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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거창하게/홈카페

[취미생활은 거창하게] 어라운지의 싱글오리진 여권을 만들어 보았다

by 집너구리 2021. 8. 28.

예전에 어라운지 방문기를 적은 적이 있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이 곳에는 자주 들른다. 혹시라도 세일하는 전시품목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 절반, 새로 나온 원두는 뭐가 있는가 궁금한 마음 절반 정도를 갖고 찾게 된다. 이번에는 갈아마실 원두가 떨어져서, 새 원두도 찾을 겸 콜드브루 메이커에 받칠 새 서버도 살 겸 해서 고개 넘고 물 건너 다시 어라운지를 찾았다.

 

[방문기] 서울 영등포구 '어라운지 선유도점'

지난 주에 적은 이 글에서 '선유도 어라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집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워 걸어가도 (나 같은 극도의 산책 오타쿠 기준으로) 어렵지 않은 코스이기 때문에 종종 들

sankanisuiso.tistory.com

 

그런데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생각지도 못했던 흥미로워 보이는 무언가가 내 눈길을 잡아끌었다. 예전 방문기에서도 적은 적 있었던, 싱글 오리진 원두 판매대가 다소 달라져 있다. 종류도 다양해지긴 했는데, 그뿐만은 아니다. 한번 가까이 가서 본다.

응? 뭔가 있다?
오오??

무려 '싱글 오리진 여권'! 어라운지에서 파는 지역별 원두를 구매하면 마치 세계여행을 하듯 이 여권에다가 도장을 찍어 주는데, 스탬프를 산지별로 몇 개 이상 모으면 클래스를 승급시켜 주는 모양이다. 대강 정리하면 이렇다.

 

1. 이코노미 클래스 : 산지별 스탬프 0개~12개, 12개 획득 시 비즈니스 클래스로 승급 (여권 표지는 녹색)

2. 비즈니스 클래스 : 산지별 스탬프 13개~30개, 30개 획득 시 퍼스트 클래스로 승급(여권 표지는 파란색)

  - 비즈니스 클래스는 원두 구매 후 스탬프 획득 시 아메리카노 1일 1잔, 어라운지 굿즈 1개 증정

3. 퍼스트 클래스 : 산지별 스탬프 30~50개, 50개 이상 획득 시 계속 퍼스트 클래스 유지

  - 스탬프 획득 시 아메리카노 1일 1잔, 싱글오리진 추가 5% 할인, 신규 출신 싱글오리진 및 명절 드립백 선물세트 발송

 

다만 만료일이 발급일로부터 1년이기 때문에 원두를 어지간히 소모하지 않는 한 쉽지는 않은 여정이겠으나, 설마하니 1년에 원두 12팩은 못 마시겠느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원두를 사야 했기 때문에, 인도 마이소르너겟과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한 팩씩을 주문하고 여권 발급 신청을 했다. 일전의 방문기에도 적었지만, 원두 로스팅 신청을 하면 선결제 후 15분-20분 뒤에 막 볶아진 원두를 받아볼 수 있다. 여권은 이 때 같이 전달받을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 여권은 이렇게 생겼다. 재치 있게도 원두에 대한 정보를 비행기 티켓 모양으로 인쇄해서 같이 전달해 준다. 그야말로 남위 25도 - 북위 25도의 커피 벨트를 이리저리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난다. 여행을 도통 못 가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러한 배려는 퍽 고마운 일이다.

여권을 펼쳐 보면, 각 지역별로 구분되어 인쇄되어 있는 속지를 만나볼 수 있다. 크게 아프리카 벨트, 아시아 벨트, 아메리카 벨트의 3개 권역으로 나뉘고, 각 권역의 커피 산지에 대한 정보도 깨알같이 적혀 있다. 디자이너가 여행 책자 디자인을 좀 해 본 모양인지는 몰라도, 제법 그런 느낌이 든다. 커피로 떠나는 세계여행, 기쁘지 않은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구매한 원두의 산지에 따라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붙여 준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 찍어 주는 느낌.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여권에는 부록이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커피 여권에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에 대한 안내까지 꼼꼼하게 적혀 있다. 드립 커피, 모카포트, 사이폰, 프렌치프레스 등, 집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커피 메이커를 활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방법들을 대부분 망라해 놓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 여권만 갖고 있으면 커피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은 어느 정도 숙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어라운지 광고 아닙니다). 맨 뒷장에 괜히 메모지 칸을 집어넣어 놓는 그야말로 옛날 스타일의 페이지 구성만 아니면 커피 덕후들에게는 가히 훌륭한 굿즈다. 내가 과연 퍼스트 클래스까지 모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싱글 오리진 원두를 통해 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마치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게 해 주다니 그저 즐겁기만 하다. 아, 이래서야 또 갈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