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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45

[방문/포장기] 서울시 중구 '도향촌稻香村'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대로변이 아닌 옆길을 타고 조금 걷다 보면 다소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골목으로 접어든다. 파룬궁 신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좌선을 하고, 길거리에는 한국 특유의 잿빛 건물들 사이로 점점 붉은색과 금색의 장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솟은 콧대마냥 높고 위압적인 중국대사관 담벼락 근처까지 오면, 이곳이 구한말 형성되기 시작했던 이른바 '최초의 차이나타운'이다. 일본인들이 바로 길 건너편에 다이이치은행 경성지점 건물(뒤에 조선은행, 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세우고 명동을 일본인 주거지로 개발하면서(당시의 이름은 '메이지초明治町', 현재 명동예술극장 자리에 있던 옛 일본식 극장은 '메이지자明治座') 화교들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는.. 2022. 2. 21.
[방문기] 서울시 마포구 '스시 토와' 연말을 맞이하여 아내가 회사 근처에서 발견했다는 스시 오마카세 가게를 예약했다고 한다. 마침 세밑 휴가도 냈으니 즐겁게 식사하기 딱 좋은 날이다. 시간에 맞춰서 상암동에 있는 '스시 토와'를 찾았다. 정해진 시간까지 찾아가야 했기 때문에 추위를 뚫고 잰걸음으로 걸어 겨우 시간에 맞췄다. 서울의 오래된 주택가 한구석에 갑자기 도쿄 골목길에 있을 법한 스타일의 가게가 나타난다. 원래 세워 놓는 것인지 아니면 연말이라 카도마츠 느낌을 내기 위해서 세워 놓은 것인지 모를 향나무 화분이 포인트. 일본어로 '영원'이라는 뜻의 가게 이름과 튼튼히 오래오래 사는 침엽수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안으로 들어가면, 간접조명으로 불을 밝힌 정갈하고 꾸밈없는 스타일의 가게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말고도 다른 손님들이 있.. 2022. 1. 16.
[방문기] 서울역그릴을 추억하며 그런 식당이 있다. 자주 찾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언제나 근처를 지나가다 슥 들어갈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발걸음한 지 오래 되었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으리라는 기묘한 신뢰. 일방향적인 신뢰이다 보니, 그러한 믿음은 여지없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깨지고는 한다. '서울역 그릴'이 그러했고, 그렇게 끝났다. 10월 말에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서울 산책을 나섰던 날, 참으로 오래간만에 찾아가 혼자만의 식사를 즐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11월 30일 저녁에 문득 트위터를 보고 있다가 '서울역 그릴'의 폐점 소식을 담은 트윗이 눈에 띄었다. 100년 가까이 영업한 가게이니만큼 섣불리 문을 닫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오늘이 폐점일이.. 2022. 1. 16.
[방문기] 서울시 마포구 '에도마에텐동 하마다' 오랫동안 신세를 지고 있는 전화일본어 선생님으로부터 무려 '텐동집'을 추천받았다. 수업 시간에 맛집이나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종종 교환하고는 있지만, 무려 한국에 있는 일식집을 추천받을 줄은 몰랐다. 선생님의 먹을 것에 대한 열정은 나 못지않다는 것을 이전부터 알고 있다. 무슨 뜻인고 하니, 이 추천,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귀중한 기회, 반드시 유효활용해야 한다. 주말에 아내와 같이 홍대에 나간 김에 한번 들러 보기로 했다. 가게 모양새가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예전에도 일식집이 있던 자리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여기엔 텐동집 '후쿠야'라는 가게가 있었더랬다. 제법 맛있는 곳이어서 연애 시절 아내와 같이 가끔씩 발걸음을 하던 곳인데, 어느 순간 폐업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여기.. 2021. 11. 28.
[방문기] 서울시 마포구 '알맹상점' '알맹상점'은 사실 방문기를 쓰기에는 다소 새삼스러운 측면이 있다. 합정역에 갈 때면 거의 매번 들르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방문'이라기보다는 '또 왔소'에 가까운 셈이다. 이곳이 무엇인고 하면, '제로웨이스트 가게'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든, 일종의 사회적 기업인 셈이다. 친환경(혹은 그에 가까운 형태)적인 상품들을 포장 없이 판매하고, 물물교환의 장을 펼쳐 주며, 헛되이 버려질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 새롭게 탄생시키기 위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물물교환 코너이다. 집에서 쓰이지 않는 물건들을 갖다 놓고, 또 내게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다 쓸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 적었던 콜드브루 메이커를 얻어온.. 2021. 11. 1.
[방문기] 서울시 강남구 '카파노' 청담동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나왔다가, 양재꽃시장으로 가려는 길에 제법 괜찮은 수제버거 집이 있다고 하여 잠깐 들르기로 했다. 햄버거를 숨쉬듯 섭취하는 친구가 추천해 준 가게인데, 연 지는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평점이 제법 높다. 강남구 일원동의 '카파노'라는 곳이다. 지도 앱을 보아하니 강남구 한복판의 주택가여서 백현동 카페거리 같은 곳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냥 오래 된 강남 주택가 한복판의 상가 건물 지하에 위치한 가게였다. 근처에 주차하기는 마땅한 곳이 없으니, 아예 근방에 있는 영희초등학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실제로 우리도 그렇게 했다). 별다를 것 없는 적벽돌 상가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갑자기 앤티크해 보이는 장식장(?)과 그 옆으로 나 있는 목조 문이.. 2021. 10. 25.
