따라마셨을 때 상대적으로 덜 뜨겁고 딱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된다는 특징이 있다.

 

[요약]

- 스테인리스 추출부로 인해 인덕션 사용 가능, 설거지 편함, 관리가 편함

- 맛이 비교적 연하고, 마시기 딱 좋은 온도로 추출 가능

- 다른 모카포트에 비해 원두 굵기를 조금 더 굵게 갈아야

 

 

2. 비알레띠 브리카(Bialetti Brikka)

 

내가 처음 산 모카포트인 브리카. 안에 제법 무거운 압력추가 달려 있다. 물을 계량하는 기준선도 보인다.

 

말 그대로 모카포트의 역사와 함께 한 전통의 강호 비알레띠, 그 많고많은 모카포트의 라인업 중에서도 유독 빛을 발하는 특별한 모카포트가 바로 이 '브리카'이다. 모카포트와 유사한 생김새이면서도 보다 압력을 높여서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커피를 내리고자 하는 수많은 스토브탑 커피 메이커들이 난립하는 오늘날, 그 움직임에마저도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제품이다. 

 

브리카는 대략 네 번의 형태 변경을 거쳤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유독 최근까지 변하지 않았던 것은 컨테이너 추출구 부분에 달린 동그란 압력추였다. 이 압력추의 무게로 인해 커피가 보다 강한 압력 하에서 추출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브리카 또한 압력추 형태로 되어 있다. 과연 압력추가 무겁기는 상당히 무거워서, 설거지할 때마다 압력추가 잘못해서 떨어져 그릇을 깨지나 않을까 무척 조마조마해하곤 한다. 2020년에 나온 최신 모델은 동그란 압력추 대신 마치 일체형처럼 매끈하게 이어지는 새로운 압력추로 바뀌었는데, 이 형태의 모델은 아직 사용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은 생략하기로 한다. 아마도 유튜브에 비교샷을 달아 놓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으니...

부글부글 끓듯이 추출되는 크레마. 색깔은 제법 그럴싸하다.

브리카는 약 3기압 정도의 높은 압력이 커피에 걸리다 보니, 그만큼 커피 추출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 모카포트 특유의 '후쉬이익' 하는 커피 올라오는 소리와는 달리, 브리카는 '푸그르르르' 하고 거품 올라오는 소리가 크게 나면서 커피가 올라오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2컵짜리 브리카와 부품이 호환되는 것은 3컵짜리 모카 익스프레스인데(가지고 있는 3컵짜리 코맥 모카포트도 똑같이 호환된다), 같은 크기라도 커피가 조금밖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두는 상대적으로 더 잡아먹되 보다 진하고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커피가 추출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일반적인 3컵짜리 모카포트에 비해 브리카는 물을 훨씬 더 적게 쓴다. 모든 브리카의 컨테이너부에는 바닥부터 각지게 툭 튀어나온 기준선이 있는데, 이것이 물을 계량할 때 쓸 수 있는 기준선이다. 이 기준선이 살짝 잠길 정도로만 물을 계량해 보일러에 부으면 되는데, 보통 안전밸브의 바로 아래까지 물을 붓는 것이 올바른 작법인 일반 모카포트와는 달리 이렇게 하면 안전밸브에 한참 못 미치는 높이까지밖에 물이 차지 않는다.

 

브리카로 인해 생성되는 크레마는 높은 압력에도 기인하겠지만, 압력추를 밀고 나오는 과정에서 공기가 주입되는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든다. 이렇게 해서 추출된 크레마는 놀랍게도 생각보다 오래 간다. 새삼 이것이 100년 넘게 모카포트를 만들어 온 회사의 기술력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물론 재질은 전통적인 알루미늄이므로, 관리는 다른 모카포트와 같이 빨리 씻어서 깨끗이 말려야겠다.

 

[요약]

- 동급 크기의 일반 모카포트에 비해 원두는 비슷하게 쓰고, 물은 더 적게 쓴다

- 물을 계량하는 기준선이 있어 물 양을 잡기가 비교적 편하다

- 압력추의 무게나 마찰 등으로 인해 가장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커피가 나온다

 

 

3. 코맥 에스프레소 메이커(Comac Espresso Maker)

 

(위) 코맥 모카포트와 그 내부, (아래)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와 그 내부. 생김새는 사실 판박이에 가깝다.

