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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의도치 않았던 사회공헌) 북커버 만들기를 해 보았다

by 집너구리 2021. 12. 6.

이번에 아내가 가져온 사회공헌 키트는, 바로 이거죠. (모 가죽공예 유튜버님의 흉내를 내 보았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배포하고 있는 북커버 만들기 키트. 재단되어 있는 가죽을 가지고 책을 끼울 수 있는 북커버를 만들어 복지회로 다시 보내는 형태란다. 재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비닐봉투를 열어 보면 갈색 종이봉투가 하나 더 나오고, 그 안에 북커버 만들기 키트가 들어 있다. 아동학대 피해를 받은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키트라는데, 이 북커버가 실제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형태의 사회공헌인지, 아니면 이렇게 만들어진 북커버를 판매해서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을 지원하는 형태의 사회공헌인지는 잘 모르겠다. 설명서를 항상 잘 읽어야 한다지만 그걸 늘 잘 못 한다.

 

 

포장을 열면 이렇게 구성품이 들어 있다. 바느질용 실과 바늘, 펜꽂이를 만들 때 필요한 자투리 가죽이 두 장, 그리고 북 밴드로 활용될 갈색 고무줄이 하나. 책 겉을 감쌀 큰 가죽 한 장과 책날개로 쓰이게 될 작은 가죽 두 장. 구성품은 이것이 전부이다. 여기에 설명서가 들어 있기는 한데, 방법이 무척 간단하게 적혀 있기 때문에 다소 혼란이 올 수 있으므로 아예 설명서 하단에 있는 QR코드를 통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시 한 번 만드는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작업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나는 바느질을 퍽 좋아하고 또 익숙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 시간도 안 돼서 뚝딱 해치울 수 있었으니까, 지난번의 점자책 봉사보다는 훨씬 품이 덜 든 셈이다. 바느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북밴드 만드는 건 어려울지라도 북커버 자체는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실을 1.3 - 1.4미터 정도 끊어서 바늘에 꿴 뒤, 커버 등판과 날개를 엮어 주도록 홈질한다. 한 바퀴 홈질이 돌면 반대로 홈질하여 구멍 사이에 빈틈이 없도록 한다. 

설명서에는 1미터 정도로 끊으라고 되어 있지만 그러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타래에 감긴 실은 생각보다 그 양이 많기 때문에, 넉넉잡아 1.3 - 1.4미터 정도 끊기로 하자. 실도 굵고 바늘귀도 굵기 때문에 쉽사리 실을 바늘에 꿸 수 있다. 다만 한 번 실을 꿴 뒤에 뒷실을 묶에서 두 겹으로 만들지는 않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실이 구멍 안으로 쉽사리 들어가지 않을 뿐더러 치명적인 실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실 길이 조절을 잘못해서 생겨 버린 의문의 2회짜리 끝처리...

한 바퀴 홈질이 전부 돌면 실을 자르거나 하지 말고, 그대로 돌아나와서 빈 공간에 홈질해 주면 된다. 마지막 구멍까지 돌아오게 되면 책날개 가죽에만 한번 홀치기를 한 뒤 단단하게 묶어 준다. 요령이라면 여기에서 묶은 실 길이를 살짝 길게 해 주거나, 매듭을 3회 정도 해 주는 것이 좋다. 2회짜리 맞매듭만 갖고는 너무 쉽사리 매듭이 풀려 버린다.

 

양쪽 날개를 모두 홈질해서 끝처리까지 하면 이렇게 된다. 방향을 거꾸로 했더니 이렇게 웃기지도 않는 모양이 됐다.

 

 

2. 북밴드를 만든다. 자투리 가죽 안쪽의 거친 부분에 고무줄 끝을 중심선의 살짝 위쪽으로 덧대어 한 번 구멍을 뚫고, 그 맞은편으로 고무줄의 다른 끝과 자투리 가죽의 다른 쪽을 꿰어서 고정시킨다. 그 다음은 북커버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홈질을 반복한다.

물론 대바늘이 무척 굵고 튼튼하고 뭉뚝하기 때문에 크게 다칠 염려 없이 작업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고무줄이 생각보다 바늘에 잘 뚫리지 않으므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밴드가 중간에 뫼비우스의 띠마냥 꼬여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한 번 확인한 뒤 자투리가죽 반대편을 꿰어 주도록 하자.

 

3. 완성! 참 쉽죠?

밴드에 달리게 될 펜꽂이용 자투리 가죽은 두 종류가 동봉되기 때문에, 원하는 색깔을 골라 만들 수 있다. 다 만든 밴드를 북커버에 잘 둘러 주고, 다시 예쁘게 종이봉투와 비닐봉투에 왔던 그대로 포장해서 보내면 된다.

 

참 오랜만에 머리 대신 손을 써서 뭔가를 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재봉을 좋아하지만 최근 여러모로 다망하여 반짇고리는 손도 못 대고 있었는데, 머리를 비우고 그저 손을 부산하게 움직일 뿐인 작업을 고작 30분 남짓 했을 뿐인데 이토록 결과물이 명확하게 나오다니, 퍽 흥미로웠다. 이 북커버가 어떤 형태로 아동학대 피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