[방문기]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커피공방' 요즘 날씨가 좋아 종로에 자주 간다. 아주 주말마다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시절 휴강만 하면 득달같이 종로로 달려가 하루종일 길거리를 헤매며 돌아다니던 때 이래로 가장 자주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대학 시절과의 차이점이라면 주로 종로 거리 주변을 돌아다니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지역만 종로구면 어디든 딱히 상관없다는 느낌에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종로 거리에도 갔다가, 인사동 앞도 지나 봤다가, 안국동 근처를 헤매다가 극우 유튜버들을 잔뜩 맞닥뜨리기도 해 봤다가 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서촌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직단 근방에서 못 보던 커피집 하나를 발견했다. 사직로 앞은 매년 뻔질나도록 드나드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커피 용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었던가? 그럴 수도.. 2021. 10. 3.
[방문기] 서울시 서대문구 '롱보트 스모커'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새 그릇이나 좀 볼까 싶어 연희동에 있는 모던하우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은은하게 훈제용 칩을 그을리는 향기가 났다. 이 냄새를 어떻게 참고 지나가겠는가. 도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로 방금 전에 지나갔던 길거리의 작은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니, 이 정도면 이 집 아니고 누가 훈제를 하겠느냐 싶은 가게가 거기 있었다. 연희동을 제법 열심히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가게가 있는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연희동은 재미있는 동네다. 노르웨이 국기와 바이킹식 범선이 그려진 로고로 장식되어 있는 이 투박하면서도 힙한 가게의 이름은 '롱보트 스모커'다. 호기심이 동해 네이버 지도에서 리뷰를 몇 개 찾아봤.. 2021. 9. 19.
[방문기] 서울시 마포구 '씨엔티마트' 평일에 오랜만에 휴가를 내었다. 말이 휴가지, 밀린 금융 관련 일이나 묵혀 두고 있던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한 휴가였다. 하려고 했던 일들 리스트를 체크해 가면서 하나하나 처리하고 나니, 시계는 오후 세 시 반을 막 넘긴 뒤였다. 콧바람도 좀 쐬고 늘 가는 제로웨이스트 가게인 '알맹상점'에도 들를까 싶어 합정동으로 향했다(알맹상점에 대한 글도 언젠가는 쓰지 싶다). 모아 둔 재활용 쓰레기와 유리병, 그리고 안 쓰는 물건들을 갖다 준 뒤 필요한 물건을 몇 개 샀다. 알맹상점을 나와서는 홈플러스에 잠깐 들렀다가(합정동에 오면 매양 돌아가는 흐름이 이렇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퍼뜩 씨엔티마트에나 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씨엔티마트가 뭐 하는 곳인고 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용품 전문점이다. 인터넷.. 2021. 9. 4.
[방문/포장기] 서울 서대문구 '양갱상점 금옥당' 서대문구 서부 찬양론자가 죽지도 않고 또 돌아왔다. 오늘 소개할 곳은 예전에 한번 글을 올린 적이 있던 샤퀴테리아 '써스데이 스터핑'에서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는 양갱 전문점, '금옥당'이다. 외국 식자재를 사러 갈 때나 써스데이 스터핑의 가공육이 그리워질 때면 늘 찾는 곳이 연희동이다. '카페거리'라는 이명이 붙어 있을 만큼 커피집이나 찻집이 많은 동네인데, 그 중에도 금옥당은 이채를 발한다. 야트막한 단독주택과 밝은 색조의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유독 혼자 외장이 적벽돌이기 때문이다. 깨진 곳 하나 없이 무척 가지런하게 쌓아올려진 것을 보자면 최근에 올린 인테리어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정갈한 문 안으로 들어가면 손님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구식 스타일의 의자가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돌면 .. 2021. 8. 22.
[방문/포장기] 파이대첩 E01 '고기파이 편' : 서울시 마포구 '웅파이' vs 서울시 마포구 '파이리퍼블릭' 북서부 서울, 그것도 마포구 근방에 산다는 것은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흔치 않은 식당들과 마주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파이 전문점이 그렇다. 파이는 서양의 가정식이라는 느낌이 무척 강한데,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파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오히려 기대하기 쉽지가 않다.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정말 제대로 된 서양 음식을 찾기가 어렵다"는 푸념인데, 이태리 음식과 미국 음식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는) 환경임에도 결국 가장 '서양스러운' 음식인 서양 가정식은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식가를 나름대로 지향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걸어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합정동과 홍대, 연희동과 연남동이 모두 있는 우리 동네야말.. 2021. 7. 31.
[방문기]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 지난 주에 명동 가톨릭회관에 가서 이것저것 사 오는 김에, 모처럼 명동에 나가는 김에 근처의 다른 곳들도 좀 돌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가서 책 냄새라도 맡을 테지만, 비 예보가 있는 상황에서 책을 또 잔뜩 들쳐메고 집으로 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나기라도 했다간 생각하기도 싫은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 이번엔 자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이 남대문시장을 가는 것이었다.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데다가, 이곳에 매우 큰 그릇 상가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사실 그릇을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여행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그릇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거나, 사 와서 내가 쓰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 기념품으로 .. 2021. 7. 11.