내 기준에서 코맥은 굳이 위치를 잡자면 '보급형 커피 용구를 많이 내놓지만, 어디까지나 보급형에 불과한 제품들을 많이 판매하는 회사'다. 다른 회사의 핸드밀이나 전동 그라인더 등은 보통 오프라인 커피 용품점에 가야 구경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코맥의 제품들은 그냥 동네 할인점에 슬리퍼 찍찍 끌고 가서 볼 수 있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다는 뜻이다. 물론 요즈음엔 정식 한국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하리오처럼 제법 알려진 커피용품 회사들이 할인점에 출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한 사실을 감안하고서라도 코맥 커피 용품은 정말 어디에서나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홈카페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확실하게 정립된 생각이라면, '커피 용품은 결국 비싼 것이 그 값을 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겠다. 오랫동안 제품을 만들어 오면서 연구하고 확립된 기술의 가치는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소위 '초보자용', '보급형' 커피 용품을 여러 번 써 본 끝에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타 제품과 비슷한 모양새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싼 편인 코맥의 제품에는 어느 새부터인가 손이 가지 않게 된 것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도 코맥 제품을 본격적으로 홈카페를 꾸리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쓰고 있는 것이 이 코맥에서 나온 모카포트이다. '모카포트'라는 이름이 상표등록이 되어 있어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되어 있는 탓인지 포장에는 그저 '에스프레소 메이커'라고만 쓰여 있었지만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모카 포트였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집에 있던 비알레띠제 모카포트를 가져다가 사진을 찍어 보면서 뜯어봤는데, 아무리 봐도 손잡이 모양새만 빼고 크게 다른 구석이 없다. 사실 인터넷 망령인 커피인간들이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이 형태의 모카포트란 게 어느 회사에서 나왔건 간에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차이점이라면 통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비알레띠 모카포트의 손잡이와 뚜껑과는 달리, 코맥 모카포트의 손잡이와 뚜껑은 나무 무늬를 멜라민 그라비아 코팅으로 인쇄해 놓은 뭔가 의문투성이의 플라스틱제라는 사실. 가격은 같은 용량의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에 비해 대략 만 원에서 만오천 원 정도 싸다(작년 이마트 가격 기준). 

 

원두에 따라 크레마가 나올 때도 있지만, 곧바로 사라진다.

추출 성능은 제법 괜찮다. 일반적인 모카포트인 만큼 알루미늄제이기 때문에 열전도율도 좋고, 따라서 먹을 만한 커피를 제법 빨리 뽑아낼 수 있다. 2컵짜리 브리카와 부품이 완전히 호환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인데, 다만 바스켓이 무슨 일인지 몰라도 브리카의 그것보다 확실히 재질이 떨어져 보인다는 점은 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은색 도장은 아직까지 벗겨지지는 않았는데, 허리 부분의 'Comac' 로고와 'Espresso Comac' 인쇄 코팅은 1년도 채 쓰지 않았는데 거의 벗겨져 버렸다. 딱히 로고에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로고가 좀더 오래 가기를 원한다면 이 안료 말고 다른 것을 쓰는 게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건의를 드려 본다.

 

[요약]

-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모카포트, 값이 싸기 때문에 가볍게 들여놓기 좋다

- 부품의 마감이 다소 아쉽지만 추출은 평범하게 잘 된다

 

 

4. 비알레띠 무카 익스프레스(Bialetti Mukka Express)

 

딱 보기에도 귀엽게 생긴 얼룩덜룩한 이 모카포트의 겉모습을 보고서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잘 찾아오신 것이다. '무카'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다. 그러니까 이 '무카 익스프레스'는 우유를 활용하는 모카포트인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유를 컨테이너부에 담아서 추출과 동시에 맛있는 카푸치노나 라떼 한 잔을 만들어 주는 모카포트가 바로 요 녀석이다.

 

무카 익스프레스는 귀여운 젖소 얼룩무늬가 그려져 있다. 압력추를 통해 무려 거품을 낼 수 있다!

 

무카 익스프레스의 기본적인 구조는 의외로 브리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인 모카포트의 생김새에 구멍 뚫린 뚜껑, 그리고 추출구 위에 장착하는 압력 밸브까지 브리카와 판박이이다. 다만 그저 압력을 추가하기 위해 붙어 있는 브리카의 압력추와는 달리, 무카 익스프레스의 압력 밸브는 똑딱이 형태로 되어 있다. 윗부분의 동그란 똑딱이를 올리면 라떼를, 눌러 두면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다. 원래 포장 안에 물을 계량하기 위한 계량컵이 동봉되어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무카 익스프레스는 포장 없이 당근마켓에서(...) 구매한 중고 제품이기 때문에 아쉽게도 계량컵은 없다. 그래도 가스불을 사용한다면 보일러 안쪽에 그어져 있는 물 선까지 물을 부어 주면 대강 맞는다(인덕션이나 핫플레이트를 쓰면 조금 더 물을 부어 주도록 설명서에 쓰여 있다).

 

나머지는 다른 모카포트와 큰 차이가 없지만, 컨테이너부에 미리 선까지 우유를 부어 주고 압력추를 원하는 커피에 맞춰 조절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압력추를 제외한 다른 부품들 또한 다른 모카포트와 같은 알루미늄제이므로 절대 세제를 사용하지 말 것! 우유를 사용하는 만큼 보다 철저히 물에 헹궈 주는 것이 필요하다. 커피에서 썩은 우유 맛을 보고 싶지 않다면. 또 우유는 되도록이면 실온에 가까운 온도로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서에 적혀 있기는 한데, 실제로 만들어 볼 때에는 차가운 우유에서도 크게 거품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스팀이 오르는 우유를 본다는 것이란... 빠져든다...

카푸치노를 만들기 위해 압력추 똑딱이를 눌러 둔 채 추출을 진행하면, 처음에는 커피가 먼저 추출되기 시작하면서 흰 우유 위에 노르스름하게 커피가 얼룩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일정 수위에 다다르면 압력추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위로 튀어나오면서 우유에 스팀이 가해지기 시작한다. 빙글빙글 돌면서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어딘지 알 수 없는 희열감이 번지곤 한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우유가 미친 듯이 거품이 올라 넘치는 경우도 있으니, 꼭 지켜보고 있다가 적절히 거품이 올라왔다 싶으면 바로 보일러를 찬물에 적셔 주는 것이 필요하다. 400-500밀리리터쯤 되는 큰 머그컵이 있다면 한 번에 이 커피를 전부 따르는 것도 좋지만, 작은 잔 두 개에 나눠서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시는 것도 제법 괜찮을 듯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없지만 훌륭한 우유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극력 추천한다. 다만 가격은 좀 세서 하나에 보통 10만원 이상이고, 2명 이상의 손님에게 대접하기에는 양이 다소 적은 것이 흠.

 

[요약]

- 우유를 같이 사용하여 바로 라떼나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다

- 스팀이 끓어넘치는 것에 주의할 것

- 가격이 제법 있고, 2인분 이상의 제품은 없다

 

 

총평

 

100여 년 전에 처음 모카포트를 만든 것은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띠라는 사람이었다. 비알레띠 공업의 이름은 그의 성씨에서 따온 것이다. 모카포트를 세간에 널리 보급시킨 것은 알폰소의 아들 레나토 비알레띠였는데, 그는 아버지의 발명품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던 나머지 유언으로 '내 유골을 모카포트에 담아 달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화장된 그의 유골은 거대한 모카포트(혹은 모카포트 형태의 유골함)에 담겨 장례미사를 받은 뒤 안치되었다고 하니, 그가 모카포트를 얼마나 마음 속 깊이 사랑했는지 알 만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다.

 

뻥일 것 같지? 진짜다.

현란한 기술이 필요할 것 같은 핸드 드립이나 간편하기 짝이 없는 프렌치 프레스, 여러모로 신경써야 할 점이 많은 에스프레소 머신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이 명확한 추출법이지만, 어디에 가든 함께 할 수 있으면서 큰 기술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심지어 생김새마저 사랑스러운 모카포트를 보고 있자면, 레나토 비알레띠의 마음이 티끌만큼이나마 이해가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알폰소의 발명으로 인해 100년 후의 나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즐거운 홈카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알레띠 부자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게다가 지금은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모카포트를 통해 사뭇 다른 형태의 추출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으니 그 재미 또한 상당하다. 결론적으로 보아, 어느 형태의 모카포트든 각자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자기가 원하는 맛을 찾아, 또 자기가 필요로 하는 용도를 찾아 이것저것 사용해 보는 것도 홈카페 하는 사람들의 나름대로의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